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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가족부의 ‘성평등’ 용어 수정은 명백한 후퇴

여성가족부가 개신교 우익들의 동성애 차별적 악선동에 타협해 '제2차 양성평등 기본계획'에서 '성평등' 용어를 '양성평등'으로 수정하기로 결정했다.

그간의 맥락에 비춰 보면 이는 명백한 후퇴다. 최근 개신교 우익들은 ‘성평등’ 용어 사용이 ‘동성애·동성혼 합법화’를 의미한다며 집요하게 반대해 왔다.

지난달 이들은 여성가족부의 ‘제2차 양성평등정책 기본계획’ 공청회에 난입해 행사를 무산시켰다. 여성가족부가 ‘양성평등’ 대신 ‘성평등’ 용어를 사용하겠다는 계획을 문제 삼은 것이다. 공청회 무산 이후, 우익들은 여세를 몰아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 사퇴를 요구하고, ‘성평등’ 용어 사용이 헌법에 위배된다며 고발을 예고했다.

우익들은 ‘성평등 정책’이 동성애자나 트랜스젠더 등을 위한 것이기 때문에 여성을 위한 평등 정책은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고도 주장한다. 그러나 낙태죄 폐지에 반대하는 등 여성의 건강과 인권을 무시해 온 자들이 ‘양성평등’을 입에 담을 자격이 없다. 이는 그저 성소수자 차별을 합리화하려고 갖다 붙인 위선적 얘기일 뿐이다.

‘양성평등’과 ‘성평등’ 모두 젠더 이퀄리티(Gender Equality)의 번역어이다. 여태까지 이 둘은 혼용돼 왔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 때인 2015년 8월 여성가족부가 대전시 성평등조례의 ‘성소수자 지원’ 항목이 상위법인 양성평등기본법에 어긋난다며 삭제하라고 권고한 이후, 우익들은 ‘양성평등’을 동성애 배격 논리로 왜곡시켜 활용해 왔다.

우익들은 인간의 성은 생물학적 남성과 여성 외에는 존재하지 않고, 결혼·연애도 남녀의 결합이어야 한다는 매우 편협한 관점을 강변해 왔다. 그래서 ‘양성평등’이라는 용어를 고집하는 한편, ‘성평등’이라는 용어는 극렬하게 거부한다. ‘성평등’이라는 용어가 동성애 등 다양한 성적 지향과 성 정체성을 인정하는 용어라고 보기 때문이다.

그래서 진보진영은 성소수자 차별를 포함한 다양한 성차별에 모두 반대하는 의미로 (‘양성평등’보다는) ‘성평등’ 용어 사용을 추구해 왔다. 지난 촛불 대선에서 진보적 여성단체들은 “양성평등기본법을 성평등기본법으로 전부 개정”할 것을 요구했다. (〈19대 대통령에게 바란다 ― 지속 가능한 성평등 사회를 위한 젠더 정책〉)

이처럼 우익들이 동성애 차별적 의도에서 ‘성평등’ 용어 사용 금지를 압박하는 상황에서 여성가족부가 이에 타협한 것은 매우 유감스럽다. 지난 7월에도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은 ‘학교 성교육 표준안 전면 재검토’를 발표했지만, 우익들의 집요한 반대에 직면하자 이렇다 할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여성가족부는 “용어가 달라진다고 해서 정책의 내용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변명하지만 군색하다. 용어 차이가 별 의미가 없다면, 왜 우익들이 ‘성평등’ 용어에 거품을 물며 공격했겠는가?

우익들은 이번 여성가족부의 후퇴를 디딤돌 삼아 앞으로도 성소수자 차별 반대 관련 개혁안에 사사건건 시비를 걸고 훼방 놓을 공산이 크다.

문재인 정부와 여성가족부가 ‘성평등’ 용어조차 지키지 못하고 타협하는 상황에서, 우익의 준동에 맞서 성소수자 권리와 진정한 성평등을 성취하려면 아래로부터의 운동을 건설하려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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