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광장 가득한 민주노총 노동자들 12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2017 전태일 열사 정신계승 전국노동자대회’가 열리고 있다. 올해는 1987년 노동자 대투쟁 30주년이다. ⓒ노동자 연대

11월 12일 오후 민주노총 전국 노동자대회(“모든 노동자들의 노조 할 권리 쟁취! 2017 전태일 열사 정신 계승 전국노동자대회”)가 서울시청광장에서 열렸다.

민주노총 조합원과 연대단체 등 3만여 명이 모였다. 문재인 정부 들어 첫 대규모 전국 집중 집회였다. 이날 집회에서는 촛불 정부라 자임하는 문재인 정부가 노동 적폐 청산을 외면하고 있는 것을 규탄하는 목소리가 주를 이뤘다.

특히, 오늘 집회는 문재인 정부가 말로만 “노동 존중”을 말하고 실제 행동에서는 그렇지 않은 것에 선진적인 조합원들의 불만이 상당하다는 걸 보여 줬다. 박근혜 정권 퇴진의 촉발자 구실을 한 민주노총 노동자들은 새 정부에게 적폐 청산을 요구할 자격이 있다. 조합원들은 문재인 비판 발언에도 호응했고, 한상균 위원장 석방 촉구 영상도 꽤 집중해서 봤다. 낙관도 있겠지만 그조차도 새 정부에 기대감(환상)이 커서 그런 것은 아닌 것이다.

한국GM 창원 비정규직, 티브로드, KTX 승무원, 현대차 판매연대 비정규직 등 지금 해고와 탄압에 맞서 투쟁 중인 노동자들의 절절한 투쟁(결의와 연대 호소) 발언도 참가자들의 주목을 끌었다. 당장 이날 새벽에만 건설노조와 금속 충남 파인텍지회가 각각 노동기본권 쟁취와 고용과 민주노조 사수 등을 요구하며 서울에서 고공 농성에 들어갔다.

오늘 최종진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의 대회사도 노동자들의 이런 불만을 표현했다.

“민주노총은 박근혜 정권의 노동개악 강행을 박근혜 정권의 무덤으로 만들었습니다. 촛불항쟁의 시작에 파업 중이던 철도 동지들이 있었고, 민주노총이 있었습니다. … 새 정부가 출범해 6개월이 지나고 있습니다. … 포장지는 바뀌는 것 같은데 속 내용물은 제대로 바뀌지 않고 있습니다. … 지금 당장 정부정책과 의지로 가능한 노동적폐청산 5대 요구에 대해 정부는 답하지 않고 있습니다. ... 노조 할 권리 보장을 위한 노동법 전면 개정에 나서지 않는다면 문재인 정부의 노동 존중은 빛좋은 개살구로 전락하고 말 것임을 다시 한 번 경고합니다.”

금속노조 김호규 위원장, 전교조 조창익 위원장도 문재인 정부가 한상균 위원장 석방, 전교조의 노조 인정을 외면하는 것을 규탄했다. 건설노조 장옥기 위원장은 건설근로자법 개정을 위한 11월 28일 상경 파업의 결의를 밝히고 지지를 호소했다.

아쉬움도 있었다. 촛불의 염원, 노동자들의 염원에 턱없이 못 미치는 문재인 정부에 대한 폭로는 충분했고 호응도 받았지만, 그런 정부에 민주노총이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분명한 방향이 제시되지 않은 것은 아쉬웠다.

한국GM 창원 비정규직, 티브로드, KTX 승무원, 현대차 판매연대 비정규직 등의 투쟁 발언은 마지막 순서임에도 주목을 끌었는데, 더 많은 노동자들이 집중해 들을 수 있는 순서로 배치됐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 민주노총의 비정규직 중시는 바로 이런 투쟁들을 강조해 지지하고 연대를 건설하는 것으로 입증돼야 할 것이다. 전국노동자대회의 기본 취지도 바로 투쟁하는 노동자들의 교류와 연대를 만드는 것 아니겠는가.

