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같은 제목의 조셉 추나라 글을 축약한 것이다. 추나라는 현 경제 상황이 여전히 장기불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이윤율이 회복되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또한 경제 위기는 정치적 양극화를 촉진시키는데, 이런 상황에서 계급의 상태를 진단하면서 사회주의자의 과제를 제시한다. 이 글의 전문은 《마르크스21》 22호에 실려 있다.


세계경제는 투자와 생산성 향상의 부진에 시달리고 있을 뿐 아니라 일련의 정치적 충격들에도 직면해 있다. 그리스의 채무불이행 가능성이 여전하고, 브렉시트의 여파가 어떨지 불확실하며, 시리아와 북한을 둘러싼 제국주의적 충돌이 계속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가 정치 무대에 등장하면서 제국주의적 충돌은 더 복잡해졌다. 그 미국 대통령은 해외에서 긴장을 고조시키는 한편 미국 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보호무역주의적 조처를 도입할 것임을 암시했다. 더불어 멕시코와의 국경에 장벽을 설치하는 것 같은 자신의 계획에 동의하지 않으면 연방정부를 폐쇄하겠다고 [의회를] 위협했다. 부자에 대한 세금을 감면하고 공공지출을 줄이겠다는 결심을 제외하면 트럼프의 백악관에게서 일관된 정책을 찾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하지만 미국 기성체제의 심장부에서 일어나는 불안정성은 자본주의 체제에게 위험의 주된 원천이다.

8년간 회복을 했다는데도 왜 세계경제가 이토록 처참한 상태에 처해 있는 이유는 경기 회복이 “부진하고 취약하며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2008~2009년의 불황이 수익성이 낮은 자본을 충분히 파괴하거나 가치를 낮추지 못하고, 부채를 충분히 줄이지 못하고, 이윤율을 강력하게 반등시키지 못해서 회복은 부진할 것이었다. 금융 부문이 부풀어올라 경제 위기의 새로운 조짐을 전체로 확산시킬 수 있어서 회복은 취약할 것이었다. 자본주의가 스스로 창출한 더 근본적인 문제들을 해결하지 않은 채로 위기를 진정시키고자 한 국가 개입 때문에 회복은 불확실할 것이었다.

이윤율과 회복의 부진

경제성장률이 2008년 이전 수준으로 돌아간 곳은 전 세계 어디에도 없다. 사정이 더 나았던 남반구의 큰 경제들도 기대치를 낮출 수밖에 없었다. 북반구 선진 산업국들의 경우, 1960~1980년의 연평균 경제성장률 3퍼센트는 이제는 희미한 꿈처럼 보인다. 이런 회복 부진의 배경에는 자본주의 체제의 핵심부 지역에서 이윤율이 낮다는 문제가 있다.

이윤율의 장기적 하락은 1950~1982년에 일어났다. 1980년대 초 이후에도 자본주의 체제는 이윤율이 비교적 낮은 채로 있었다. 미국 경제에서 법인 부문의 이윤율은 1950년 20퍼센트에서 1982년 8퍼센트로 하락했고, 그 이후로는 8퍼센트 선에서 오르내렸다. 세계 평균 이윤율도 비슷하게 움직였다.

중국도 경제 위기에서 완전히 빠져 나오지 못했다. 그뿐 아니라 불안정의 원천이기도 했다. 경제 위기 이전 중국의 경제성장은 집약적 착취, 예외적으로 높은 수준의 투자 ― GDP의 50퍼센트를 넘는 경우도 있었다 ―, 수출시장 지향적 생산을 기초로 했다. 세계적 불황으로 수출시장이 쪼그라들기 시작하자 중국 국가는 신용을 이용해 투자 광풍이 유지되도록 했다. 중국의 국가부채는 2008년 160퍼센트에서 현재 260퍼센트로 급증했다. 오늘날 중국의 은행 시스템은 세계 최대 규모로, 유로존보다도 크다.

금융 취약성과 불확실성

경기 회복의 두 번째 특징은 취약성이다. 이것은 지난 40년 동안 국제 금융 시스템이 팽창한 것이 낳은 결과다. 이런 금융의 팽창은 또한 대체로 경제에서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하는 영역의 이윤율이 낮은 수준에 있는 것에 대한 반응이다.

1980년대 이래 금융의 성장은 일부는 실물 부문의 축적과 긴밀히 연결되거나 실물 부문의 축적을 초래했지만, 대체로는 그저 일련의 거품을 낳았다. 그 사례로는 1990년대 주식시장에서 일어난 하이테크 기업에 대한 닷컴 거품, 영국·스페인·아일랜드와 오늘날 중국에서 일어나는 자산 거품, 2008년 경제 위기 뒤의 몇 년 동안 발전했고, 결국 아랍 혁명을 촉발시키는 데 영향을 미친 상품 거품 등이 있다. 이 모든 사례의 바탕에는 거대한 신용 거품의 형성이 있었다.

어떤 사람들은 2008~2009년의 경제 위기 덕분에 경제가 금융에 대한 의존에서 벗어나게 됐다고 여긴다. 그러나 기껏해야 가장 선진적인 경제들에서만 신용 팽창이 안정됐다. 반면, 남반구에서는 신용이 상당히 팽창했다. 금융 시스템의 규모는 여전하므로 새로운 공황이 발생하면 그 파장은 전 세계로 전달되며 증폭될 것이다. 예를 들어 2015년 12월 미국 연준의 금리 인상 결정 때문에 2016년 초 주식시장이 크게 하락했다.

