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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 혐오의 화신 트럼프 방한에 반대하자

트럼프는 대통령 당선 전 자신이 ‘성소수자들의 친구’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트럼프가 취임한 지 불과 한 시간 만에 백악관 웹사이트에 LGBT(레즈비언, 게이, 바이섹슈얼, 트랜스젠더)에 대한 모든 문구가 사라졌다. 트럼프의 대통령 취임식에서는 ‘성경’을 이유로 동성애를 공개적으로 비난한 프랭클린 그레이엄 목사가 대표 기도자로 섰다.

예상대로 트럼프 내각은 온갖 성소수자 혐오자들로 채워졌다. 대표적으로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극렬 동성애 혐오자다. 그는 2000년에 자신의 홈페이지에 ‘HIV 감염 치료에 쓰일 돈이 차라리 동성애자 전환 치료에 쓰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가 얼마나 동성애 혐오에 확고한지, 심지어 트럼프마저도 마이크 펜스에 대해 “그는 모든 게이를 다 목매달고 싶어한다” 하고 “농담”하기도 했다!

트럼프에 반대하는 미국의 성소수자들 ⓒ출처 Mathias Wasik(플리커)

법무부 장관 제프 세션스는 공화당 의원 시절에 동성 결혼 인정과 직장 내 성소수자 차별금지법, 혐오 범죄의 범주에 성적 지향·성별 정체성으로 인한 피해를 포괄하는 법 등 성소수자들의 권리를 보장하는 법에 모두 반대표를 던졌다.

9월 말 사임한 트럼프의 전 보건복지부 장관 톰 프라이스는 트랜스젠더 학생이 자신의 성별 정체성에 따라 화장실을 사용하게 하는 조처를 “어처구니 없다”며 비판한 자고, 교육부 장관 벳시 디보스는 동성 결혼에 반대하는 국민투표를 관철하기 위한 캠페인에 약 20만 달러(약 2억 2000만 원)을 기부한 자다. 육군부 장관 후보자였다가 낙마한 마크 그린은 트랜스젠더를 “질병”으로 여긴다고 공공연하게 말했다.

성소수자 혐오 인사로 들어찬 트럼프 정부는 성소수자에 관련한 정책들을 후퇴시켰다. 트럼프는 트랜스젠더 학생들이 자신이 원하는 성별에 따라 화장실을 사용하도록 한 권리보호 지침을 철회했다. 많은 트랜스젠더들이 출생 성별대로 화장실에 갔을 때 욕설을 듣거나 심지어 폭행을 당하곤 하는데, 이런 고통은 거들떠도 보지 않겠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트랜스젠더가 야기할 천문학적인 의료 비용과 혼란이라는 부담을 질 수 없다”며 군대 내 트랜스젠더 군복무 금지 행정명령을 내렸다가, 최근 법원에 의해 제동이 걸린 상황이다. 올해 7월 법무부는, 게이라는 이유로 일자리를 잃은 스카이다이빙 강사의 소송에 대해 ‘직장 내 성차별을 예방하기 위한 인권법은 성소수자의 권리까지 보호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법정에 제출했다.

트럼프는 그의 지지 기반 중 하나인 기독교 우익들과 손잡고 성소수자 혐오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 트럼프는 10월 13일, 기독교 우익들이 다수 포함된 반낙태·반동성애 단체들의 연례 대회에서 지지 연설을 했는데, 미국 대통령 중 처음이었다. 혐오 세력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트럼프는 미국 성소수자들에게 ‘혐오의 아이콘’이다. 트럼프 당선 이후 진행된 올해 성소수자 자긍심 행진은 최근 들어 가장 정치적인 행진이었다. 몇몇 지역의 행사는 아예 ‘저항 행진’으로 기획됐다. 여기저기서 트럼프의 이주민·성소수자 차별 정책을 규탄하는 팻말과 배너가 등장했다. “하나님은 ‘호모’를 싫어한다”는 기독교 우익의 혐오 팻말을 패러디 해, “’호모’는 트럼프를 싫어한다”는 팻말을 가지고 나온 사람들도 있었다. 캘리포니아 북부의 샬롯시 자긍심 행진 조직자들은 트럼프 지지자들의 참가를 공식적으로 거부하기도 했다.

이처럼 미국 성소수자들의 적인 트럼프 정부가 자신의 제국주의 정책을 가리기 위해 대외적으로 성소수자 단체를 지원하는 일(“핑크 워싱”)은 특히 역겨운 일이다. 주한 미 대사관이 지난 몇 년 간 한국의 퀴어퍼레이드에 후원을 하고 부스에 참가한 일이라든지, 대구 퀴어퍼레이드에 참가해 트럼프 사진을 건 부스를 차린 일이 대표적이다. 성주에서 1시간 거리밖에 안 떨어진 대구 퀴어퍼레이드에서 이런 부스를 차린 것은, 소성리 할머니들을 짓밟으며 사드를 배치한 자신들의 폭력을 가리려는 연막일 뿐이었다.

트럼프 정부는 체첸 동성애자 수용소 사태에 일언반구 없으며, 무엇보다도 국경을 열어 그들을 난민으로 받아들이고 있지 않다. 최근 중동의 대표적 친미국가인 이집트에서는 대대적 성소수자 탄압이 벌어지고 있다. 미 국무부가 비판 성명을 내긴 했으나, 여전히 미국과 이집트의 동맹은 굳건하다.

따라서 트럼프가 한국 땅을 밟고 ‘국빈’ 대접을 받는 것은 끔찍한 일이다. 트럼프 방한은 한반도의 긴장을 증폭시켜서 성소수자를 포함한 대다수 민중의 삶을 더욱 불안하게 만들 뿐 아니라, 한국의 친미적 반동성애 단체들의 기세도 등등하게 할 것이다.

한국의 성소수자들은 전 세계 억압받는 민중의 적 트럼프의 방한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