[편집자 주] 지난 9월 23일 부산에서는 제1회 부산퀴어문화축제가 열렸다. 부산에서 처음 열리는 퀴어문화축제였음에도, 당일 2000명이 넘는 참가자들이 아침 일찍부터 부스 행사에 참가하고, 활력 있게 행진을 하는 등 성공적으로 축제가 개최됐다. 노동자연대 부산지회는 축제 이전부터 부산대 내에 부산퀴어문화축제에 함께 참가하자고 주장하는 대자보를 부착하고 ‘성소수자 해방을 위해 어떻게 싸울 것인가’ 하는 주제로 공개토론회도 개최하는 등 성소수자 운동에 지지와 연대를 호소했다. 당일 행사에서도 참가자들에게 ‘자유한국당 등 우익의 성소수자 혐오에 맞서 함께 싸우자’는 내용의 유인물을 배포하기도 했다. 그런데 축제가 끝난 후 부산대 학내에 “이번 퀴어퍼레이드를 보면서 드는 궁금증...”, “노동자연대가 쓴 자보를 곱씹어보니...” 하는 익명의 대자보들이 붙었다. 그 내용은 노동자연대 부산지회가 발표한 부산퀴어문화축제 참가 호소 대자보에 대한 비난이었다. 노동자연대 부산지회는 10월 16일 이를 반박하는 대자보를 발표했다. 아래에 내용을 싣는다.


최근 학내에 “이번 퀴어퍼레이드를 보면서 드는 궁금증...”, “노동자연대가 쓴 자보를 곱씹어보니...”라는 익명의 대자보들이 붙었다. 그 내용은 노동자연대 부산지회가 발표한 부산퀴어문화축제 참가 호소 대자보에 대한 비난이었다. 그 대자보는 성소수자들이 일상에서 받는 억압과 차별이 허구이며, 오히려 혐오 세력들이 ‘표현의 자유’를 억압받는다고 주장하는 것이었다.

먼저, 다른 단체 실명을 직접적으로 거론해 비판하면서 자신은 누군지도 밝히지 않는 비겁함과 무책임함이 놀랍다. 그런데 이 자보를 부착하는 모습을 목격한 한 교수님이 그 사람들의 신분을 물으니, ‘길원평 교수 신우회’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이들이 자신을 드러내지 않은 이유를 추론해 볼 수 있다.

길원평 교수가 누구인가? 길 교수는 현재 ‘동성애·동성혼 개헌반대 국민연합’의 대표로 활동하고 있고, 이미 부산대에서 여러 차례 성소수자 혐오 자보 부착과 강연회 개최로 학내 구성원들의 거센 항의를 받은 바 있는 동성애 혐오 교수다. 길 교수는 부산퀴어문화축제 당일 그 맞은편에서 열렸던 맞불집회에 참석해 발언하기도 했다.길 교수 이름으로 쓰면 이미 그의 동성애 혐오적, 우파적 전력을 익히 아는 학생들이 아무도 안 읽을까 봐 걱정했던 것일까. 그러나 성소수자에 대한 악성 왜곡과 혐오를 퍼뜨리며 열렬히 활동하는 자들이 자신의 본모습을 가린 비겁한 시도일 뿐이다.

이들 대자보의 주장과 근거도 빈약하다. 이를테면 공공장소에서 퀴어문화축제를 열 수 있기 때문에 성소수자들이 일상에서 받는 차별이랄 게 없고, 퀴어문화축제 참가자들이 “동성애가 에이즈를 확산시킨다”, “동성애는 성 중독이다” 따위의 팻말을 들고 인간띠잇기를 한 혐오세력에게 항의한 것이 또 다른 혐오라는 것이다.

혐오는 단순히 누군가를 싫어하는 감정이 아니다. 성소수자들이나 이민자 등에 대한 혐오는 체계적으로 부추겨진다. 한국에는 여전히 합의한 동성 간 성관계를 처벌하는 군형법 92조의6이 남아 있고 올해도 그 법에 의해 한 성소수자 군인이 유죄판결을 받기도 했다. 또 성소수자 가족들은 그 법적 결합을 인정받지 못해 연인의 수술이나 죽음 등의 중대한 일에서 가족으로서의 권리를 행사하지 못하고, 사회보장제도에서도 배제된다. 그뿐 아니라 사람들의 편견 때문에 존재를 숨기고 살아가는 데에 대한 고통, 직장 등 고용에서 받는 차별 등은 그들의 삶을, 존재를 위협한다.

혐오 선동

한국 LGBTI 커뮤니티 사회적 욕구조사 결과(2014)에 따르면 응답자의 41.5퍼센트는 차별이나 폭력을 직접 경험했다고 한다. 성소수자들의 자살과 자해시도는 위험한 수준인데 전체 응답자의 28.4퍼센트가 자살을, 35퍼센트가 자해를 시도한 적이 있다.

이런 현실 때문에 성소수자들은 차별을 더욱 강화하는 혐오 선동에 항의하는 것이고, 차별과 폭력으로부터 구제받을 최소한의 장치로 차별금지법 제정을 바라는 것이다. 퀴어퍼레이드는 364일 동안 숨죽였던 성소수자들이 벽장 속으로 나와 잠시 해방감을 맛보는 날이다.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를 비판하는 게 표현의 자유를 가로막는 일이라는 주장도 황당하다. 억압받는 사람들에게 상처를 입히고 억압을 정당화하는 표현과 행동을 ‘표현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옹호할 수 없다. 어떻게 억압이 민주주의와 공존할 수 있겠는가?

또한 기독교 우익들의 성소수자 혐오를 비판한 게 “특정 종교 비방”이라는 주장도 쟁점 비틀기일 뿐이다. 같은 기독교 내에서도 성소수자를 포용하고 환대하는 조직들은 부산퀴어퍼레이드에도 적극 참가했다. 오히려 본인들이야말로 자신만이 기독교 교리를 독점할 수 있다는 지독히 오만한 생각에 빠져 있는 것은 아닌가?

마지막으로, 이들이 “노동자연대와 성소수자는 도대체 무슨 관계”(오타는 원문의 것)냐며 노동자연대의 대자보를 콕 찝어 비난한 이유야 말로, 이들의 진정한 목적을 보여 준다. 바로 부산 지역에서도 넓어지고 있는 성소수자에 대한 지지와 연대를 차단하려는 것이다. 부산퀴어퍼레이드엔 성소수자 당사자도 많이 참가했지만, 지지자들도 대규모 참가 했다.

성소수자 혐오 선동을 ‘표현의 자유’로 옹호할 수 없다 ⓒ성지현

이런 성공적 동원에 혐오 세력들이 적잖이 열받았을 것이고, 어떻게든 이 성과를 흠집 내며 운동을 이간질하고 싶은 것일 게다.

노동자연대는 노동자들의 착취에 반대하고, 더불어 모든 종류의 차별과 억압이 폐지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둘은 서로 연결돼 있다. 억압받고 착취받는 사람들의 아래로부터의 투쟁은 서로 연결될수록 강력해진다. 노동자연대가 성소수자들이 스스로의 자긍심과 권리를 말하는 행사에 지지를 보내고 함께 참가하자고 주장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노동자연대는 이제껏 그래왔듯이 앞으로도 성소수자 차별과 억압에 맞서 싸우고, 차별과 억압을 끝내기 위해 활동할 것이다.

2017년 10월 16일
노동자연대 부산지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