2016년 봄 유럽 은행들의 주가가 폭락한 일도 있었다. 이것은 마이너스 금리의 효과와 그 은행들의 장부에 기록돼 있는 대출의 질 악화에 대한 우려 때문이었다. 2015년 여름부터 2016년 봄까지 중국 주식시장은 크게 동요했는데, 이것은 미국 달러화의 큰 하락을 낳을 만큼 세계 자본주의에 큰 영향을 미쳤다. 앞으로도 더 많은 충격파가 분명히 발생할 것이다.

경제 위기의 셋째 측면은 바로 회복의 불확실성이다. 여러 나라에서 국가가 경제에 개입했고 그 덕에 불황 속에서 경제가 유지될 수 있었다. 많은 국가가 나서서 은행 시스템을 구제했지만 가장 중요한 조처는 중앙은행들이 담당했다. 예를 들어, 많은 중앙은행들이 양적완화를 실시했다.

양적완화는 화폐를 발행하고 그 돈으로 금융 기관들로부터 채권을 구매해, 금융 기관들이 대출을 늘리도록 장려하고 대출 수익률을 낮추도록 억제하는 것이다. 금리도 매우 낮은 수준으로 억눌렸다.

자본주의는 회복하지 못하고 생명 유지 장치, 그것도 매우 금융화된 형태의 생명 유지 장치에 의탁해 있다. 그런데 금융화된 생명 유지 장치는 투기를 조장할 뿐 아니라 근저에 놓인 경제 위기를 타개할 해법의 시행을 지연시키고도 있다.

미국에서는 이미 금리가 완만하게 인상되고 있고, 양적완화로 풀린 자금을 회수하는 것이 효과를 내고 있다. 미국에서 파산 신청 기업이 2016년에 크게 증가했다. 지금은 세계 자본주의와 그것의 운영자들에게 매우 위험한 순간이다.

위기와 저항

전 세계 대다수 노동자들의 처지는 경제 위기가 시작된 이래 악화했다. 전 세계 지배계급은 노동자들을 쥐어짜서 이 체제의 이윤율을 조금이라도 회복시키고자 한다. 그런데 노동자들에 대한 압박이 자동으로 투쟁을 낳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경제 위기와 저항의 상호 관계에 대한 설명을 발전시키는 일이 필요하다. 트로츠키는 해당 시기의 전반적 성격 - 경기 변동이 상승 추세에 있느냐 하락 추세에 있느냐 – 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번 경제 위기는 깊고 오래 지속되고 있고, 심각한 불안정을 동반하고 있다. 위기가 한동안 지속된다는 것은 여러 상이한 국면이 나타날 수 있고, 각각의 국면들은 정치 상황의 변화와 노동자들의 의식 변화를 동반할 것이다.

경제 위기는 자본가들 사이, 자본가 계급의 부문들 사이, 또는 특정 자본가들이 기반을 두고 있는 국민국가들 사이의 분열을 낳을 수 있다. 그 분열은 단지 경제적 긴장만은 아니다. 정치적 파편화도 경제 위기의 또 다른 산물이다. 아래로부터 투쟁의 등장은 지배계급의 분열을 더 확대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경제 위기는 다소 일관된 정치적·이데올로기적 대안의 등장을 위한 토대를 마련할 수 있다.

최근 몇 년간 나타난 정치적 양극화는 하나의 징후다. 중도적 기반의 정당들이 제시한 처방들이 더는 현실과 맞지 않게 되자 왼쪽이나 오른쪽에서 제기되는 더 급진적인 대안이 더 현실적으로 보이기 시작한다. 여러 나라들에서 극우가 성장했지만, 왼쪽에서도 많은 경우 급진적 세력들(미국의 버니 샌더스, 스페인의 포데모스, 그리스의 시리자, 영국의 제레미 코빈 등)이 등장했다.

노동자 대중의 의식 변화는 단지 지배계급 사상의 붕괴나 기성체제의 정치적 위기와만 관련된 것이 아니다. 노동자들의 실제 행동으로 새 형태의 의식·조직이 분명하게 드러나는 것과도 관련 있다. 그러므로 경제 위기에 직면한 계급의 상태가 어떤지가 중요하다. 그것이 노동자들이 투쟁할 자신감이 있느냐 없느냐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현재의 경제적·정치적·이데올로기적 위기는 사회주의자들을 좌절하게 만들 수 있다. 1930년대에 안토니오 그람시는 이렇게 썼다. “낡은 것은 죽어가지만 새로운 것은 아직 태어나지 못한다는 점에서 바로 위기다. 이런 정치적 공백 기간에 매우 다양한 병적인 징후들이 등장한다.” 병적인 징후들은 오늘날 두드러지게 많다. 도널드 트럼프의 등장은 가장 돋보이는 사례의 하나다.

자본주의 친화적 이데올로기는 이번 위기의 깊이와 지속되는 성격으로 침식되고 있다. 그와 동시에 위기에서 벗어날 진보적인 길을 제시할 수 있는 유일한 세력인 노동자 계급은 자본주의가 아닌 대안을 체계적으로 제시할 수 있는 혁명적 운동으로 아직 모여들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위기는 사태 전개의 여러 국면을 거치면서 새로운 투쟁의 가능성을 열 것이다. 투쟁들은 자본의 지배에 도전할 것이고 혁명 조직이 부활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할 것이다. 이미 많은 나라에서 거대한 정치 운동들이 분출하면서 혁명가들이 광범한 청중을 만나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들을 많이 공유하고 있다.

오늘날 혁명가들의 과제는 역사란 항상 우리가 원하는 시간표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점을 참을성 있게 인식하고, 동시에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노동자 계급 내에서 청중을 획득하기 위한 기회들을 포착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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