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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당-바른정당 통합 논의:
미래가 뻔한 기회주의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연대와 통합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11월 29일에 정부의 내년 예산안 심의 등을 함께하자며 2+2 정책연대협의체를 가동했다. 이들은 문재인 정부가 의회에서 소수파 여당인 점을 이용해 공동의 캐스팅보트 전략도 구사할 듯하다. 가령 두 당은 대선 때부터 공무원 증원에 반대해 왔다. 지금 공무원 증원 예산은 예산안 심의에서 가장 예민한 쟁점이다.

ⓒ출처 국민의당

이렇게 보면, 두 당의 연대‍·‍통합 움직임은 두 당의 위세를 강화할 듯도 보인다. 몇몇 여론조사에서는 통합했을 때 정당 지지율이 두 당의 현재 지지율을 합친 것보다 높은 20퍼센트가량 나온다.

그동안 두 당은 의석 수가 각각 40석(국민의당), 20석(바른당)이나 되는데도 새 정부 출범 이후 5퍼센트 남짓한 지지율로 존재감이 약화돼 왔다. 두 당 모두 호남과 영남에서 내년 지방선거 전망도 어둡다. 이 배경 속에서 바른당 의원 9명이 이탈해 자유한국당으로 복귀하는 일이 벌어졌다. 그래서 두 당의 통합 노력은 정치적 생존권 투쟁이라는 말도 나온다.

그러나 그 길이 마냥 밝지는 않다. 꽤 오래 지속된 세계경제 위기의 영향과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기는 정치적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있다. 그 배경 속에서 지난해부터 반박근혜 여론과 투쟁이 성장하고 승리해 전반적인 정치 지형(세력 균형)은 어느 정도 왼쪽으로 움직였다.

그 결과로 집권한 민주당 정부는 아직 지지율 고공 행진을 하고 있다. 그러나 박근혜를 끝까지 보호하려 했던 자유당이 정치적 영향력과 비중에서 여전히 2당의 지위를 누리고 있다. 양극화라는 동력과 정치 지형의 변화가 교차하는 상황을 잘 이해해야 한다.

그동안 안철수의 극단적 중도주의 선언이 별 효과를 보지 못한 것은 현 정세의 두 특징 모두에서 부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퇴진 운동을 거치면서 안철수의 극중 노선은 민주당의 기존 지지층보다 오른쪽을 향했다. 이 정치적 공간은 양극화 상황에서 오른쪽을 대표하기에는 충분히 우경적이지 않은 데다 퇴진 운동의 효과로 더 협소해졌다. 오른쪽에서 비슷한 상황에 처한 것이 그동안 유승민과 바른당의 ‘합리적(?)’ 보수 노선이다.

반면, 우파는 강경한 태도를 유지해 문재인 정부가 실패하고, 세력 균형도 다시 오른쪽으로 이동할 때에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보는 것 같다.

거기서 거기일 뿐인 오른쪽 대안 건설

안철수는 바른당과의 통합 시도가 김영삼의 3당 합당 모델이 아니라 김대중의 DJP연합 모델이라지만 호남 지지층에게 통할 것 같지는 않다.

김대중은 당시 야권 대표 주자였다. 그래서 DJP연합은 우파를 분열시킨다고 정치공학적으로 광고할 수 있었다. 반면, 범민주당층 안에서도 대표성이 없는 안철수의 국민-바른 통합은 기존 범민주당 지지층을 분열시키는 걸로 보일 뿐이다.

무엇보다 반새누리층은 경험으로 DJP연합이 당시의 정권 교체 효과를 약화시켰다고 본다. 국민의당 의석의 절반이 넘는 호남 지역구 의원 23명이 통합에 반대하는 것도 이런 눈치를 본 것이다.

이렇게 보면, 안철수는 협소해진 정치적 공간을 확보해 활로가 생긴다고 보기보다는 갈 곳이 없어 협소한 공간에나마 정치적 뿌리 내리기를 하려는 듯 하다.

결국 국민-바른 통합은 문재인에 대한 오른쪽 대안을 건설하겠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와 자유당의 실패 모두에 대비해 기회를 노리겠다는 뜻이다. 마치 프랑스의 마크롱처럼 말이다. 그러나 마크롱이 극적으로 집권했지만, 기성 정부들과 다를 바 하나 없는 경제 위기 고통전가 정부일 뿐임이 드러나는 데 반년도 걸리지 않았다.

사실 유럽에서 극단적 중도라고 부른 정치 현상들은 양당제 정치구조를 가진 나라들에서 두 당이 흡사하게 경제 위기 고통전가와 친제국주의 정책들을 펼친 걸 뜻했다. 김대중과 노무현 정부가 집권하고서 펼친 노동 정책들이 직전 김영삼 정부나 이후 이명박, 박근혜 정부와 질적인 면에서 다르지 않았던 일도 그 사례다.

그러므로 안철수가 다당제를 옹호하는 것은 이미지(상징과 사람)만 다른 비슷한 정당들을 여럿 만들자는 것이다. 1년 전까지 박근혜에게 찍소리 못하던 우파 정당과 별 차이가 없어 통합에 문제 없다는 얘기를 하는 걸 보면, 안철수가 이제는 극중주의를 잘 이해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