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본 총선에 자민당이 승리하면서 아베 3기 내각이 출범했다. 3기 내각도 “일본군 전쟁 책임과 군위안부 강제성을 부정하는” 강경 우파로 채워졌다. 아베의 ‘필생의 과업’인 ‘전쟁 가능한 국가’라는 개헌도 속도를 낼 수 있다.

그런 가운데 ‘우익의 아이콘’인 총리 아베 신조를 조명해 일본 지배계급의 ‘우경화’를 엿볼 수 있는 유용한 책이 나왔다.

《아베는 누구인가: 아베 정권의 심층과 동아시아》의 저자 길윤형은 2013년 9월부터 3년 반 동안 〈한겨레〉 도쿄특파원을 지냈다. 저자는 당시 “직접 보고, 느끼고, 취재한 경험을 바탕으로 아베 정권을 알기 쉽게 설명해 보겠다는 목적 의식을 갖고 이 책을 썼다.” 지금 그는 〈한겨레21〉 편집장이다.

《아베는 누구인가-아베 정권의 심층과 동아시아》 길윤형 지음 | 돌베개 | 2017 | 480쪽 | 19,500원

이 책의 초반은 일본 현대사와 일본 국내 공식정치에 생소하다면 그다지 쉽지만은 않다. 그럼에도 아베의 사상적 근원을 들춰내려는 저자의 의도가 담겨 있다.

“아베의 사상적 뿌리는 기시다.” 기시 노부스케는 ‘A급 전범’이며, 전후 ‘평화헌법’ 개정을 내건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 초대 간사장을 지낸 호전적 인물이다. 총리 재직 당시에 그는 거센 저항(‘안보 투쟁’)에도 ‘미·일 안전보장조약’ 개정을 밀어붙이기도 했다. 안보조약 개정에 따라 미국은 베트남 전쟁처럼 아시아에서 벌이는 전쟁에 주일미군 기지를 활용할 수 있게 됐다. 미·일 군사 동맹 강화의 발판을 닦은 것이 기시이기도 하다.

당시 ‘안보 투쟁’의 결과 기시 내각은 붕괴했고, 기시의 ‘필생의 과업’인 개헌과 재무장은 과제로 남겨졌다. 그런 점에서 아베는 기시 노부스케의 외손자이며, 그의 사상적·정치적 계승자다.

아베가 일본 정치에 두각을 나타내는 것은 ‘혈연’적 배경 만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일본 지배자들은 “’냉전의 해체’와 ‘거품 경제의 붕괴’라는 두 가지 거대한 충격 앞에서” 변화를 꾀했다. 냉전 이후 제국주의 질서 변동은 아베를 ‘우익의 기대주’로 부상시켰다.

그 와중에 불거진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는 아베가 유력 정치인으로 성장하는 발판이 됐다. ‘납치 문제’는 “패전 이후 줄곧 ‘가해자’였던 일본이 처음으로 ‘피해자’의 지위를 확보할 수 있게” 했다. 이를 통해 일본 우익들은 전쟁 범죄의 족쇄에서 벗어나고 군사력 증대의 명분을 쌓았다. 젊은 정치인이었던 아베가 총리가 될 수 있었던 결정적 계기가 바로 ‘납치 문제’였다.

2006년 아베는 처음으로 일본 총리에 취임했다. 아베는 취임 직후부터 우파적 색채를 분명히 했다. 역사 교과서 왜곡의 기초가 되는 교육기본법을 개정하고, 개헌 절차가 명시된 국민투표법을 제정했다. 그러나 출범 당시부터 ‘친구 내각’, ‘전리품 내각’이라고 조롱받던 아베 내각은 잦은 실책과 부패 스캔들로 붕괴했다. 집권 1년 만에 참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이 참패하면서 자민당 안에서 ‘전범’ 취급을 받았다.

우익의 아이콘

2012년 중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이 압승하면서 아베는 다시 일본 총리로 복귀할 수 있었다. 아베의 ‘재소환’은 일본의 장기화하는 경기 침체와 치열해진 동아시아의 경제적·지정학적 경쟁의 효과였다.

2010년 “일본이 1968년 독일을 제치고 미국 다음가는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부상한 뒤 42년 만에” 중국에 2위 자리를 내줘야 했다. 일본 지배계급은 “이 같은 순위 변동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였다.”

2012년 센카쿠 열도(댜오위다오)를 둘러싸고 벌어진 중·일 간 영토 분쟁은 일본 지배자들의 위기감을 더한층 자극했다. 중국의 부상은 “이대로 가다가 센카쿠 열도를 중국에게 빼앗길 수 있다”는 구체적 안보 위협으로 여겨졌다.

