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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기간제교사연합회 박혜성 대표 인터뷰:
“기간제 교사 정규직화와 차별 폐지를 위한 활동을 지속해 나갈 것”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서 기간제 교사를 제외한 정부에 항의하는 집회에서 연설하는 전국기간제교사연합회 박혜성 대표 ⓒ이미진

정부의 기간제 교사 정규직화 거부 발표 이후 전국기간제교사연합회(이하 전기련)는 어떤 대응을 하고 있는가?

정부 발표를 보고 실망이 컸다. 전기련에서 주도적으로 활동하던 분들 일부도 사기가 떨어졌다. 그래도 적지 않은 전기련 회원들이 비록 요구를 성취하지 못했어도 당당하게 우리의 목소리를 내고 최선을 다해 활동한 것은 중요한 성과라고 말한다. 기간제 교사 문제를 사회적 쟁점으로 만든 것도 중요한 성과다.

전기련은 총회를 열어, 결의를 다시 다지고 정규직화와 차별 폐지를 위한 활동을 지속하기로 결정했다. 또, 활동을 더 효과적으로 하기 위해 노조로 전환해 가기로 했다.

전기련은 기간제 교사 정규직화, 차별적 처우에 대한 대책 마련을 내걸고 교육부에 면담을 요구하는 농성도 계속하고 있다. 어떤 분들은 기간제 교사 정규직화 문제를 ‘사회적 합의’로 풀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잘못된 정부 정책에서 비롯한 문제이므로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

기간제 교사들의 처우 개선과 차별 폐지도 중요한 문제다. 전기련은 차별 사례를 모아 국가인권위에 진정을 제출했고, 교육부에도 지속적으로 시정을 요구해 갈 것이다.

연대 확대를 위해 기간제 교사들의 정규직화를 지지하는 공대위 구성도 추진 중이다.

국가인권위에 제기한 진정의 핵심 내용은 무엇인가?

고용 불안과 여러 차별 문제이다.

예를 들어 ‘쪼개기 계약’은 기간제 교사들의 고용을 불안하게 하는 큰 문제다. 정교사의 결원 기간이 1년인데도 기간제 교사를 6개월 단위로 쪼개서 계약하거나 방학 기간을 제외하고 ‘학기제 계약’을 하는 경우다.

6개월 단위 계약은 기간제 교사가 다음 계약을 보장받기 위해 부당한 대우나 처우에 항변하기 힘들게 만드는 문제도 있다. 방학을 제외한 학기제 계약은 3개월 동안 급여가 나오지 않아 생계를 위협한다. 1년을 채우지 못하니 경력이나 퇴직금에서도 불이익이 생긴다.

시도 교육청들이 예산 낭비를 줄인다며 방학 기간을 계약에서 제외하는 쪼개기 계약을 부추기고 있다. 그래서 교육부에게도 교육청들이 이런 지침을 내리지 못하도록 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교사들은 경력이 3년 이상이 되면 1정 연수를 받아 1급 정교사 자격증을 받고 호봉도 승급된다. 그런데 교육부가 ‘교사 자격 검정 실무 편람’을 만들어 기간제 교사들에게는 1정 연수 기회를 제한했다. 소송에서 고등법원까지 초등중교육법 위반이라고 판결했는데도, 교육부는 대법원에 상고해 결과를 보겠다며 고집을 피우고 있다.

호봉 승급 시기 제한 문제는 모든 기간제 교사들이 가장 크게 느끼는 문제다. 호봉 승급이 지연돼 임금에서 불이익을 받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성과급, 복지 포인트, 정근수당 지급 차별과 연가나 병가 등의 휴가 부여 차별 등 여러 중요한 문제들이 있다.

노조 전환을 결정한 이유는 무엇이고 추진 상황은 어떤가?

정부는 우리와 제대로 대화조차 하지 않았다. 교육부 장관 면담을 요구한 지 수개월이 지났지만 답도 없다. 회원들은 노조로 전환하면 우리의 사용자인 교육부, 교육청에게 더 힘있게 요구할 수 있다고 기대한다. 또, 민주노총을 비롯한 노조들에 연대를 요청할 때도 우리가 노조가 아니라는 점 때문에 어려움이 있었다. 연합회의 한계를 느끼게 된 것이다.

