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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 불안과 차별에 시달리는 기간제 교사들의 현실

한 해를 마무리해야 하는 12월은 누구에게나 분주한 달이다. 학교도 마찬가지다. 학년을 마무리해야 하기 때문에 업무 폭탄이 터진다. 성적 처리, 통지표 작성, 진학 업무, 졸업 업무, 생활기록부 작성 등으로 숨 돌릴 틈도 없다. 여기에 더해 기간제교사들은 계약이 만료됐거나 계약 만료를 앞두고 있어서 신경이 더 곤두선다.

전국기간제교사연합회가 11월 20일~12월 12일 시행한 차별 시정 요구 설문 조사 결과에서도 고용 불안 문제의 심각성을 알 수 있다. 응답자 900명 중 52.8퍼센트가 쪼개기 계약 같은 고용 불안이 가장 시급히 해결돼야 한다고 답변했다.

쪼개기 계약은 12개월 중 여름 방학과 겨울 방학을 제외하고 9개월만 계약을 맺는 것이다. 그러나 방학 중에도 기간제교사의 업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학기 중 미처 처리 못한 업무도 있고, 방학 중에 공문이 내려오거나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전화 상담, 체험 학습 상담 등의 업무가 있다.

특히 겨울 방학을 제외한 쪼개기 계약은 12월에 계약이 만료되므로 참으로 고약하다. 담임은 12월에 생활기록부를 작성하고 1월에 생활기록부를 검토하고 잘못된 내용을 바로잡는다. 그러나 12월로 계약이 만료되면 그 일을 제대로 마무리할 수가 없다. 게다가 1~2월에 발생하는 학생 관련한 사안은 누가 담당해야 할까? 정교사가 복직을 하더라도 낯선 담임에게 학생과 학부모들이 마음 편히 상담을 할 수 있을까?

기간제교사들은 담임을 맡아도 학년을 마무리하지 못해 담임으로 기록되지도 않고 학생들과 인사도 나누지 못하고 헤어져야 한다.

상당수 기간제교사가 한 학교에서 연속해서 수 년을 근무하는 상황인데도, 연말이 될 때마다 재고용에 대한 불안을 안고 살아야 하는 현실이다.

게다가 교사들에게 방학은 연찬의 시기인데, 이는 기간제교사에게도 적용돼야 한다.

이처럼 방학을 제외한 쪼개기 계약은 기간제교사의 생계를 위협하고 안정적인 교육과정 운영에도 지장을 주기 때문에 쪼개기 계약은 금지돼야 한다.

최근에는 한 학교에서 4년을 근무한 기간제교사들의 고용 불안 문제가 커지고 있다.

올해 2월 경기도 교육청 소속 학교들에서 이런 일들이 벌어졌다. 경기도 교육청이 교감단 회의에서 같은 학교에 4년 이상 근무한 기간제교사들은 더는 채용하지 말라는 통지를 했기 때문이다. 기간제교사의 임용기간을 규정한 교육공무원 임용령 13조 3항(기간제교원의 임용기간은 1년 이내로 하며, 필요한 경우 3년의 범위에서 연장할 수 있다)를 기계적으로 적용한 것이다. 이 조항에 대한 법제처의 해석은 4년을 초과하여 근무할 경우 공개채용 절차를 거치면 더 근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경기도 교육청 소속 각급 학교들은 4년 이상 근무한 기간제교사들을 해고하기에 이른 것이다.

경기도 교육청은 동일 학교에서 4년 이상을 근무했다면 상시·지속 업무임이 너무 명백해 정규직 전환 논란이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오히려 그동안 부족한 교원 문제를 기간제교사 채용으로 ‘해결’해 온 잘못된 정부 정책을 바로 잡아야 한다. 그런데 문제를 바로잡기는커녕, 정부가 기간제교사를 정규직 전환 대상에서 제외함으로써 오히려 이런 해고 사태가 더 확대되지 않을까 우려되는 상황이다.

기간제교사들이 꼽은 시급히 해결돼야 할 차별 사안들 (전국기간제교사연합회 설문, 2017.11.20~12.12. 900명 응답)

과중한 업무와 여러 차별에 시달리는 기간제 교사들

기간제교사들이 꼽은 시급히 해결돼야 할 또 다른 차별 사항은 기피 업무와 과중한 업무가 기간제교사에게 부과되는 문제다.

학생들은 치열한 경쟁과 성적 향상 압박을 받는 등 자신의 삶에서 소외됨으로써 일탈적 행위를 벌이곤 한다. 그래서 여러 가지 학생 사안이 발생하는데, 아주 복잡한 경우가 많다. 그래서 누구도 이 업무를 맡으려고 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결국 기간제교사에게 그 업무가 맡겨진다. 특히 젊은 남자 기간제교사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학생부 전담을 맡는 일이 많다. 한 기간제교사는 매일 9시까지 야근을 하며 8~9년을 계속 이 업무만 하다 보니 가정 생활도 악영향을 받는다고 하소연했다.

