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이 추천하는 소책자 《강탈국가 이스라엘》(노동자연대, 2012)은 도서출판 책갈피에서 동명의 단행본으로 2018년에 출판했다. 이 단행본에는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탄압 100년 연표 등 충실한 부록도 실려 있다.


트럼프가 예루살렘이 이스라엘의 수도라고 선언한 이후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지배와 팔레스타인 민중의 저항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고통에 가슴 아파한다. 이스라엘 정착촌 건설과 무자비한 팔레스타인 민중 학살, 저항과 탄압, 봉쇄와 통행 금지령, 파산한 팔레스타인 경제 ... 도무지 믿기지 않을 정도로 끔찍한 일이다. 이스라엘은 물론이고 미국에게 근본적 책임이 있다는 점은 아마도 이 신문의 독자들에게 분명할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그치지 말고, 좀 더 깊이 들어가 보자. 《강탈국가 이스라엘》은 좋은 출발점이 될 것이다.

이스라엘 건국과 팔레스타인 민족의 고통은 석유를 둘러싼 제국주의 국가들의 경쟁에 그 원죄가 있다. 저자 존 로즈는 이렇게 시작한다. “중동에서 제국주의는 항상 석유와 그 석유를 지배하는 자들과 관계있다.”(24쪽)

이 책은 서방의 이익과 석유가 어떤 관계인지, 그리고 그것이 시온주의 발전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자세하게 설명한다. 서방 정부들은 1914~1918년의 제1차세계대전, 즉 제국주의 전쟁을 겪으면서 석유가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탱크는 물론 온갖 교통수단의 동력원이 석유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중동에서 석유가 많이 발견되기 시작하자, 각 국가들은 유전지대 쟁탈전을 벌인다. 값싼 중동산 석유에 대한 통제권은 매우 중요했다. 이후 중동에서 벌어지는 전쟁은 석유 공급과 매우 밀접한 연관을 맺게 된다. 예컨대 1956년 이집트의 나세르 정부가 수에즈 운하를 국유화하자, 영국은 프랑스와 이스라엘의 지원 하에 이집트를 폭격한다. 이곳을 통과하는 물량의 3분의 2가 석유였기 때문이다.

유대인 사회주의자가 그리는 팔레스타인, 시온주의, 이스라엘

저자 존 로즈는 유대인 사회주의자이다. 이 점에서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억압을 다루는 다른 책들과는 차별되는 특징을 보여 준다. 존 로즈는 역사유물론의 관점에서 시온주의를 분석하며 그 위선을 신랄하게 폭로한다.

이스라엘 지배계급의 이데올로기인 시온주의는 제국주의 체제와 연관이 깊다. 각국 지배계급, 특히 제국주의 국가들은 대중의 불만을 유대인에게 돌리며 탄압을 했는데, 시온주의는 이에 근거한 비관적 결론이었다.(그러나 더 많은 유대인들은 유대인 박해에 맞서며 사회주의자가 됐다.) 테오도르 헤르츨 같은 시온주의자들은 제국주의 국가들의 힘을 빌려, 오로지 유대인들만이 사는 국가를 만들려 했다.

이스라엘 전쟁에 반대하고 팔레스타인에 연대하는 유대인들 ⓒ출처 humbleslave(플리커)

저자는 도덕적으로 이스라엘을 비판하는 서적들보다 더 설득적으로 이스라엘 국가의 필요성을 반박한다.

이 책은 시온주의가 ‘유대인을 보호한다’는 신화를 깨고 진실을 폭로한다. 시온주의자들은 유대인들을 탄압하던 제국주의 국가들과 동맹을 맺게 되자, 그 제국주의 국가들이 저지른 유대인 학살에 눈감았다. 심지어 사실상 유대인 학살에 면죄부를 주는 내용의 편지를 히틀러에게 보내기도 했다. 이 광신도들에게는 다수 유대인들의 생존과 저항이 아니라, 유대인 국가 건설이 더 중요했던 것이다! 지금도 유대인의 국가라는 이스라엘에서 많은 유대인들은 증오의 시선을 받으며 기관총과 대포에 둘러싸여 살아야 한다.

1948년 이스라엘이 건국되는 과정은 잔악함 자체였다. 이후 미국은 이스라엘을 확고하게 지원한다. 경제 원조, 군사적 무장 등 모든 면에서 미국의 지원을 이스라엘만큼 받는 나라를 찾기 힘들다. 그 핵심 이유는 중동 지역에서 미국의 석유 이익을 보호해 줄 가장 믿을 만한 군사동맹이 이스라엘이기 때문이다.

미국이 원한 이스라엘의 역할은 미국의 충실한 대리인이자 경비견이다. 그 구체적 기능은 크게 두 가지였다. 유전지대를 공격할 수 있는 아랍 국가들로부터 유전을 방어하는 것, 그리고 아랍의 질서를 흔들 저항 운동을 분쇄하는 것이다.

중동 이외의 지역에서도 이스라엘은 미국을 도우며 여러 흉악한 정권을 지원했다. 여기에는 심지어 유대인 학살을 감행한 정부, 나치를 지지하거나 숨겨준 정권들도 포함됐다.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지배와 학살을 비판하는 유대인들을 반유대주의적(Anti-semitic)이라고 비난한다.

이런 자들에 맞서 팔레스타인 민중은 끊임없이 투쟁해 왔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이스라엘에 맞서 싸우는 과정에서 아랍의 억압적 정권들과 제국주의 체제 사이의 고리를 흔들기도 했다. 팔레스타인이 해방되기 위해서는 팔레스타인 민중에 대한 연대와 제국주의에 맞선 아래로부터의 투쟁이 확산돼야 한다.

시온주의냐 사회주의냐

존 로즈는 팔레스타인 해방을 위한 진정한 대안을 검토한다. 유감이게도, 아라파트 같은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지도자들은 변변찮은 개혁들을 위해 팔레스타인 해방 투쟁을 단속해 왔다. 그들은 무기 지원을 받기 위해 팔레스타인 민중 저항이 다른 아랍 국가들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통제하기도 했다.

한편 이스라엘 노동당은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을 지지했다. 아랍의 국가 지배자들도 팔레스타인인들에게 해방을 가져다줄 수 없다.

각국의 연대 운동과 특히 아랍 노동자들의 연대 투쟁으로 제국주의 체제를 끝장내고 사회주의를 쟁취할 때, 비로소 팔레스타인 해방은 가능할 것이다. 이로써 수많은 아랍 민중과 유대인들도 해방될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팔레스타인 해방의 가능성을 혁명적 사회주의에서 찾으면서도, 이를 통해 유대인들도 박해로부터 해방될 가능성을 제시한다. 저자는 전 세계 유대인 공동체와 그 전통이 보여 주는 국제주의와 사회주의적 잠재력을 언급한다.

팔레스타인 민중의 억압과 해방을 바라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꼭 읽어 보길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