나는 전교조 조합원이고, 전기련도 전교조에 가입해 함께 싸워 나가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전교조가 기간제 교사 정규직화에 사실상 반대 입장을 밝혔기 때문에, 이는 당장은 가능치 않게 됐다. 결국 불가피하게 독자 노조를 추진하게 됐다. 장차 이런 문제를 해결해 함께해 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

법률 자문을 받아 보니, 기간제 교사는 교원노조법을 적용받는다. 전교조와 마찬가지로 노동3권 행사에 여러 제약을 받는 것이다. 특히 조합원 자격이 쟁점이 될 것 같다. 교원노조법은 학교에 근무 중인 기간제 교사들만 교원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면 계약이 만료되거나 구직 중인 기간제 교사는 조합원 자격이 인정되지 않을 수 있다. 심지어 법외노조가 될 우려도 있다.

노조 조직률 제고를 말하고 ILO협약 비준을 약속한 문재인 정부에서 기간제 교사들이 노조 결성 권리조차 제약당하는 일이 벌어지지 않기를 바란다. 만약 그렇게 되면, 노조 결성 권리 보장을 요구하며 투쟁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기간제 교사 정규직화를 위한 공대위 구성 취지는 무엇인가? 추진 상황은 어떠한가?

우리의 정규직화 요구가 꽤 큰 반대에 부딪혔다. 여러 이유가 있었지만 정규직화 요구가 정규직 교사, 예비 교사들의 이익과 충돌한다는 것이 큰 쟁점이었다.

그러나 사실은 그렇지 않다. 우리는 기간제 교사 정규직화와 교원 확대를 함께 요구한다. 그래야 학교에서는 교사가 부족해 정규직 교사들의 노동 강도는 세지고 예비 교사들은 엄청난 경쟁을 강요받는 한편, 비정규직은 계속 늘어 가는 상황을 바꿀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가 해결돼야 더 나은 교육을 실현해 갈 수 있다.

따라서 기간제 교사 정규직화와 차별 폐지는 단지 기간제 교사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교육 노동자 처지 개선과 질 좋은 교육을 원하는 모두를 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공대위를 구성해 함께 대응해 가려는 것이다.

또, 비정규직 차별 폐지를 위해 노조 조직율을 확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모두들 말한다. 공대위를 통해 기간제 교사들의 노조 결성에 대한 연대도 함께 만들어 갔으면 한다.

전교조에도 공대위 참가를 제안했다. 전교조 지도부가 기간제 교사에 대한 입장을 제고해 함께해 주길 바란다.

지난 몇 개월의 투쟁과 활동을 돌아보면서 느낀 점과 교훈은 무엇인가?

기간제 교사들이 처음으로 집단적 항의에 나서 투쟁 경험을 한 것은 큰 성과다. 이를 통해 조직을 조금이라도 확대했고 노동자로서 권리를 찾기 위한 활동을 해 나가는 계기가 됐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번에 벌어진 기간제 교사 정규직화 논란은 노동운동이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연대를 건설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깨닫게 해 주었다. 학교와 작업장에서 연대를 쌓아 가기 위한 지속적, 일상적 실천이 필요하다. 전교조 내에는 정규직화를 반대하는 주장도 있었지만, 우리를 지지하는 목소리도 존재했다. 짧은 기간이나마 연대한 경험을 통해 여러 가능성도 느꼈다. 좀더 일찍부터 학교에서, 정규직과 기간제 교사 등 비정규직 교사들 속에서 연대를 조직했다면 전교조 내 의견 분포를 바꿀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점을 교훈으로 삼아 연대를 확대하기 위한 노력을 전교조 활동가들과 함께해 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 얼마 전 전교조 활동가 100여 명이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지지하는 연서를 발표하며 전교조 안에 ‘또 다른 목소리’가 있다고 선언했다. 무척 반가운 일이다. 그래서 이 서명자들에게도 공대위에 참가해 달라고 제안했다. 참가 결정을 내리리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