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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재·보선과 ‘미니 지방선거’:
속 시원한 트럼프의 참패, 반가운 진보 성향 후보의 선전

트럼프가 방한한 11월 7일(현지 시각) 미국 내 50여 곳에서 치러진 상·하원, 주지사·주의원·시장·시의회·지방검사 등 선거에서 우파가 참패했다.

주요 지자체인 뉴저지·버지니아주 주지사 선거와 뉴욕시장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가 승리했다. 트럼프가 아시아 순방 중 트위터로 “[민주당 후보] 랠프 노덤이 주지사가 되면 [버지니아주에] 범죄가 들끓을 것”이라며 지원사격을 했는데도 공화당 후보가 참패했다. 무안해진 트럼프는 ‘어쨌든 하원 의석은 지켰다’며 얼버무렸지만, 이번 선거에서 공화당이 지킨 하원 지역구는 모두 ‘보수의 텃밭’으로, 애초부터 의미 있는 선거전이 벌어진 곳이 아니었다.

이번 선거에서 더 의미심장한 특징은 진보 성향 후보가 선전했다는 것이다.

2016년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이후 버니 샌더스 지지자들이 결성한 단체 ‘아워 레볼루션’(‘우리의 혁명’이라는 뜻으로, 버니 샌더스가 선거 후 저술한 책 제목에서 이름을 따 왔다)이 지지를 밝힌 후보가 20여 곳에서 당선했다. 지난달 친(親)샌더스 성향 의원 네 명을 민주당전국위원회에서 제명한 후, 민주당 지도부는 친(親)샌더스, 진보 성향 후보들의 선거 도전을 거의 지원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진보 성향 후보들이 선전한 것이다.

그중에는 ‘사회주의’를 주장하며 선전한 후보도 여럿 있다. 그중 한 명이 버지니아주 주의회 선거에서 공공연히 ‘사회주의자 후보’를 자처한 청년 후보 리 카터이다. 그는 공화당 주의회 원내총무인 상대 후보의 반공주의 마녀사냥에도 큰 표차로 당선했다.

'사회주의자 후보'를 자처한 좌파 성향 후보를 지지하러 모여든 LGBT 활동가들 ⓒ출처 리 카터 트위터

필라델피아에서는 ‘흑인들의 목숨도 소중하다’, ’점거하라’ 운동을 대변해 법정 투쟁을 벌인 변호사가 지방검사로 선출됐고, 미니애폴리스에서는 커밍아웃한 트렌스젠더 여성이 트랜스젠더 차별 법안을 입안한 현직 공화당 의원을 꺾고 시의원에 당선했다.

같은 날 주민투표를 치른 곳에서도 의미 있는 결과가 있었다. 트럼프는 꾀죄한 미국 의료 복지(오바마케어)마저도 당선 전부터 공격해 왔는데, 메인주는 7일 주민투표로 현행 메디케이드(저소득층 대상 의료 보조 제도)의 적용 범위를 확대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선거에서는 트럼프 정부에 대한 반감이 정치적으로 표현되고 있음을 흘낏 엿볼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전부 민주당 지지로 환원되지는 않는다. 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정치인은 (민주당 의원인) 버니 샌더스이지만 민주당 자체의 지지율은 최근 25년 사이 최저이다. 민주당보다 왼쪽 성향인 미국인이 꽤 많음을 알 수 있다.

이번 선거로 확인된 미국 민중의 변화 염원이 의미 있는 정치 대안으로 열매 맺기를 바란다. 그 과정에서 미국 좌파들이 할 과제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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