그런데 학교에서 기피 업무가 발생하는 이유는 교사가 부족해 개별 교사들이 감당할 업무가 과중하기 때문이다. 현재 학급당 학생수는 교사 한 명이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많다. 이런 상황에서 복잡하고 야근을 밥 먹듯이 해야 하는 업무를 꺼려 하지 않을 교사가 어디 있겠는가?

따라서 이런 문제는 교사 부족, 너무 많은 학급당 학생수, 경쟁 교육 같은 조건을 개선해야 해결할 수 있다. 정부가 이런 문제를 개별 교사들에게 떠맡겨서는 안 된다.

이 밖에도 기간제교사들은 성과급 지급 표준 호봉 차별, 호봉 승급 시기 제한, 1정 연수 제한 등을 중요한 차별 시정 사항으로 꼽았다. 이것은 모두 급여와 관계된 것들이다. 기간제교사들은 교원으로 임용되었으나 공무원이라는 신분을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에 공무원 연금 대상자가 아니다. 한 달 벌어서 한 달을 살아야 하는 노동자들에게 급여는 매우 중요한 문제다. 더구나 쪼개기 계약 등으로 급여 없는 3개월을 살아야 하는 입장에서는 더욱 그렇다.

예를 들면, 정부는 기간제교사들의 집단 소송과 항의를 받아 2013년부터 기간제교사들에게도 성과급을 지급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지급 표준 호봉을 정교사와 다르게 책정했다. 그래서 똑같은 S등급을 받아도 성과급 액수는 정교사 최하위 등급보다도 낮다. 교원 성과급은 교사들 사이에 경쟁을 강화하고 이간질하는 효과를 내는 나쁜 정책일 뿐 아니라, 비정규직 교사를 차별하는 제도이기도 하다.

교사 경력이 12개월이 되면 한 호봉씩 급여가 승급되는데, 기간제교사는 계약을 맺고 계약서를 쓸 때 호봉이 정해지면 계약 중간에 경력이 12개월이 되어도 호봉이 승급되지 않는 차별도 받는다.

그리고 교사의 자격을 한 단계 올려주는 자격 연수인 1정 연수를 받을 기회도 부여받지 못한다. 초중등교육법에 따르면, 2급 정교사 자격증이 있고 교육 경력이 3년 이상이면 이 자격 연수를 받을 수 있지만, 교육부는 기간제교사는 제외시키고 있다. 고등법원에서 이런 교육부의 조처가 부당하다는 판결까지 났지만, 교육부는 연수 제한을 고수하고 있다.

이런 제도적 차별들 외에도 기간제교사라는 이유로 서러운 일을 당하는 일이 종종 벌어진다. 한 기간제교사는 ‘환경 우수 학교’를 만들기 위해 며칠 동안 잠을 설치고 야근을 하며 학생을 지도하고 보고서를 작성했다. 그 덕분에 그 학교는 환경 우수 학교로 지정이 되었지만, 정작 교육부 표창은 실제로 이 업무를 담당한 기간제교사가 아니라 다른 정교사에게 돌아갔다. 기간제교사라는 제약 때문에 표창장을 받을 수 없다는 이유였다.

이렇게 기간제교사들은 억울하지만 눈물을 감추며 참아 내고 있고, 이를 악물며 부당한 처우를 감내하며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이러한 차별은 정부가 해고하기 쉬운 교사, 통제하기 쉬운 교사를 양산하고 그 책임을 지지 않고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다.

기간제 교사 정규직화와 차별 폐지를 위한 활동은 계속 된다

전국기간제교사연합회는 기간제 교사들이 겪는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정규직화와 차별 폐지를 위한 활동을 계속 벌이고 있다. 최근 전기련이 시행한 차별 시정을 위한 설문 조사에 짧은 기간이었는데도 900여 명이 참가한 것은 기간제교사들의 바람이 크다는 것을 보여 준다.

전국기간제교사연합회는 9월에는 국가인권위원회에 차별 시정을 요구하는 진정을 제출했고, 조속히 차별 시정 권고를 내 줄 것을 촉구하고 있다.

또 ‘기간제교사 정규직화를 지지하는 공동대책위’와도 함께 활동을 벌이고 있다. 최근 이 공대위는 기간제교사 문제를 알리고 차별 폐지를 요구하는 인증샷 찍기를 했다. 이를 통해 기간제교사들은 지지해 주는 이들이 많다는 점을 다시 한 번 확인하고 힘을 얻었다.

학교에 같이 근무하는 정교사들도 기간제교사들이 이런 차별을 받고 있다는 것을 아는 경우는 많지 않은데, 전교조 교사들이 기간제 교사 설문조사와 인증샷 찍기 캠페인에 동참해 준 것도 고무적이다.

앞으로 전국기간제교사연합회는 기간제교사를 지지하는 공동대책위와 함께 기간제교사 정규직화를 이루고 차별을 없애기 위해 노력해 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