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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 캘리니코스 논평:
중동 긴장 고조의 배후에는 사우디-이란 갈등이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이하 사우디)는 대체로 중동에서 제국주의 질서를 유지하는 단단한 기둥 구실을 해 왔다. 석유의 안정적 유통을 원하는 미국이 사우디의 생존을 보장했다. 이븐 사우드가 건국한 사우디 왕조는 무자비한 탄압과 극도로 보수적으로 해석된 수니파 이슬람 교리에 기대 권력을 유지해 왔다.

그랬던 사우디가 갈수록 중동 불안정의 요인이 되고 있다. 11월 초부터 지금까지 부패 척결을 내세운 사정 드라이브로 억만장자 투자가 알왈리드 빈탈랄 왕자를 포함해 200명이 체포됐다. 사우디답게도 체포된 이들은 수도 리야드의 리츠칼튼 호텔에 감금됐다. 한편, 리야드를 방문한 레바논 총리 사드 알하리리가 [돌연] 사임을 표명했다. 레바논 대통령과 이란은 사우디 정부가 그를 납치했다고 비난했다.

미국은 2003년 이라크 침공·점령이 실패한 이후 생겨난 불안정을 통제하지 못하고 있고, 그 결과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이런 상황은 내부적 요소와 외부적 요소가 결합된 결과다. 지난 몇 년간 사우디 정부는 살만 왕의 야심 찬 아들 무함마드 빈살만이 지배했다. 빈살만이 추진하는 “비전2030”은 구조조정과 민영화를 통해 사우디 경제의 석유 의존도를 낮추려는 프로그램이다.

지금까지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그래서 빈살만은 판돈을 올리고 있다. 지난 6월 그는 전임 왕세자를 퇴출시키고 스스로 왕세자 자리에 올랐다. 그는 정적을 제거하는 데 부패 문제를 이용했다.

부패는 사우디 지배자들 사이에 만연한 문제다. 1996년 사우디 주재 미국 대사관이 계산한 바에 따르면, 이븐 사우드의 자손 5000여 명에게 정부가 지급하는 돈이 해마다 20억 달러에 이른다. 고위 왕자들은 추가로 50억 달러를 이슬람 성지 메카와 메디나에서 챙기고, 정부 계약에 대한 뇌물도 받는다.

따라서 빈살만의 반부패 사정은 평범한 사우디인들에게 인기가 많다. 그러나 한 전직 외교관은 〈파이낸셜 타임스〉에 이렇게 말했다. “이런 종류의 칼바람이 과연 어디에서 끝날까? 사우디 왕가 전체가 몇 대에 걸쳐서 똑같은 부패를 저질러 왔다.”

빈살만은 이란과의 경쟁도 격화시켰다. 이란은 사우디 왕가가 혐오하는 시아파 이슬람의 수도다. 또한, 이란은 레바논에서 시아파 정치 운동 헤즈볼라를 지원하고, 시리아에서는 궁지에 몰린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이하 아사드 정권)을 받쳐 주면서 최근 중동에서 영향력을 상당히 높였다.

유혈 낭자

사우디 국방장관으로서 빈살만은 이웃국 예멘에서 유혈 낭자한 전쟁을 기획했다. 사우디는 [예멘 정부에 반기를 든] 시아파 후티 민병대가 이란의 지원을 받고 있다고 주장하며, 이들을 제거하기 위해 [예멘 내전에] 개입했다. 그 결과 수많은 민간인이 살해당했고, 난민 300만 명이 생겼고, 난민들 사이에 콜레라가 만연한 상태다.

사우디는 예멘 외 걸프해 연안 지역에서도 힘을 과시해 왔다. 사우디는 아랍에미리트연합(UAE)과 연합해 카타르를 배척하려고도 했다. 사우디가 보기에 카타르의 통치자들은 3가지 죄를 지었다. 이란에 우호적이고, [카타르 정부가 지원하는] 〈알자지라〉 뉴스가 아랍 정권을 비판하도록 허용하고, 이집트의 무슬림형제단을 지원했다. 사우디는 무슬림형제단을 극도로 싫어한다. 자신이 수니파 이슬람을 대표한다는 이데올로기에 무슬림형제단이 도전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든 것이 빈살만의 뜻대로 된 것은 아니다. 특히 아랍의 심장부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일이 잘 안 풀리고 있다. ‘이라크·시리아 이슬람국가’(ISIS, 이하 아이시스)와 사우디의 관계는 불명확하지만, 사우디가 수니파 이슬람 근본주의 이데올로기를 공유하는 시리아 지하드 그룹들을 지원하고 있음은 명백하다.

최근 [시리아에서] 아이시스 수도 락까가 함락된 것은 아사드 정권에 도움이 됐다. 그런데 이라크 내 아이시스의 아성이었던 모술을 탈환할 때는, 이란 혁명수비대가 훈련시킨 시아파 민병대가 중요한 구실을 했다. 이 두 사건으로 이란의 지정학적 영향력이 증가했다.

이에 빈살만은 레바논에서 새로운 전선을 펼치는 것으로 대응하려는 듯하다. 사우디의 공격적인 대외정책은 버락 오바마가 중동에서 상대적으로 신중하게 움직이면서 생긴 공백을 메우려는 시도다. 사우디는 [2011년 이집트 혁명 때] 오바마가 이집트 독재자 호스니 무바라크를 버린 것에 분노했다. 지금도 사우디는 막대한 지원금으로 무바라크의 후계자 압델 파타 엘시시가 권력을 유지하도록 돕고 있다.

오바마와 달리 도널드 트럼프는 빈살만의 정책을 강력하게 지지한다. 트럼프는 대통령에 취임하고 가장 먼저 사우디를 방문했다. 트럼프는 이란의 핵 프로그램에 대한 합의를 폐기하려고 안달이다. 사우디를 이란에 맞서는 대항 세력으로 이용하려는 것이다. 이런 경쟁은 전쟁을 야기할 수 있고, 그러면 이미 고통받고 있는 중동에 더한 고통을 가져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