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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트럼프 방한에 반대해야 하는가

최근의 한반도 긴장은 무엇에서 비롯했는가?

뉴스만 보면, 이 모든 긴장의 원인은 김정은이 불쑥 저지른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으로 보일 것이다. 북한 김정은 정권은 정말 골칫덩어리로 묘사하기에 딱 적합해 보인다.

그러나 우리의 시야를 확대해 보자. 그러면 핵무기 현대화를 진행하며 기존 핵무기를 10배로 늘리고 싶다는 미국 트럼프, 단 한 기만으로 프랑스 국토 면적만큼을 초토화할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을 개발한 러시아 푸틴, 다양한 미사일 개발과 핵전력 강화에 몰두하는 중국 시진핑, 마음만 먹으면 1년 안에 핵무기 수천 기를 제조할 수 있는 일본 아베가 있다.

미국 군비는 북한의 200배가 넘는다. 남한도 북한에 비해 10배에 가까운 군비를 지출한다. 이런 것만 봐도 북한 핵·미사일이 긴장 고조의 핵심 원인이라는 주장이 명백히 과장임을 이해할 수 있다.

올 4월 트럼프는 한반도 인근으로 항모를 보내며 전쟁 위기설을 부추겼다. 그리고 6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문재인과 트럼프는 대북 제재를 강화하는 등 대북 압박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그 후에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시험 발사했던 것이다.

ⓒ출처 미 해군

트럼프는 북한을 향해 험악한 말을 쏟아내며, 긴장을 엄청 높였다. 그 말들이 너무 많아 다 적기도 힘들다. 특히, 유엔 총회 연설에서 그는 “북한을 완전히 파괴할 것”이라고 윽박질렀다. 트럼프는 이 말이 빈말이 아님을 보여 주려는 듯, 한반도에 잇달아 전략 폭격기를 띄워 무력 시위를 했고, 항공모함과 핵잠수함이 동원된 전쟁 연습도 했다.

이처럼 미국의 패권 유지 야욕과 한국의 군사 동맹이 한반도를 더욱 위험한 긴장 상태로 몰아넣고 있다.

한반도에서 “군사 옵션”이 실행 가능함을 보여 줘서 트럼프는 이 지역에서 미국 우위를 분명히 하려 한다. 게다가 트럼프는 이를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는 과제와 직결시키고 있다. 문제는 이처럼 긴장이 쌓이다 보면 트럼프의 “군사 옵션”이 실제로 집행될 만한 정책으로 바뀔 가능성이다. 우리가 트럼프 방한에 항의하고 한반도 긴장 증대에 반대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인 까닭이다.

미국만 아니라 북한도 긴장 고조의 책임이 있지 않을까?

물론 핵무기를 개발하는 등 북한의 군사적 대응은 지지할 수 없다. 북한이 핵·미사일을 개발하는 것은 미국이 한반도와 그 인근에서 중국을 겨냥한 동맹 강화와 군사 행동을 합리화하는 수단이 되고 있다.

그러나 지난 30년 가까이 미국은 북핵 문제를 해결할 기회가 여러 차례 있었음을 상기해야 한다. 스스로 그 기회들을 걷어찬 게 바로 미국이었다. 그래서 경험 있고 통찰력 있는 한반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미국이 진정으로 북핵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있는지 의구심을 표한다. 그보다는 이를 이용해 자국의 전략적 이익을 관철하는 데 관심이 더 커 보인다는 것이다.

실제로 위키리크스는 미국 국무부가 2009년에 작성한 비밀 문건을 폭로한 적이 있다. 그 문건에서 미국 국무부는 “최근 북한의 도발은 미일 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기제로 작용한다”고 지적하며 “이를 통해 동맹의 기반을 강화하고 지역 안정성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자국 외교관들에게 북한 ‘위협’을 동맹 강화와 MD 추진의 명분으로 삼으라는 노골적인 지침이었다.

이처럼 지난 수십 년간 북한을 “악마화”하며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켜 온 훨씬 더 큰 책임은 미국에게 있다.

평화 운동은 미국 제국주의와 한국 지배자들의 친제국주의 정책에 반대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방한의 목적은 무엇일까?

트럼프는 이번 순방을 통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자신의 동맹국들과 군사 동맹을 강화하고 싶어 한다.

한반도에선 ‘국빈’ 대우에 국회 연설까지 한다. 트럼프는 이 자리에서 “국제 사회에 최고의 대북 압박에 동참하라고 호소할” 계획이다. 이미 트럼프는 위협적 발언들을 해 왔다. “수천 명이 죽는다면 ‘여기’(미국)가 아니라 거기(한반도)서 죽는다”.

