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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전교조 교사의 최후변론문

2015년 9월 23일 전교조 조합원들 수십 명이 국회 본청 앞에서 박근혜 정부의 노동개악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러나 경찰이 이를 불법 집회로 몰아 강제 연행했고, 이 교사들은 집시법 위반으로 재판을 받았다. 조수진 전교조 조합원도 그날 행동에 참가했다 10월 30일에 재판을 받았다. 아래 글은 최후변론문이다.

2015년 국회 본관 앞에서 박근혜 노동개악에 반대하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전교조 〈교육희망〉
기자회견을 마친 후 자진해산하던 조합원들이 강제 연행되고 있다. 〈교육희망〉

학교에서 일하다 보면 삶이 고단한 가정의 자녀들을 많이 보게 된다. 엊그제 밤 늦게도 자살 상담, 새벽 2시까지. 아버지는 일하다 몸을 다쳐 신체가 불편하시고 어머니가 가정 경제를 도맡아 하는… 이런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아버지는 폭력적 방식으로 아이들을 학대했고 그 때문에 정서적으로 취약한 상태였다.

내가 국회 앞 계단에서 연행되던 당시 박근혜 정부는 임금피크제, 저성과자 해고, 비정규직 확대를 추진했는데 이런 노동개악은 이런 처지에 있는 사람들에게 더 큰 고통을 강요하는 것이었다. 최근 문재인 정부가 노동개악 양대지침을 폐기한 것도 이런 고통 강요에 대한 저항 때문 아닌가. 몇 년 앞서 국회 앞 기자회견을 하고 팻말과 구호로 항의한 우리 교사들이 왜 단죄의 대상이어야 하나.

학생들을 가르치고 돌보는 교사로서 정부에 비판 목소리를 내는 것은 당연하다. 정권이 잘못된 길을 갈 때, 그것을 바로잡았던 것은 평범한 노동자 시민들의 비판과 행동이었다. 최순실 게이트로 드러난 박근혜 정부의 부정의함은 그렇게 끌어내려진 것이라 생각한다.

이 사회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평범한 노동자 시민의 비판적 역할을 억누르려 한다면 우리 사회가 어떻게 바로 잡아질 수 있겠나. 단지 집회에 참가했다는 이유로 한 농민이 물대포에 맞아 죽고, 집회를 이끌었다는 이유로 민주노총 위원장이 감옥에 갇혀 있는 부끄러운 시대다.

차가운 아스팔트와 뜨거운 땡볕에도, 눈과 비에도 촛불 들고 거리로 쏟아져 온 사람들이 사회를 바꿨다. 그리고 그 덕으로 인권변호사 출신 문재인이 대통령이 됐다. 촛불 민심은 잘못된 것을 바로 잡아야 한다는 뜻이고, 이번 재판에서도 이 점이 고려되어야 한다. 단지 기자회견을 했다는 이유로 경찰이 평범한 무고한 사람들을 잡아 가두어선 안 되며, 우리가 벌금을 물어야 할 이유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