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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 노동자들의 임금 삭감 저지 투쟁을 지지하자

최근 철도공사가 2017년 임금 협상에서 임금 삭감안을 제시해 노동자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철도공사 사측은 인건비가 부족해 올해 정부의 임금 인상 가이드라인에 따른 3.5퍼센트 인상조차 못 한다며 발뺌하고 있다. 심지어 기본급을 3.5퍼센트 올리려면 조정수당 5.4퍼센트 삭감에 동의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렇게 하면 인상분보다 삭감액이 커 총 임금은 결국 삭감된다. 올해 물가인상률과 경제성장률을 감안하면 3.5퍼센트가 인상돼도 부족한 판에, 오히려 깎자고 나오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가 밀어붙인 임금피크제가 전체 노동자들의 임금을 삭감하려는 시도였음이 분명히 드러났다 ⓒ조승진

사측은 올해 내내 인건비를 줄이는 데 적극 나섰다. 일손이 부족한데도 노동자들의 초과근로, 휴일 근무를 억제했고, 교대 근무가 필요한 일부 업무를 일방적으로 일근 업무로 변경했다. 결국 노동 강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사측은 ‘초과수당이 많아지면 기본급 인상이 어렵다’는 명분을 댔다. 철도노조에 따르면, 사측은 이런 방식으로 인건비 400여억 원을 줄였다. 그런데 사측은 또 660억 원가량이 부족하다고 말한다는 것이다.

철도공사 사측이 말하는 ‘인건비 부족’은 인력이 대거 늘어났거나 인건비에 지급할 예산이 없어서 발생하는 문제가 아니다. 철도노조가 증원돼야 한다고 추산하는 인력 규모가 6800명에 이를 정도로 인력은 부족하다.

책임 전가

그럼에도 인건비 부족 사태가 발생한 것은 그동안 정부와 철도공사 사측이 함께 추진해 온 인건비 절감 정책 때문이다. 정부와 사측은 서류상 정원을 줄여 하루아침에 철도공사를 ‘인력 과다’, ‘인건비 과다’ 공공기관으로 만든 다음, 기준을 맞추려면 인건비를 줄여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는 것이다.

예컨대, 이명박 정부는 2009년에 3만 2000명이었던 철도공사 정원을 무려 5115명 줄여 ‘인력 초과 상태’로 규정하고는, 새로운 정원 기준에 맞춰 인원을 감축하기 시작했다.(철도에 비정규 노동자가 9000여 명에 이르게 된 핵심 원인이기도 하다.)

박근혜 정부는 정원 규정을 더 세밀하게 적용하며 임금 삭감을 밀어붙였다. 상대적 고임금인 3급, 4급 직급에서 ‘정원 초과’ 인원들의 인건비를 인정해 주지 않은 것이다. 올해도 이 정책의 여파로 300억 원이 서류상 ‘초과 비용’이 됐다. 이것이 올해 사측이 임금 인상 예산이 부족하다고 말하는 이유 중 하나다.

게다가 철도노조에 따르면, 기재부는 임금피크제 시행 예산 사용도 승인해 주지 않고 있다고 한다. 기재부는 공공기관 노조들에게 임금피크제 도입을 강요할 때는 임금피크제 적용을 받는 정년 연장자의 임금(대폭 삭감된 액수일지라도)은 보장해 주겠다고 했다. 그런데 막상 시행단계에서는 총인건비를 평년 수준의 인상률 정도만 증액하고는 알아서 해결하라고 한 것이다. 당연히 실제 개별 공공기관에서는 인건비 부족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철도공사도 총인건비에서 임금피크제 인건비 186억 원을 지급했는데, 이것이 결국 인건비 부족분 660억 원이 생긴 원인 중 하나가 됐다.

이처럼 철도공사는 올해 내내 윗돌 빼서 아랫돌 괴고, 아랫돌 빼서 윗돌 괴기를 반복하며 ‘돌려 막기’를 하다가 이제는 답이 없다며 배째라고 나오고 있는 것이다.

임금피크제 시행 이후 벌어진 인건비 부족 사태는 철도공사만의 문제가 아니다. 금융공기업들에서도 이런 문제가 벌어져 초과근로 억제와 연가 사용으로 재원을 마련했다. 그런데 철도는 임금피크제 대상자가 가장 많은 기관(2017년 3사분기 기준 873명)이라 예산 부족이 도드라진 것이다.

공공기관이 총인건비를 초과해 집행하면 기재부는 경영평가와 다음 해 예산 편성 때 상당한 불이익을 가하며 통제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임금피크제가 유지되면, 문재인 정부 하에서도 공공기관 노동자들의 임금은 야금야금 삭감되는 상황에 처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양대노총 공공부문 공대위는 “나머지 직원들의 인건비를 뺏어서 임금피크 직원의 인건비를 지급해야 하는 결과”가 초래됐다며, 이를 개선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공공부문 노조 지도자들이 제대로 된 투쟁도 조직해 보지 않고 임금피크제에 합의해 준 것이 큰 문제였음이 분명해졌다. 박근혜 정부의 강요가 매우 강하기는 했지만 말이다. 당시에도 임금피크제는 정년이 연장된 노동자뿐 아니라 전체 공공기관 노동자들의 임금을 삭감하려는 시도라는 비판이 계속 제기됐었다.

11월 17일 철도노조 대의원대회에서 만난 철도노조 지부장들은 ‘조합원들의 불만이 상당하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철도 노동자들의 주장처럼,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진정한 “적폐” 청산이다.

철도노조는 이번 임금 삭감 시도가 단지 올해만 벌어질 문제가 아니므로 이번에 반드시 막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 “임금 삭감 저지”를 내걸고 11월 30일부터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진행할 예정이다. 또 부당한 정책을 강요하고 버티는 기재부 규탄 집회와 전국 철도 노동자 결의 대회도 예정하고 있다.

임금 삭감을 저지하고 이명박근혜 정부 때 빼앗긴 권리 회복(근속승진제 부활, 임금피크제 폐지, 후생복지 확충), 인력 충원, 비정규직 정규직화, 해고자 복직 등의 중요한 요구를 쟁취해 가자며 압도적으로 파업을 가결시키자는 호소는 정당하다. 철도 노동자들의 임금 삭감 저지 투쟁에 적극적인 지지와 연대를 보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