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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권 서울지하철노조 차량지부 안전업무직부장 인터뷰:
“서울지하철노조는 민주노조답게 차별 없는 정규직 전환 결정을 내려야 한다”

서울지하철노조 소속 무기계약직인 업무직 노동자들은 ‘서울교통공사 업무직협의체’(이하 업무직협의체)를 구성하고, 업무직은 중규직에 불과하므로 제대로 된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다양한 활동을 해 왔다. 그런데 10월 19일에 유감스럽게도 서울지하철노조 중앙은 모종의 차별을 두는 정규직 전환 방안을 노조의 입장으로 결정했다. 업무직협의체에서 활동하고 있는 유성권 서울지하철노조 차량지부 안전업무직부장을 인터뷰했다. 유성권 동지는 외주업체 비정규직이던 2012년에 비정규직노조를 결성하고 이후 서울시와 지하철공사에 직접고용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줄기차게 투쟁을 해 왔다.

유성권 서울지하철노조 차량지부 안전업무직부장 ⓒ조승진

지난 7월 서울시가 발표한 일부 투자출연기관 무기계약직 정규직화 방안에 대한 입장은?

서울시가 전동차 정비와 스크린도어 유지·보수 등 안전업무 노동자들을 직접고용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했지만, 임금인상 등 처우 개선은 미미하다. 그래서 우리는 그동안 제대로 된 정규직 전환을 서울시에 요구해 왔다.

그리고 7월 정규직 전환 방침을 발표한 이후, 현재까지 서울시의 입장은 단 하나다. ‘업무직을 정규직으로 전환시키는 것이 목표이므로, 전환 방안은 최하 직급보다 낮은 새로운 직급을 신설해 전환시키든 뭐든 노사가 자율로 결정하라’이다. 이러니 기관 별로, 노사 간에, 노동자들 간에 말들이 많이 생기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박원순 시장에게 ‘정규직 전환 관련해서 제대로 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차별 없는 정규직 전환을 책임지라’고 요구한다. 10월 24일 오전에 서울시청 앞에서 집회를 할 예정이다.

정규직 전환 방안에 대한 업무직협의체의 입장은 무엇인가?

차별 없는 정규직 전환이다. 지금 있는 정규직 인사규칙과 취업규칙에 따라 똑같이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을 말하며, 정규직 신규 입사자들과 똑같이 해달라는 거다. 현 서울교통공사 최하 직급인 7급을 군더더기 없이 적용하고, 취업규칙에 있는 것처럼 사회 경력을 인정한 호봉을 적용해 달라는 것이다.

정규직 전환을 반대하는 일부 노동자들은 ‘무기계약직 업무는 정규직 업무와 다르고, 업무 난이도 등에서 차이가 난다’며 ‘정규직과 무기계약직 사이에 차별을 둬야 한다’고 제기하는 것으로 안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내가 일하고 있는 차량의 경우를 얘기해 보겠다. 2008년 외주화 때 경정비 월상업무(2~3개월 또는 주행거리 3만~5만 킬로미터마다 기기 상태와 기능을 점검하는 검사)를 통으로 떼어서 외주화했다. 원래 정규직들이 하던 업무였다. 그리고 현재 내가 하는 ‘소모품 점검‧교체 및 청소’ 업무는 중정비 쪽에선 정규직 노동자들이 똑같이 하고 있다. 따라서 정규직과 하는 업무가 다르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또한, 현재 경정비에서 정규직 노동자들이 하는 차량 수리업무도 2012년 4월 업무 분장 전까지 비정규직들이 다 했던 업무다.

스크린도어 유지 보수 업무의 경우, 1〜4호선은 안전업무직이 하고 있지만, 5〜8호선은 정규직이 하고 있다.

그리고 지금처럼 정규직과 무기계약직으로 나뉘어 있는 한은 협업이 어렵게 되고, 이는 업무의 효율성과 지하철 안전을 저해한다.

