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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직 노동자가 비정규직을 착취하는가

〈조선일보〉는 “대기업이 주도하는 노동운동은 영세업체 노동자들에게 피해를 준다”(1월22일치 사설)고 말한다. 정규직 노동자들이 “하청업체와 비정규직을 찍어눌러서 자기 배를 채우고 있”다는 것이다.

운동 내의 일부도 이러한 주장을 받아들이는 듯하다. 이들도 대기업 노동자들의 임금 인상이 더는 중소기업 노동자들의 임금 수준을 끌어올리는 효과를 내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에서 대기업·정규직 노동자들의 임금 인상 수준은 여전히 다른 부문 노동자들의 임금을 끌어올리는 기준점 구실을 하고 있다.

이원덕 전 한국노동연구원장은 “이들 [대]기업에서의 고율 임금인상이 타결됨에 따라 전국적으로 고율 임금인상 분위기가 지배적”이 된다고 지적한다.

2003년에도 현대차 노조가 따낸 ‘임금과 노동조건 후퇴 없는 주5일제’는 금속노조 소속 1백 개 중소영세기업 노동자들에게 확산 적용됐다. 그래서 〈조선일보〉는 “당장의 과제는 현대차 임단협 결과가 다른 기업으로 확산되는 것을 막는 일”(2003년 8월 8일치)이라며 짜증을 냈다.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들이 높은 임금을 받으면 대기업이 하청업체의 납품단가를 낮출 수밖에 없고, 이 때문에 하청업체 비정규직 노동자의 임금이 줄어든다는 주장이 있을 수 있다.

1987년 이후 상대적으로 잘 조직돼 있던 대공장 노동자들이 더 성공적으로 노동조건을 개선해 온 것은 사실이다. 이 때문에 대체로 대기업 노동자들이 중소·영세 업체 노동자들보다 더 나은 임금을 받는다.

한편, 대기업과 중소기업 노동자 사이의 임금 격차는 어느 정도는 착취율(공식 통계에서의 노동생산성)의 격차를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하청업체가 낮은 납품단가를 강요받고, 파견 노동자들 ― 사실상 원청에 고용된 것이나 다름없는 ― 이 낮은 임금을 받는 이유가 이들 때문이라고 말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다.

그런 조처의 행위자는 대기업 자본가들이지, 그들에게 고용된 정규직 노동자들이 아니다.

게다가 지난 몇 년 간 대기업 노동자들의 임금 인상률은 하락한 반면, 기업주들의 이익은 크게 증가해 왔다.

진정한 분할은 대자본가·중소 자본가 ― 이들 모두가 그 부담을 노동자들에게 떠넘기려 한다 ― 와 전체 노동자들 사이에 있는 것이지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와 비정규직 노동자들 사이에 있는 것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