본 대회가 끝난 후에는 5000여 명이 종로, 광화문광장 등 서울 도심을 행진했다.(4000명 넘게 참가한 건설 노동자들이 여의도 고공농성 지지를 위해 대회 도중 자리를 뜨는 등의 사정으로 집회 규모보다는 행진 규모가 줄었다.) 참가자들은 한상균 위원장 석방, 노조 탄압 중단, 노조 할 권리 보장, 일자리 보장, 비정규직 정규직화 등의 요구를 시민들에게 알렸다.

11월 11일에는 여의도공원에서 전야제를 열고 투쟁 사업장 결의대회와 문화한마당을 열어 연대와 투쟁을 결의하는 자리도 만들었다. 이날 낮 전국공무원노조도 서울역광장에서 ‘해직자 원직복직! 설립신고 쟁취! 정치기본권 쟁취! 성과급(연봉)제 폐지! 문재인 정부 약속 이행 촉구 공무원노동자 총궐기’를 열었다. 조합원 4000여 명이 참가해 매우 활기차게 진행됐다.

서울광장에서 열린 ‘2017 전태일 열사 정신계승 전국노동자대회’에서 민주노총 산하 산별노조와 연대단체 깃발들이 입장하고 있다 ⓒ조승진
‘2017 전태일 열사 정신계승 전국노동자대회’에 참가한 노동자들이 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조승진

12일 사전 대회들

오늘 본대회 전에는 금속, 건설, 공공, 이주노동자 등 주요 산별노조들이 광화문 사거리, 서울역 광장 등에서 사전 집회를 열고 각자의 요구를 알리고 투쟁 결의를 다졌다.

오후 2시경 파이낸셜센터 앞 차도에서 열린 금속노조 결의대회에는 4000여 명이 모였다. 구조조정 문제가 단연 화두였다. 대회장 입구에선 한국지엠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우선 해고에 반대해 리플릿을 반포했고, 구조조정 위협을 받고 있는 금호타이어, 성동조선에서 발언했다.

성동조선 강기성 지회장이 날카롭게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정책을 비판했다.

“있는 일자리도 지키지 못하면서 무슨 일자리 창출을 얘기하냐? 정부가 계속 구조조정을 방치한다면 죽기로 싸울 수밖에 없다.”

금속노조 신임 김호규 위원장은 조합원들에게 두 가지를 약속했다. “투쟁을 조합원 눈 높이에 맞추겠다. 교섭보다 투쟁을 우선하겠다.” “조합원의 눈높이와 요구”를 중시하겠다는 것이 구조조정 저지와 임금-노동조건 방어를 위한 투쟁을 힘있게 건설하는 것으로 이어지길 바란다.

11월 28일 상경 파업을 계획하고 있는 건설노조의 결의대회도 조합원들이 4000명 넘게 모였다. 집회 후 서울역에서 시청광장까지 힘있게 행진을 해서 왔다. 건설노조의 28일 상경 파업은 퇴직공제부금 인상 및 건설기계 전면 적용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한 ‘건설근로자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건설근로자법) 개정 요구를 걸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조합원 4000여 명도 시청광장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문재인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의 허구성을 비판했다. 정부에게 법외노조 철회, 성과급-교원평가 폐지를 요구하며 지도부가 농성을 시작한 전교조도 250명이 모여 하반기 총력 투쟁을 결의했다. 전교조는 하반기 연가투쟁을 조합원 총투표로 결정했다.

이주노동자들도 고용허가제 폐지 등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본 대회에서 고용허가제와 숙식비 공제 지침 폐지를 요구하는 리플릿을 배포했는데, 이주노조 조합원들이 이주노동자 배척 쟁점이 있는 건설노조 대열에 가서 직접 일일이 배포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우다야 라이 이주노조 위원장은 이들 중 90퍼센트가량이 리플릿을 받았다고 전했다.

본대회 전에는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의 노조를 통합한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조가 출범대회를 열었다. 하청·파견·용역 등 대형 마트에서 일하는 모든 노동자들을 가입 대상으로 삼았다. 한편, 대회장 곳곳에서는 민주노총 위원장 선거에 출마한 후보조들이 모처럼 대규모로 모인 조합원들에게 자신들을 알리려고 분주했다.

