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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격에 맞서 반격해야 할 때

정부와 사장들이 공세의 고삐를 강화하고 있는 지금, 우리 노동운동 안에서 후퇴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힘이 없기 때문에, 또는 민주노총이 대표성이 없기 때문에 사회적 교섭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그것이다.

물론, 자본주의 하에서 노동조합의 교섭은 불가피하다. 노동조합의 교섭을 원칙적으로 반대하는 것은 과도 좌익적인 태도다.

가장 유리한 교섭 시기는 우리 편의 힘이 가장 강력할 때다. 그 힘은 투쟁을 통해서만 극대화할 수 있다.

그러나 민주노총 지도부는 대중의 투쟁 의지가 미성숙해 있다고 보는 듯하다. 그러나 이런 과소평가에 기초한 유약하고 머뭇거리는 전술은 대중에게 해롭고 혼란스러운 결과를 낳을 뿐이다.

특히, ‘힘이 없기 때문에 사회적 교섭을 해야 한다’는 주장은 스스로 화를 불러들일 수도 있다.

이는 투쟁 지도부가 할 소리도 아니다. 싸우기 전에 힘이 없다고 말하는 것은 저들에게 자신감을 줄 뿐이다.

최상의 상태에서 투쟁한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투쟁은 언제나 상대가 있기 마련이다. 그 상대는 당연히 우리 편의 상태를 고려해 싸움을 시작할 것이다.

그들로서는 우리가 준비가 덜 돼 있고 헛점이 보일 때 공격하고 싶어할 것이다. 그 때문에, 싸울 수밖에 없는, 싸워야만 하는 상황이 존재하게 된다.

이럴 때 투쟁을 회피한다면 사태는 더 악화될 것이다.

당장 민주노총이 노사정 대표자 회의에 참여하는 동안, 열린우리당 이목희는 21일까지 비정규직 법안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 내겠다고 압박하고 있다.

우리에게 힘이 없다는 주장은 노동자 대중의 정서와 자신감에 대한 지극히 피상적인 이해에 바탕을 두고 있다.

노무현은 민주노총이 대표성이 없다고 말한 바 있다. 양대노총을 합쳐도 조직률이 11퍼센트밖에 안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정부와 사장들은 왜 민주노총을 노사정위에 끌어들이려 애를 쓰는가? 이것이야말로 민주노총의 힘과 대표성을 증명하는 역설적인 반증이다.

비록 전체 조직률은 낮지만, 민주노총 소속 작업장들은 핵심 산업들에 대단히 집중돼 있다. 300인 이상 작업장의 조직률은 75퍼센트이고, 500인 이상 작업장의 조직률은 90퍼센트다.

지난해 10대 그룹이 거둔 순이익이 전체 순이익의 절반을 넘었다. 즉, 대기업들이 남한 자본주의를 지배하고 있다.

그리고 남한 자본주의의 심장부에 조직 노동자들이 집중돼 있다. 조직률이라는 산술적 수치보다 비할 데 없이 중요한 것은 바로 집중성이다.

전체 노동자 운동은 아직 결정적인 패배를 겪지 않았다. 또, 파업 관련 통계에서 볼 수 있듯이, 조직 노동자들은 불만을 참으려 하지 않고 기꺼이 저항할 태세가 돼 있다.

노무현과 사장들은 바로 이 사실을 정확하게 간파하고 있다. 그들은 이런 노동자들을 단지 물리력만으로 굴복시킬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물론 지난해 공무원 파업에서 봤듯이 ‘근육질의’ 노동 지배 전략을 포기한 것은 결코 아니다).

그래서 이데올로기 공격 ― ‘노동귀족론’이나 노조 간부들의 비리 들춰내기 등 ― 을 부쩍 강화하는 한편, 사회적 교섭이라는 덫을 놓았다.

이런 상황에서 저들의 공격을 저지할 수 있는 것은 교섭이나 대화가 아니다. 노동조합은 투쟁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는 스스로를 방어할 수 없다.

저들의 공세에 직면해 내놓은 사회적 교섭은 전투성 약화라는 비싼 대가를 치를 위험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