아베 하에서 미·일 동맹의 질적 변화가 이뤄졌다. 중국의 경제적·군사적 부상을 일본 홀로 견제하기에는 버거웠다. 미국은 부상하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일본의 군사력을 증대하고 안보 부담을 지우기 위해 일본의 군사대국화를 부추겼다. 미·일 동맹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제국주의 질서 유지에 전략적으로 중요했다.

이 책은 아베 집권 2기를 풍부하게 다루고 있다. 그리고 최근 동아시아를 둘러싼 미국, 중국, 일본, 한국의 얽히고설킨 지정학적 갈등을 자세하게 그렸다.

아베는 2기 집권 후 4년 반 동안 ‘역사 뒤집기’와 미·일 동맹 강화를 통한 ‘군사 대국화’를 추진했다. 아베의 ‘역사 뒤집기’는 일본의 군사력 증대를 위한 이데올로기적 뒷받침이기도 하다. 아베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식민지 지배에 대한 일본 정부의 꾀죄죄한 사과인 ‘고노 담화’와 ‘무라야마 담화’마저 사실상 부정했다.

그 직접적 결과가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12·28 한·일 ‘위안부’ 합의였다. “일본 정부는 10억 엔이라는 ‘푼돈’으로 위안부 문제를 ‘최종적 그리고 불가역적’으로 해결하는데 성공했다.” 일본의 식민지 지배 책임을 일언반구도 언급하지 않은 아베 담화를 발표했다. 거기서 아베는 “침략에는 정해진 정의가 없다”며 일본의 침략 전쟁 과거를 사실상 부인했다.

아베는 일본 역대 정부가 40년 넘게 유지해 왔던 집단적 자위권 행사에 대한 헌법 해석을 바꿔버렸다. 이로써 일본은 자국이 공격을 받지 않더라도 자국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동맹국(사실상 미국)이 공격을 받을 경우 무력을 동원할 수 있게 됐다.

더불어 2015년 4월 미·일 동맹의 구체적 작동 지침인 ‘미일 가이드라인’을 개정했다. 이로써 미·일 동맹은 기존의 지역동맹에서 전 세계를 무대로 활동할 수 있는 글로벌 동맹으로 위상과 구실이 확대됐다.

아베노믹스

반면, 이 책에서 저자는 ‘아베노믹스’에 대해서는 달리 평가한다. “아베 정권의 지지율을 떠받치는 원동력”이라고도 여긴다.

“아베 정권의 역사 인식과 안보 정책은 ‘극우’라 평가할 수 있지만, 경제 정책 한 단면만을 살펴본다면 영미식의 시장 만능주의와 전혀 다른 독특한 보수라고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일본의 ‘군사 대국화’와 일본 경제의 부흥은 결코 떨어질 수 없다. 경제적 경쟁과 지정학적 경쟁은 제국주의의 동전의 양면이다.

또한 저자는 아베노믹스가 “우정민영화로 상징되는 공기업 민영화 정책과 노동 유연화 정책”으로 대표되는 고이즈미식 “신자유주의와 구분”된다고 본다. 그러나 아베노믹스는 신자유주의와 케인스주의의 조합이라고 볼 수 있다. 아베 정부가 추진한 ‘대담한 양적 완화’와 재정 지출은 기업들에게 큰 이득을 안긴 반면, 실물 경제를 살리는 데는 거의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2012년부터 일본 기업의 이윤은 매년 역대 최고치를 기록해 왔다. 기업들의 막대한 이윤은 임금 인상과 투자로 이어지지 않았다. ‘아베노믹스’ 기간 동안 기업 유보금은 30퍼센트 증가한 반면, 노동자 임금 상승은 1퍼센트에 그쳤다. 아베노믹스가 기업의 배를 불린 와중에, 임금은 제자리걸음이었다.

저자는 ‘북한 위협’이라는 문제 해결을 위해 ‘한·미·일 3각 동맹’은 “피할 수 없는 선택”이라고 여긴다. 그래서 “문재인 정부는 절대 한·일 ‘위안부’ 합의의 파기나 재협상까지 나아가지는 못할 것이다. 이 합의는 한미일 3각 동맹의 전제”라고 지적한다. 그러나 한·일 ‘위안부’ 합의를 파기하지 못하는 “문재인 정부를 비난할 수는 있겠지만, 우리에게 딱히 별다른 대안이 있는 것도 아니다”며 두둔하기도 한다.

그러나 한·미·일 3각 동맹은 ‘북한 위협’의 해결책이기는커녕 북한을 더 자극해 한반도를 더욱더 불안정하게 만들 뿐이다.

트럼프 등장 이후 한반도를 둘러싼 미국, 중국, 일본 제국주의 국가 간의 경제적·지정학적 갈등은 더 첨예해지고 있다. 그 가운데 이 책은 한반도를 둘러싼 지정학적 갈등이 낳은 정치적·이데올로기적 문제를 이해하는 데 참고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