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민 천대와 인종차별에 반대한다면 트럼프 방한에 반대해야 한다. 트럼프는 한반도 긴장 고조의 주범일 뿐 아니라 노골적인 인종차별주의자이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인종차별적 정책들로 수많은 이주민들을 고통스럽게 해 왔다.

대표적인 것 중 하나가 취임 직후 내놓은 무슬림 입국 금지 행정명령이다. 트럼프는 테러리스트를 막는다는 명분으로 이를 정당화했지만, 트럼프가 더욱 강화하고 있는 제국주의적 개입과 침략이야말로 테러 위험이 높아지는 진정한 원인이다. 이를 가리기 위해 테러 위험을 이주민 탓으로 돌리며 억압을 강화한 것이다.

지난해 가장 많은 난민이 발생한 시리아, 셋째로 많은 아프가니스탄 등 무슬림 입국 금지 행정명령의 대상 대부분이 주요 난민 발생국이라는 점에서 더욱 악랄하다. 이 나라들은 미국과 서방 강대국들의 개입과 침략으로 쑥대밭이 돼 수많은 난민이 발생하고 있다. 트럼프는 지난 4월에도 시리아를 폭격했고, 아프가니스탄에는 재래식 무기 중 가장 강력하다는 초대형 폭탄(MOAB)을 투하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미등록 이주 아동 추방 유예 행정명령을 폐기해 미성년자 약 80만 명을 단속 추방될 처지로 내몰았다. 미국과 멕시코 간 국경 장벽 설치, 이민 단속 대폭 강화, 영주권 발급 건수 절반으로 축소 등을 내용으로 하는 이민법 개정도 요청했다.

이런 트럼프가 세계 최강대국의 수장으로 앉아 있는 것은 전 세계 우익들의 자신감을 고무하는 효과를 내고 있다. 프랑스, 독일, 오스트리아 등 유럽 주요 국가의 공식정치에서 나치가 성장한 것은 부분적으로 이를 반영하고 있다.

그래서 트럼프가 당선하자마자 미국 전역에서는 노동자와 학생들의 항의 시위가 벌어졌다. 무슬림 입국 금지 행정명령은 반대 운동의 압력 속에서 번번히 제동이 걸려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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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당선 직후 영국 왕실이 트럼프를 국빈 초청할 의사를 밝히고 당시 총리 테레사 메이가 트럼프에게 제안하자, 불과 일주일 만에 이를 취소하라는 청원에 180만 명이 서명하는 일도 있었다.

이제 그 바통을 한국의 노동자·민중이 이어받아야 할 차례다.

11월 2일(목) 광화문 세월호광장 앞에서 ‘인종차별·반이민정책·소수자 차별 트럼프 방한을 환영하지 않는다! 이주노동인권단체 공동기자회견’이 열렸다. 이 기자회견은 이주공동행동,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 이주인권연대, 경기이주공대위가 공동 주최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트럼프의 인종차별과 반이민정책을 규탄하며, 북핵을 빌미로 한 미국 정부의 한반도 긴장 고조 문제가 이주민들에게도 예외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주민들도 전쟁 위협으로 인한 불안감에 시달릴 뿐 아니라 한반도 긴장 고조가 이주민을 억압하는 법·제도로 이어지기도 한다. ‘북한 테러 위협’ 운운하며 민주적 권리를 제약하는 테러방지법을 정당화했던 사례가 이를 보여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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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미국과 전 세계에서 인종차별과 트럼프에 맞서 벌어지고 있는 운동에 연대를 표명했다.

트럼프는 인종차별과 소수자 혐오의 국제적 아이콘이며, 트럼프가 벌이고 있는 제국주의적 개입과 군사 긴장 고조는 인종차별과 이주민 억압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따라서 인종차별에 반대한다면 트럼프 방한에 반대해야 한다.

환영 받아야 할 사람은 트럼프가 아니라 내국인이 기피하는 열악한 곳에서 일하며 한국 경제에 기여하고 있는 이주노동자들, 차별과 억압에 맞서 살아가고 있는 이주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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