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핵심 노동 정책인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정책은 추진 4개월 만에 별 볼 일 없음이 분명해졌다.

7월 20일 정부가 내놓은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은 “상시·지속 업무의 정규직 전환”과 간접고용 비정규직 대책을 포함한 점이 핵심이었다. 그런데 10월 하순 발표된 ‘공공부문 비정규직 특별실태조사 결과 및 연차별 전환계획’은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게 없다는 말이 꼭 들어맞았다.

누더기 비정규직 대책에 항의하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었다 ⓒ이미진

첫째, 정부는 2020년까지 20만 5000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말이 정규직이지, 전환 대상의 대다수는 무기계약직이거나 자회사로 채용된다. 온전한 정규직화와는 거리가 멀다.

더구나 그 대상은 정부가 스스로 집계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41만 6000명 중에서도 49퍼센트에 불과하다. ‘비정규직 제로’는 근처에도 가지 못한 것이다. 정부가 상시·지속 비정규직이라고 인정한 14만 1000명(60세 이상 고령자, 기간제교사, 영어회화전문강사 등)을 대상에서 제외했다.

그래 놓고 정부는 이번 계획이 “상시·지속적 업무에 대한 정규직 채용 관행을 확립”한 것이라고 자화자찬한다. 그러나 온갖 예외 사유를 두어 무기계약직화조차 최소화하고 새로운 기간제 채용을 지속해 온 이전 정부들과 비교해 봐도, 별로 나은 수준이 못 된다.

둘째, 이번 대책에서 가장 주목 받은 간접고용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은 거의 사기에 가깝다는 것이 드러났다. 파견·용역의 40퍼센트가 제외됐을 뿐만 아니라, 전환 대상 대부분이 자회사 고용이기 때문이다.

그 결과 간접고용 문제 해결의 시금석으로 여겨진 인천공항공사에서 사측은 1만 명 중 고작 500~800명만 직접고용하고, 대다수는 자회사로 전환하는 안을 내놓았다. 철도공사도 간접고용 9187명 중 고작 15퍼센트인 1337명만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내놨다. 이 두 곳 모두 정부가 선정한 정규직 전환 ‘전략기관’인데도 이 모양이다.

셋째, 이런 전환조차 비정규직 고용 승계가 아니라 공개 채용을 한다고 하니, 일부 노동자들은 해고가 될 수도 있다. 채용되더라도 신규채용이라는 이유로 기존의 경력과 근속을 제대로 인정해 주지 않는 경우가 흔하다.

정부와 공공기관들은 ‘형평성’ 잣대를 들이대 이를 정당화하지만, 완전한 위선이다. 정부는 비용 절감을 압박해 공공부문에 비정규직을 양산해 온 주범으로, 비정규직의 열악한 조건에 책임이 있다. 이 노동자들을 고용 승계하고 처우 개선하는 것은 불공정한 ‘특혜’가 전혀 아니다.

생색내기 수준의 처우 개선

넷째, 비정규직 대책에서 고용 안정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처우 개선이다. 그런데 정부는 기존의 무기계약직 노동자들에 대한 처우 개선은 아예 대책에 포함하지 않았다.

학교비정규직 노조들은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근속수당 인상을 요구하며 집회, 농성, 단식까지 하며 싸웠다. 노동자들의 저항으로 교육부가 일부 인상안을 내놓았지만, 최저임금 인상 효과를 무력화하는 공격이 함께 벌어졌다.

새롭게 무기계약직이 되거나 자회사로 고용되는 이들의 처우 개선도 미미할 것이 분명해 보인다. 정부가 “재정 부담 최소화”를 거듭 밝히고 있어서다. 그에 대한 예산도 아예 책정하지 않았다. 그래서 각 기관들은 ‘기재부가 여전히 돈줄을 죄고 있다’며 알아서 규모를 최소화하고, 처우 개선도 극히 미흡한 계획을 내놓고 있다.

정부는 11월 중에 청소·시설관리 등 주요 직종의 ‘임금체계 표준모델’을 내놓을 계획인데, “일률적인 호봉제 적용을 지양”한다고 못 박고 있다.

연구용역을 맡은 한국노동연구원 측은 비정규직의 임금체계로 직무급제를 제시해 왔다. 이는 ‘직무 차이’를 명분으로 비정규직의 저임금을 정당화하고, 호봉에 따른 인상을 없애 임금을 억제하겠다는 의미다.

한편, 철도공사 사측은 “기존 직원 인건비 조정”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도 비정규직에 대한 매우 미흡한 수준의 처우 개선에 머물고는, ‘노동자 사이에 격차가 줄지 않고 있다’며 정규직 노동자들의 임금 억제를 위한 임금체계 개편을 추진하려 한다. 전반적인 상향평준화가 아니라, 바닥을 조금 끌어올리고 위를 끌어내려 전반적인 임금 비용을 줄이려 하는 것이다. 정부가 ‘공정임금 체계 확립’ 운운하는 것은 바로 이런 목적이다.

그 점에서, 노동자 간 격차 축소에 주목하는 일부 노동운동 지도자들과 학자들이 ‘정규직 노조의 기득권 유지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 걸림돌’이라고 비판한다든가, 정규직 노조가 직무급제 도입을 수용하는 ‘사회적 대타협’에 나서는 것이 “연대성”이고 “계급성”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위험하다.

서울지하철노조 집행부가 일부 보수적 노동자들의 비정규직 정규직화 반대를 추수해 온전한 정규직화에서 후퇴한 입장을 공식으로 채택한 것은 유감이다. 정부는 이런 반발을 조장하고 키운 책임이 있다. 재원을 책임지지 않아 정규직의 임금·조건이 압박 받는 상황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에게 정규직화와 처우 개선을 위한 재정을 내놓으라고 요구하며 투쟁해야 한다. 그래야 노동자들이 반목하지 않을 수 있고, 무엇보다 제대로 된 정규직화를 쟁취할 수 있다.

그러려면 문재인의 개혁이 좌초할까 걱정하며 ‘비판적 협력자’로 자리매김할 것이 아니라, 정부와 독립적으로 노동자들의 투쟁을 고무하고 확대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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