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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9호선 노조 파업:
투쟁의 첫발을 떼고 계속 싸우기로 결의하다

서울 지하철 9호선 노동자들이 11월 30일부터 12월 5일까지 6일간 파업을 벌였다.

노조를 결성한 지 1년 만이었고, 조합원 대부분 생애 첫 파업이었다. 필수유지업무 인원을 제외한 조합원 200여 명이 100퍼센트 파업에 참가했다.

노동자들은 애초 계획보다 20일이나 앞당겨 파업에 들어갔다. “9년 동안 쌓인 울분”을 더 참을 수 없어서였다.

노동자들의 노동 조건과 승객의 안전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고은이

9호선 운영사인 서울9호선운영㈜(파리교통공사와 베올리아가 합작한 RDTA와 현대로템이 설립한 회사) 사측은 고작 인력 20명 충원안을 내놨다. 노조의 요구대로 49명을 충원하더라도, 서울교통공사의 80퍼센트 수준일 뿐인데도 말이다.

9호선 노조는 ‘경고 파업’은 일단 종료했지만, 정당한 요구가 성취되지 않았으므로 투쟁을 계속 이어 가기로 했다.

12월 5일 사측과의 본교섭을 앞두고 열린 파업 참가자 총회에서 30퍼센트가 ‘파업을 중단하지 말고 지속하자’고 주장했다. “시민들에게 ‘안전에는 타협이 없다’고 말한 약속을 지켜야 한다”, “파업을 할 때 확실히 해서 효과를 내는 게 낫다. 파업을 하다 말다 하면 사측의 대비 능력이 커져 효과는 더 떨어지고 시민들의 관심도 떨어질 수 있다.”

사측의 안을 수용할지 여부를 묻는 투표에서는 압도 다수가 거부를 택했다. 결국 사측과의 교섭은 결렬됐다.

민영화의 폐해를 드러내다

노동자들은 아직 요구를 성취하지 못했지만, 이번 파업은 큰 의의가 있다.

이번 파업은 “지옥철”로 악명 높은 9호선 문제의 실체를 세상에 드러냈다. 9호선은 다른 지하철이나 철도와는 비교도 안 되게 적은 인력으로 운영된다. 노동자들이 격무와 장시간 노동에 내몰려 노동자와 시민의 안전 모두 큰 위험에 놓여 있다.

이는 공공서비스 민영화의 폐해를 잘 보여 준다. 서울시는 해마다 세금 수백억 원을 9호선에 쏟아붓지만, 이 돈은 지하철 건설 비용에 출자‍·‍투자한 국내 금융 투자자들과 프랑스계 운영사 주주들에게 돌아간다.

이것은 이명박이 서울시장 시절에 저지른 대표적인 적폐다. 이명박은 9호선 건설비의 고작 16퍼센트를 투자한 민간 투자자들에게 30년 동안 운영권을 넘겨 주고 보조금 수조 원을 지급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박원순 서울시장은 9호선 문제의 진정한 해결을 외면하고 있다. 2013년 박원순 시장은 민간 사업자로부터 요금 결정권을 가져오고 주주에게 돌아가는 수익률을 하향 조정하는 등 9호선 재구조화 사업을 추진했다.

그러나 이를 “서울형 민자사업”이라고 부른 것에서 알 수 있듯이 민영화를 온전히 되돌리지 않았다. 노동자와 시민의 안전, 질 좋은 공공서비스 제공이 우선이 아닌 문제점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이 속에서 서울시는 9호선의 “근로 조건이 적정한지 여부는 노사 간” 문제라며 책임을 회피했다.

자신감

9호선 노동자들의 파업은 시작되자마자 광범한 지지를 얻었다.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노동 조건이 개선돼야 시민의 안전도 지킬 수 있다’는 주장에 많은 사람들이 수긍했다. 노동자들의 투쟁이 여론을 주도할 강력한 힘이 있다는 것을 보여 준 것이다.

노동자들이 파업을 예고하자 불과 며칠 만에 진보정당들과 노동‍·‍사회 단체들이 파업을 지지하는 대책위(‘지하철 9호선 안전과 공영화를 위한 시민사회대책위(준)’)를 결성했다. 정의당 의원들도 적극 나서서 노동자들의 요구를 지지하며 서울시와 운영사에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프랑스와 뉴질랜드 등지에서 9호선 운영사의 대주주인 파리교통공사와 베올리아의 자회사에 고용된 노동자들도 파업에 연대를 표했다.

이번 파업으로 노조 조직은 강화됐다. 파업 참가자들은 집단적 투쟁을 경험하면서 사측에 맞서 싸울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노동자들은 이구동성으로 파업 전과는 달라졌다고 말한다. 노동자들은 첫 파업을 훌륭하게 해낸 자부심이 상당하다.

9호선 노동자들은 이제 막 투쟁의 첫발을 뗐다. 노동자들은 이번 파업이 “투쟁의 시작”이라고 말한다. 사측이 끝내 물러서지 않으면 재파업도 할 수 있다고 벼르고 있다.

복귀 후에 투쟁을 이어 가는 것이 만만한 일은 아니다. 노조는 준법 투쟁을 비롯한 후속 투쟁 계획을 세우고 있다. 파업에 연대한 ‘지하철 9호선 안전과 공영화를 위한 시민사회대책위(준)’도 정식으로 출범하기로 했다. 9호선 노동자들의 투쟁에 계속 관심을 갖고 연대를 이어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