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lm - 구원의 시간 ┃ 주먹이 운다
〈노동자 연대〉 구독
주먹이 운다 ┃ 류승완 감독
호화스런 조폭들이 짝사랑하는 첼리스트를 두고 벌이는 치정 학살극
그들은 코너에 몰린 하층민들이다. 두 주인공 강태식
영세민 아파트에 할머니와 함께 사는 유상환은 가끔씩 들르는 일용직 노동자 아버지를 소 닭 보듯 한다. 상환은 십대 범죄자의 초상이다. 폭행 사건으로 합의금이 필요해지니까 다시 강도 짓을 하는 식이다. 결국 소년 교도소에 들어간다. 그리고 아버지는 작업장에서 벽돌더미에 깔려 죽는다.
다음으로 할머니도 쓰러져 온전한 정신을 놓아 버린다. 불행은 늘 가난 주위에 맴돈다.
태식에게도 악습들이 있다. 그는 아내를 자주 때렸고 한 장면에선 아내한테 쌍욕을 한다.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 넋두리에 주정. 아들과 소통하는 것에도 미숙하다. 그러나 눌어붙은 패배의식과 악습들, 줄지 않는 빚더미에도 불구하고 링 위에서 보여 주는 그의 몸놀림은 가볍고 경쾌하다. 이런 역설은 오히려 진한 연민을 자아낸다.
《알리, 아메리카를 쏘다》
신인왕 결승전에서 맞붙은 두 주인공들은 경기가 끝나고, 비로소 환하게 웃는다. 치매에 걸린 할머니, 곧 새아빠가 생길 어린 아들을 끌어안고 그들은 잠시나마 구원의 시간을 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