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덕분에 일차적으로 문재인과 민주당이 그 수혜자가 돼 집권했다. 민주당만큼은 못 돼도 진보 쪽 개혁주의도 부상했다. 박근혜 퇴진 운동 참가자들의 변화 염원이 이런 정치 현실의 저변에 깔려 있을 것이다.

진보 쪽 개혁주의 중에서도 현 국면에서는 진보진영 내 가장 온건한 개혁주의 경향인 주요 NGOs(이하 단순히 NGO)가 일시적으로 주목을 끄는 것 같다. “박근혜 정부에는 한 명도 없던 시민단체에서 활동하던 인사 11명(20퍼센트)이 문재인 정부에 뛰어든 게 큰 특징이다. 특히 참여연대 출신이 핵심 요직에 진출했다.”(〈중앙일보〉)

NGO들은 비정부기구를 표방하지만 역설적이게도 민주당과 같은 정당과 밀접한 정치적 관계를 유지하며 국가기관에 참가해 왔다.

지난해 촛불에서 운동의 변곡점마다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 모두에서 중대한 영향을 미쳤던 NGO가 이제 대중의 변화 염원을 문재인 정부로 수렴시키는 가교 구실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 사회를 개혁하려면 문재인 정부가 성공해야 한다고 보기 때문인 것 같다.

최근 한반도 긴장 고조를 계기로 우파들이 결집을 시도하자 NGO 지도자들은 더더욱 문재인 정부를 지지하는 모습이다.

그럴수록 NGO는 비정부기구로서 문재인 정부로부터 독립적인 태도를 취하지 않고 동반자 관계를 유지하고 싶어 하는 듯하다. 최근 사례들은 아래와 같다.

(1) 문재인이 트럼프를 국빈으로 초청하고 한반도 긴장 고조 증대에 일조하는데도 NGO 리더들은 “NO 트럼프” 기조를 문제 삼아 노동자·민중 운동 진영의 트럼프 방한 반대 운동과는 별도로 자신들끼리 행사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트럼프 방한 반대 운동을 분열시키려 했다.

(2) 많은 성소수자 NGO들은 미대사관 등과 협력해 온 전력 때문인지 성소수자 혐오에 앞장 선 트럼프를 반대하지 않았다. 그중 일부는 오히려 성소수자 행사에서 반제국주의·반자본주의 노동단체 노동자연대를 배제하는 데 열심이었다.

(3) NGO 리더들은 10월 28일 촛불 1주년 집회 때 청와대 방면 행진이 문재인 정부에 항의하는 모양새로 비칠까 봐 일방으로 행진을 취소했다.

(4) 문재인 정부가 사드 장비 운반을 위해 무자비한 경찰 폭력을 사용했는데도, 인권 NGO들은 일주일 뒤에야 (문재인 정부를 언급하지 않은 채) 경찰을 규탄하는 논평을 냈다.

(5) 문재인이 세월호 조사위원회 구성 약속을 파기하고, 민주당이 야당과의 협상 과정에서 2기 특조위 구성을 위한 사회적참사특별법을 누더기를 만들 때도 NGO들은 정부 비판을 피했다.

(6) 최근 해수부가 세월호 미수습자 유해 발견을 은폐한 사실이 폭로됐음에도 NGO들은 침묵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에 부담을 줄 것을 우려해서인 듯하다. NGO 출신의 민주당 의원 박주민은 김영춘 해수부 장관 사퇴 요구가 ‘과도하다’고 했다. 박근혜 정부 하에서 은폐 사실이 폭로됐어도 그랬을까?

거버넌스

물론 사회 변화를 바라는 청년들은 대체로 홍준표 등 우파들이 득세하는 것에 반대하며 문재인 정부가 개혁을 해 줄 것을 기대할 것이다. 그리고 그들 중 많은 이들이 NGO가 제시하는 개혁 비전에 적잖이 공감할 것 같다. 현 국면에서 NGO가 부상한 것도 이런 대중 정서의 일단을 보여 주는 것이기도 하다.

NGO는 국가에 대한 일반화된 저항이 아니라 자본주의의 ‘공정한’ 게임 룰이 적용되는 사회를 원한다. 체제와의 전면 충돌이라는 생각을 피해 국가를 개혁을 위한 도구로 여긴다.

그래서 1987년 6∼8월 대중투쟁의 결과, 권위주의에서 자유민주주의로 불안하게나마 전환이 시작된 1990년대 초에 시민운동이 부상할 수 있었던 것이다.

또 다른 요인은 소련과 동유럽 붕괴 이후 한국의 NGO들이 더는 체제 변혁 지향적 운동이 현실적이지 않다는 반성과 함께 계급운동으로부터 후퇴한 것이었다. 한홍구 교수는 1980년대까지 민주화 추동 세력의 상당 부분이 사회주의에 매력을 느꼈지만 동구 ‘사회주의’ 체제가 무너지자 노동운동, 학생운동에서 시민운동으로 이동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NGO는 “감시받지 않는 모든 권력은 부패”하고 “모든 종류의 권력을 감시하고 정의를 세우는 것”(참여연대)을 자신들의 임무로 삼았다. 국가와 정당, 의회 영역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감시·견제·견인하는 일을 주요 과제로 삼았고, 이를 위한 개혁입법에 주력해 왔다.

이런 활동을 중시하다 보니 NGO들은 주류 정당과 의회, 그리고 정부와 ‘상시적 협치’를 하는 것을 중시하게 했다. NGO들이 비정부기구를 표방하지만, 역설적이게도 국가기관, 그중에서도 민주당 같은 부르주아 개혁 정당이 컨트롤 하는 기관들과 오랫동안 밀접한 정치적 관계를 유지해 온 까닭이다.

주류 NGO들은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 하에서 청와대와 총리실, 각 부서의 위원회 등에 참가하거나 협력하며 자신들의 개혁 프로그램(과 개혁입법)을 실현하려 했다. 이런 NGO의 프로젝트에 따라 적잖은 주요 NGO 리더들이 아예 정부와 부르주아 개혁 정당으로 들어갔다. 9년 만에 정권이 야당으로 교체돼 문재인 정부가 등장하자 이 흐름이 다시 강화되고 있다.

이렇게 되면 현 정부와 운명을 함께하게 된다. 이홍균 전 참여사회연구소 연구실장은 “정권 교체나 지방자치단체장의 성향에 따라 시민단체의 운명이 바뀌는 현실”에 대해 얘기했다.

NGO와 민주당 정부의 긴밀한 관계 유지가 낳는 또 다른 문제점은 NGO들이 집권 여당에 대한 정치적 비판을 삼가며 그들과 동반자 관계를 구축하면서 진보·좌파 운동이 독립적 투쟁에 나서지 못하도록 압박을 가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고 계급 갈등이 첨예해질수록 문재인 정부는 좌우 압력에 직면할 것이다. 우파의 준동뿐 아니라 노동운동과 급진좌파의 저항도 있을 것이다. 이때 NGO가 문재인 정부와의 동반자 관계를 중시하면 날카로운 논쟁이 벌어질 것이다. 트럼프 방한 반대 운동을 둘러싼 논쟁이 그런 압력과 그에 대한 저항을 언뜻 보여 줬다.

NGO들은 노무현 정부가 이라크 파병, 비정규직법과 한미FTA 추진 등으로 지지자들에게도 실망과 환멸을 준 집권 후반기에 동반 위기를 겪었던 경험을 성찰적으로 돌아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