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에서 노조 선거가 진행 중이다. 박근혜를 끌어내린 투쟁의 여파 속에서 치러지는 이번 선거에서는 민주파 집행부가 들어설 수 있다는 기대감이 생긴다.

KT노조 제13대 중앙위원장 후보 이상호 ⓒ출처 KT전국민주동지회

민주파 진영의 후보인 이상호 KT전국민주동지회(이하 KT민주동지회) 전 의장(사진)이 기호 2번으로 출마했다.

이상호 후보는 2001년 민영화 사전 정지 작업인 114 분사화에 반대하는 투쟁에 참가해 파면당했다. 2014년 사측이 눈에 거슬리는 노동자들을 밀어내려고 설립한 업무지원단에 맞서 ‘업무지원단 철폐 투쟁위원회’를 조직하고 집행위원장을 맡는 등 투쟁을 주도했다. 박근혜 퇴진 운동에 적극 동참하고, 최근 트럼프 방한 반대 투쟁에도 열의 있게 참가했다.

불법 선거 개입

2002년 한국통신 민영화 이후 KT에서는 계속된 구조조정으로 4만여 명이 쫓겨났고 이 자리는 비정규직으로 대체됐다. 2014년 박근혜의 낙하산으로 부임한 현 황창규 회장은 8000여 명을 강제로 명예퇴직시켰고, 대학생 자녀 학자금 지원 제도를 폐지하고,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다.

친사측 노조 집행부도 이를 적극 수용했다. 2009년 성과연봉제 도입이나 2013년 저성과자 해고제도 도입 때처럼 말이다.

KT의 민주파 활동가들은 KT민주동지회를 결성해 사측의 공격에 맞서는 구심 역할을 해 왔고 민주노조를 만들기 위해 선거 도전도 계속했다.

사측은 민주파의 당선을 막으려고 온갖 불법과 부정을 저질렀다. 노조 선거 때마다 직원 성향을 분석한 후 일대일 면담으로 회유하고 협박해 사측 후보에게 투표하도록 강요했다. 게다가 친사측 집행부는 투개표소를 잘게 쪼개 10~20명 단위로 투표하도록 만들어, 누가 사측 후보에게 투표하는지를 사측이 쉽게 감시할 수 있도록 도왔다.

바람

하지만 최근에는 조합원의 자신감이 살아나는 조짐이 있다. 이상호 후보와 7개 지방본부의 민주파 후보들이 지난 선거보다 두 배 가까운 수의 추천 서명을 받아 후보 등록에 성공했다.

11월 7일 노조선거불법개입 및 투개표소 쪼개기 규탄 기자회견 ⓒ출처 KT전국민주동지회

민주파 후보가 유세할 때 조합원들의 지지 표현도 예전보다 많아졌다. 아마도 박근혜 퇴진 촛불운동의 승리가 KT 노동자들의 자신감에 좋은 영향을 줬기 때문일 것이다. KT 노동자들은 퇴진 촛불에 적극 참가했다. 그렇지 않은 노동자들도 광화문 KT 본사 앞에서 열린 촛불 집회에 영향을 받았을 것이다. 특히 KT 회장 황창규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된 자다. 다수의 KT노동자들은 황창규를 ‘적폐’로 보고 있다. 한편, 친사측 후보는 삭발하고 붉은 머리띠를 묶고 출마했다. 가당찮은 일이지만 조합원의 정서가 어떤지를 보여 주는 현상이다.

9월 13일 출범한 ‘KT 적폐 청산! 민주노조 건설! 비정규직 정규직화! 통신 공공성 실현!’을 위한 범시민공동대책위원회’(약칭 ‘KT민주화연대’)도 이번 선거에서 민주파에 적극 연대하고 있다.

KT민주화연대의 연대 활동은 KT민주동지회 활동가들이 자신감을 가지고 선거에 나가는 데에 도움이 된다. KT 노동자들이 민주파 후보 지지를 드러낼 수 있게 자신감을 높이는 효과도 주고 있다.

민주파 이상호 후보가 당선한다면, 이는 지난 20여 년간 민영화와 구조조정에 시달린 KT 노동자들이 자신감을 회복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무엇보다 부당 노동 행위를 일삼고 노동 조건을 마구 공격해 온 KT에서 민주노조 깃발이 세워진다면 다른 부문 노동자들에게 좋은 효과를 낼 것이다. 통신 공공성 강화와 KT 재국유화를 요구하는 투쟁, KT 그룹사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과의 연대 투쟁을 건설할 자신감도 얻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