11월 12일 오후 건설노조 조합원들이 서울역에서 열린 ‘총파업 투쟁 선포 결의대회’를 마치고 ‘2017 전태일 열사 정신계승 전국노동자대회’가 열리는 서울광장으로 행진하고 있다 ⓒ조승진
12일 오후 이주노동자들이 서울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전국노동자대회 이주노동자 사전대회’를 열고 있다 ⓒ이주노동자 노동조합
차별금지법제정연대 활동가들이 전국노동자대회에 참가한 노동자들에게 차별금지법 제정 서명을 받고 있다. 서명운동에 대한 노동자들의 호응이 컸다. ⓒ조승진

11월 11일 사전 집회들

본 대회 전날 오후 6시부터 여의도공원에서는 노동자대회 전야제가 열렸다. 손배가압류, 해고, 복수노조 등으로 탄압받고 있지만 굴하지 않고 투쟁하는 사업장 노동자들의 결의대회가 있었다. 날씨가 추워지고 해가 저문 뒤였지만, 2000명 정도가 참석했다. 금속노조 대열이 가장 많았다.

손배가압류 탄압 사업장을 대표해서는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김득중 지부장이, 복수노조 조항을 이용해 사측 노조를 만들어 탄압한 사업장 대표는 발전노조 신현규 위원장이 발언했다. 간접고용으로 노조 인정을 못 받고 있는 양주석 대리운전노조 위원장도 환영받았다. 해고자가 137 명인 전국공무원노조의 조창형 회복투 위원장이 해직 공무원을 내쳐야 노조로 인정하겠다는 정부를 비판했다. 사회자는 공공부문 해고자가 430여 명이나 된다고 소개했다.

공무원노조는 이날 낮에 서울역광장에서 자체 집회를 열었다.(‘해직자 원직복직! 설립신고 쟁취! 정치기본권 쟁취! 성과급(연봉)제 폐지! 문재인 정부 약속 이행 촉구 공무원노동자 총궐기’)

문재인 정부 6개월만에 전국공무원노동조합(공무원노조)이 전국의 조합원들을 조직한 첫 집회였다. 그런 의의에 걸맞게 조합원 4000여 명이 참가했다. 노동자들은 문재인 정부가 집권 전에 공무원노조와 했던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것을 규탄했다. 문재인 정부가 노동조합 설립신고를 받지 않는 점, 정부가 성과연봉제 폐기를 발표했지만 실제 행정 지침을 바꾸지 않고 있어 공무원 성과퇴출제가 아직 유효하다는 점 등을 폭로했다. 집회 후 공무원노조 조합원들은 청와대를 향해 행진을 했다. 모처럼 규모 있게 집회를 하고 거리행진에 나서서인지 표정도 밝고 분위기도 활기찼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이 11월 11일 오후 ‘해직자 원직복직! 설립신고 쟁취! 정치기본권 쟁취! 성과급(연봉)제 폐지! 문재인 정부 약속 이행 촉구 공무원노동자 총궐기’를 열고 청와대를 향해 가두행진을 하고 있다. ⓒ이미진
‘2017 전태일 열사 정신계승 전국노동자대회’에 참가한 노동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조승진
서울광장에서 ‘2017 전태일 열사 정신계승 전국노동자대회’가 열리고 있다 ⓒ조승진
‘2017 전태일 열사 정신계승 전국노동자대회’에서 민주노총 최종진 위원장 직무대행이 대회사를 하고 있다 ⓒ조승진
‘2017 전태일 열사 정신계승 전국노동자대회’에서 KT노조 중앙위원장 선거 민주파 후보로 나선 이상호 후보가 사전 투쟁 발언을 하고 있다 ⓒ조승진
‘2017 전태일 열사 정신계승 전국노동자대회’에서 이주노동자가 이주노동자들의 요구가 담긴 리플렛을 건설노동자들에게 나누어 주고 있다 ⓒ이주공동행동
‘2017 전태일 열사 정신계승 전국노동자대회’를 마친 노동자들이 광화문 북측광장까지 행진을 하고 있다 ⓒ조승진
‘2017 전태일 열사 정신계승 전국노동자대회’를 마친 노동자들이 광화문 북측광장까지 행진을 하고 있다 ⓒ조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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