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와 시진핑 두 호전적 제국주의자들 ⓒ출처 백악관

트럼프가 대통령 당선 이후 처음으로 동아시아를 순방하고 있다.

트럼프가 순방 길에 오를 때 미국 국내에서 그의 입지는 그리 좋지 않았다. 특별검사 뮬러가 트럼프 대선 캠프 핵심 관계자들을 러시아와 내통한 혐의로 기소했다. 트럼프의 지지율은 최저치를 찍었다. 이를 반영하듯, 11월 7일 미국 50여 곳에서 실시된 지방선거에서 공화당이 참패했다. 트럼프는 동아시아 순방을 통해 이런 처지를 만회할 필요가 컸다.

트럼프는 아이시스(ISIS, 이라크·시리아 이슬람국가) 몰락 이후 중동 질서의 재편 문제도 신경 쓰일 것이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파워 게임 때문에 레바논 등지에서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11월 9일 〈파이낸셜 타임스〉는 이렇게 지적했다. “지난 며칠 동안 걸프 지역[페르시아 만]의 긴장을 높이는 일련의 일들이 벌어졌다. 오랫동안 수면 아래서 진행되던 사우디아라비아와 그 숙적 이란 사이의 냉전이 머지않아 열전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따라서 트럼프는 중동 상황과 국내 세력 관계 그리고 자신이 지난 수개월 동안 긴장을 엄청 높여 놓은 동아시아에서 자신의 지도력을 증명하는 과제가 있다.

트럼프의 순방 일정에서 가장 중요한 일정은 중국 방문이었다. 중국은 그에게 2535억 달러어치 구매·투자 계약이라는 통 큰 선물을 안겨 줬다.(그중 대부분이 법적 구속력이 없는 양해각서라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북핵 문제가 중요한 쟁점이었지만, 시진핑은 이번에도 트럼프의 대북 압박 요구를 다 수용하지 않았다.

트럼프는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을 상대로도 확실한 거래를 요구했다. 아베와 문재인 모두 그의 마음을 사로잡으려고 애썼다. 문재인은 경찰력을 2만 명 가까이 투입해 반트럼프 시위대를 가로막고, 트럼프와 나란히 서서 대북 압박 강화를 약속했다. 일본과 한국은 트럼프에게 막대한 무기 수입과 대미 투자도 약속했다.

인도-태평양

그러나 트럼프가 아베와 문재인에게서 100퍼센트를 얻은 것은 아니었다. 아베 정부는 트럼프가 버린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여전히 포기하지 않았고, 트럼프가 선호하는 양자 무역 협상에는 미온적 태도를 보였다. 문재인 정부는 중국과의 관계를 의식해 트럼프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대한 공개 지지를 유보했다.(물론 문재인은 노무현처럼 ‘마음은 균형외교, 몸은 한·미(·일) 동맹’으로 기울 공산이 크다.)

반면 중국 시진핑은 이제 중국이 자유무역과 세계화의 수호자라고 과시하며, ‘일대일로’ 전략으로 트럼프가 버리고 간 빈자리를 채우겠다고 달려들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미국은 군사와 경제 모두 세계 최강이고, 미국의 패권을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수호하겠다는 트럼프의 의지는 결코 무시할 수 없다.

트럼프가 순방 중일 때 “누구도 필적할 수 없는” 미국 항공모함 3척이 서태평양에서 연합 훈련 준비에 들어갔다. 8일 미국 상하원협의회는 국방예산을 전년 대비 13.1퍼센트나 증액한 국방수권법안에 합의했다. 문재인이 마련한 국회 연단에서 트럼프가 “이제는 변명의 시대가 아니라 힘의 시대”라고 선언한 것을 눈여겨봐야 하는 까닭이다.

이번 순방 이후에도, 흔들리는 패권을 다잡기 위한 트럼프의 위험한 도박은 계속될 것이다. 제국주의 간 경쟁 속에 한반도 긴장 고조 상황이 쉽게 해소되지 않을 것이고, 진보·좌파가 평화 운동을 건설해야 할 필요는 더 커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