지하철 무기계약직의 정규직 전환으로 정규직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일부 노동자들의 제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우리가 정규직이 된다고 해서 기존 정규직 노동자들이 손해를 보는 것은 없다. 우리의 정규직 전환 방식이 기존 정규직 노동자들에게 피해를 준다면, 그런 방식엔 나도 반대다. 서울시는 총액인건비 제약 문제가 해결된다고 밝힌 바 있다.

서울지하철이 궤도 사업장 중에서 임금이 제일 적은 편에 속한다고 한다. 그래서 나는 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당신네들도 임금 수준이 낮다. 그러니 우리 같이 싸워서 임금을 올리자’ 하고 얘기한다.

그런데도 정규직화에 반대하는 노동자들이, 더 열악한 처지에 있는 우리들이 정규직이 되고 처우가 개선되는 것을 두고 ‘역차별’이라고 말하는 것이 안타깝다. 비정규직은 실패한 정책의 희생양이다.

10월 19일 서울지하철노조 집행회의에서 차별을 두는 방식의 정규직 전환 방안을 결정했다. 이에 대한 업무직협의체의 입장은 무엇인가?

업무직협의체는 노조 집행회의 결정사항을 받을 수가 없다. 업무직협의체의 요구는 단순하다. 정규직과 똑같은 ‘차별 없는 정규직 전환’이다. 따라서 차별을 두는 전환 방안엔 동의할 수 없다.

그간 젊은 정규직 조합원들을 중심으로 정규직 전환에 반대하는 목소리들이 있었다. 노조 중앙은 중심을 잡고 이런 조합원들에게 왜 업무직 노동자들이 정규직이 돼야 하는지, 왜 같이 손을 잡고 가야 하는지를 설득해야 한다. 그런데 아쉽게도 서울지하철노조 중앙에서조차 “정규직 전환에서 차이는 있어야 한다”는 것으로 결정됐다. 이는 그동안 서울지하철노조가 차별 없는 정규직 전환을 주장해 왔던 입장과도 모순된다.

더 큰 문제는 서울지하철노조의 방안조차도 3개 노조[민주노총 소속의 서울지하철노조와 도시철도노조, 한국노총 소속의 서울메트로노조] 간 협의에서 더 후퇴될 수도 있다. 그리고 3개 노조의 통일안에 대해 사측이 더 나쁜 안을 제시하며 점점 더 후퇴될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지하철노조는 민주노조답게 원칙에 맞게 차별 없는 정규직 전환 결정을 내려야 한다. 노조가 정규직 전환을 반대하는 젊은 조합원들의 탈퇴 협박에 눈치를 보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 이는 그간 차별 없는 정규직 전환 입장이었던 노조의 입장에서 본다면, 이들의 주장과 요구야말로 반조직적 행위인 것이다.

나는 그동안 서울지하철노조 중앙에 이렇게 얘기했다. ‘노조가 정규직 전환 방안에 대해 원칙대로 끝까지 가다가 싸움에 져서 후퇴안을 어쩔 수 없이 수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나는 수용하겠다. 하지만 싸움에 질 것 같아서, 서울시가 노조의 요구를 수용해 주지 않을 것 같아서, 또는 젊은 정규직 조합원들의 반발 때문에 노동조합이 중심을 잃고 후퇴안을 제시한다면 동의할 수 없다.’

즉, 지금은 눈치를 볼 때가 아니라 업무직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게 힘을 실어 줄 때라고 생각한다.

현재 상황에서 정규직 활동가들의 연대와 지지 또한 중요할 것 같다.

차별 없는 정규직 전환을 지지하는 정규직 활동가들이, 우리 입장과 활동을 지지해 주는 것은 큰 힘이 된다. 10월 24일 집회에 정규직 활동가들이 많이 오셔서 함께해 주시길 바라고 연대를 요청하고 있다.

우리는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바란다. 그런 점에서 서울시의 무기계약직 정규직 전환 모델이 제대로 진행돼야 한다. 전국적으로 공공기관에서 첫 시도이고, 다른 공공기관들에서도 예의주시하며 따라 할 것이다. 첫 단추를 잘 낄 수 있도록 최대한 싸울 것이다. 많은 지지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