또 트럼프는 군비를 동맹국들이 더 많이 부담하기를 원한다. 이를 위해 주한미군 주둔비 인상 등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한미 FTA 재협상 등 미국의 패권을 위한 통상압력도 가할 것이다.

그래도 문재인 대통령이 트럼프를 만나 대화를 잘하라고 촉구해야 하지 않을까?

일각에서는 트럼프가 불안하긴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외교력을 발휘해 긴장 완화를 위한 대화를 재개해 주기를 바라는 것 같다. 물론 지금처럼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보다는 대화가 열리는 게 나을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가 강력한 대북 정책을 천명하며 군사 압박을 높여 오는 상황에서 트럼프의 방한이 대화의 계기가 될 수 있을까?

차라리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의 우려가 더 현실적인 것 같다. “[트럼프는] 국회에 와서 북한을 욕하고 ‘화염과 분노’, ‘완전 파괴’ 등등 지금까지 했던 말폭탄을 한꺼번에 쏟아 내면서 문재인 대통령도 동의했다고 말할 수도 있다. 이런 말을 듣고 기립박수를 치는 국회의원들이 생길 것이고 그러면 트럼프 대통령은 더욱 기고만장해[질 것이다.](〈프레시안〉 10월 25일)

미국은 언제나 북핵 문제를 그 자체의 해결보다 중국 등 다른 강대국과의 경쟁 속에 패권을 유지하는 것을 최우선 기준으로 판단해 왔다. 따라서 설사 미국이 대화에 나선들, 언제든 대화 테이블을 박차고 나가거나 기껏 이룬 합의를 뒤집어 버릴 수 있다. 미국과 다른 강대국들은 자국의 이익을 위해 기존의 외교 합의를 쉽게 파기하곤 했다. 당장 트럼프가 찢어 버리려는 이란 핵합의 문제를 보라.

ⓒ출처 청와대

지난 2002년 한국을 방한한 당시 미국 대통령 부시 2세가 북한을 침략할 의도가 없고 대화할 준비까지 됐다고 했지만 그 해 10월 미국은 별 근거 없이 북한의 고농축 우라늄 프로그램 의혹을 제기하며 북한을 압박해 제2차 북핵 위기를 낳았다. 북한과 미국이 1994년에 맺었던 제네바 합의를 먼저 파기한 것도 미국이었다.

게다가 문재인 정부가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에 근본적으로 반대하지 않는 상황에서 이 정부를 마냥 믿을 수 없다. 당장 이번에 트럼프의 국회 연설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이를 외교 성과로 포장한 게 바로 문재인 정부였다.

여성 차별, 소수자 차별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왜 군사 긴장 고조에도 반대해야 하나?

트럼프가 중동 지역에 떨어뜨린 폭탄들은 여성과 성소수자들을 가리지 않는다. 게다가 트럼프는 차별과 혐오의 국제적 아이콘이 됐다. 국경 장벽을 쌓으며 이주를 통제하고, 그의 내각은 성소수자를 혐오하는 자들로 가득 차 있다.

미국의 대북 공세가 강화될수록 국내에서 우익을 고무시키고 육군 내 성소수자 처벌 같은 지배계급의 차별과 통제도 강화될 수 있다.

군사 긴장 문제와 차별 강화는 분리된 문제가 아니다. 자본주의가 만든 서로 다른 폭력과 오물들이다. 차별에 반대하는 사람들이라면 트럼프의 군사 긴장 고조에도 함께 반대하자.

한반도 평화를 위한 대안은 무엇인가?

역사적 경험을 돌아보면, 아래로부터 대중운동이 평화를 위한 가장 효과적인 대안이었다. 제1차세계대전은 1917년 러시아 혁명과 1918년 독일 혁명으로 끝이 났다. 1960년대 베트남 전쟁을 미국의 패배로 끝낸 것도 베트남 인들의 저항과 함께 세계적으로 확대된 반전운동 덕분이었다.

지금 우리에겐 제국주의에 맞서는 대중적 평화 운동이 필요하다. 이 운동은 트럼프에 반대하고, 문재인 정부에 트럼프의 패권 정책에 협력하지 말라고 요구하면서 긴장 고조 행위를 중단하라고 요구하는 방향이어야 한다.

물론 초기 평화 운동은 소수에서 출발하더라도 미리 운동의 구심을 형성한다면 한반도에 군사적 긴장이 첨예해졌을 때 큰 힘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트럼프 방한 반대 운동은 평화 운동을 건설하는 시작이자 계기가 될 수 있다.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서 오는 11월 4일, 11월 7, 8일 집회에 적극 참가하자.

ⓒ이미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