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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 교사들이 ‘기간제교사 공대위’에 많이 참가하자!

문재인 정부는 지난 여름,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정책을 내세우며 학교 안에서 고용 불안과 온갖 차별을 감수하며 묵묵히 일해 온 기간제 교사들에게 기대감을 줬지만, 교육부 전환심의위원회 결과는 정규직 전환 ‘제로’였다. ‘나도 교사다’ 하는 자부심으로 헌신해 온 기간제 교사들을 ‘희망 고문’한 것도 모자라 찬물까지 끼얹은 것이다. 사실 정부는 애초부터 비용 부담을 최대한 억제하겠다며 비정규직 교·강사를 정규직 전환 대상에서 배제했고, 학교 노동자들 사이 갈등과 반목을 조장했다.

그러나 기간제 교사를 확대하는 식으로 부족한 교원 문제에 대응해 온 정부가 정규직화로 책임을 지는 것이 교육 적폐를 해결하는 출발임은 분명하다. ‘비정규직 백화점’이라 불리는 학교 현실을 바꾸지 않고서는 진보적 교육 개혁은 한계가 있을 것이고, 문재인 정부가 말하는 ‘노동이 존중되는 사회’, ‘비정규직 차별이 해소’되는 사회는 빈말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진보정당·노동·사회 단체, 그리고 기간제 교사들의 투쟁을 지지하는 많은 개인들이 ‘기간제교사의 정규직화를 지지하는 공동대책위’(이하 기간제교사 공대위)를 구성했다. 기간제교사 공대위에는 노동당,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녹색당, 평등노동자회,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평등교육실현을위한전국학부모회, 노동전선, 노동자연대, 노동자연대 학생그룹, 사회변혁노동자당, 사회변혁노동자당 학생위원회, 사회진보연대 등 정당·사회·노동 단체들과 전교조 조합원 수십 명이 참가하고 있다.

기간제 공대위는 앞으로 다음과 같은 활동을 벌여 나가기로 했다.

첫째, 기간제 교사를 정규직 전환 대상자에서 배제한 정부에 책임을 물으며, 이 조처를 철회하고 기간제 교사를 정규직화하라고 요구한다.

기간제 교사는 2000년대 초반에 견줘 3배 이상 증가해, 이제는 전체 교원의 10퍼센트를 차지한다. 정부는 기간제 교사에게 정규직 교사와 다를 바 없는 업무를 맡겨 놓고는 고용 안정은 보장하지 않아, 교육을 안정적이고 질 높게 개선하는 것을 방해해 왔다.

최근 전국기간제교사연합회(이하 전기련)가 기간제 교사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기간제 교사의 절반 이상이 ‘쪼개기 계약'이 가장 큰 문제라고 답했다. 그만큼 고용 불안이 심각하다. 실정이 이런데도, 정부는 정규직화 없이 기간제 교사를 줄여 간다고 밝혔다. 한 해가 넘어가는 요즘 기간제 교사 집단 해고 사태가 일어날까 봐 우려스럽다. 정부는 당장 기간제 교사의 ‘정규직화 제로’ 정책을 철회해야 한다.

둘째, 기간제 교사들이 시급하게 개선되기를 바라는 차별을 시정하라고 요구한다.

기간제 교사는 학교 현장에서 온갖 차별을 감수한다. 전기련의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기피 업무를 떠맡기거나 과중한 업무를 맡기는 것이 기간제 교사들을 가장 크게 짓누르는 차별로 보인다(33.9퍼센트). 그 뒤를 이은 성과급 지급 표준호봉 제한(31.4퍼센트), 호봉승급 시기 제한(30.4퍼센트), 학교 이동시 정근수당 미지급(26.3퍼센트) 등 임금 차별도 심각해 보인다. 기간제 교사들은 교사 경력 3년 이상이면 받을 수 있는 1정 연수를 못 받는 것에도 불만을 느낀다(25.9퍼센트).

정부는 기간제 교사에게 교육적 책무를 맡기면서도 임금 상승은 억제하고, 교육 전문성 향상의 기회마저 박탈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차별은 평등한 학교를 만든다는 교육 대원칙에 어긋나는 반교육적 처사이다. 이런 문제에 대응하는 것은 교육적으로 매우 중요하다.

셋째, 가장 중요한 것은 기간제 교사들이 스스로 목소리를 내고 투쟁을 확대해 가는 것이다. 기간제교사 공대위는 기간제 교사들이 스스로 노동조합을 만들고 조직을 확대해 가는 활동을 적극 지원하고 연대하기로 했다.

전기련은 노동조합을 건설하기로 했다. 이는 올여름 경험에 비춰 보아 운동을 더 효과적이고 광범하게 건설하기 위한 방안으로 제기됐다. 그래서 임시총회를 비롯해 회원들의 의사를 확인한 결과, 응답자의 96퍼센트가 노동조합의 필요성(기간제교사 노동조합 설립)에 동의했다. 전기련 재적 인원의 과반수가 응답했다.

처음에 전기련은 투쟁 속에서 기간제 교사들을 조직해 전교조 내에서 활동을 시작하고자 했다. 그러나 전교조 지도부의 학교비정규직 교·강사 정규직 전환 반대 입장 때문에 이 구상은 당장에 실현되기에는 어렵게 됐다. 기간제교사 공대위는 이런 기간제 교사들의 결정을 존중하며, 노조 설립과 조직 확대를 지원하기로 했다.

전교조 교사들의 연대

학교가 진정으로 평등을 가르치기 위해서는, 가르치는 교사도 차별받지 않고 고용이 안정돼야 함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그런데 전교조 지도부가 기간제 교사의 정규직화를 사실상 반대하는 입장을 채택한 상황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연대는 어떻게 가능할까?’ 하는 물음이 제기된다. 평등한 학교를 만들고 평등 교육을 구현하는 것은 불가능할까?

물론 전교조 지도부의 입장 때문에 노동조합의 지침을 이용해 기간제 교사 투쟁에 연대하기는 쉽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정규직 교사들이 모두 기간제 교사의 정규직화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9월 2일 전교조 대의원대회에서 대의원의 약 30퍼센트는 학교 비정규직 교·강사의 정규직 전환을 지지하자는 현장발의안에 찬성했다. 9월 25일에는 학교 비정규직 교·강사의 정규직 전환을 지지하는 전교조 교사 92명의 선언이 있었다. 이 선언은 더 확대돼, 11월 13일에는 전교조 교사 263명이 ‘비정규직 철폐, 비정규직 없는 학교 만들기’ 선언에 함께했다.

기간제교사 공대위에는 단체뿐 아니라 개인들도 참가할 수 있다. 기간제 교사의 정규직화를 지지하는 교사들이 참가해 함께 활동하면 기간제교사 연대 운동을 전국적으로 건설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특히 전교조 교사들은 자신이 속한 지역과 학교에서 기간제 교사들과 더불어 교육노동을 하고 있다. 그런 만큼 기간제 교사들의 고충을 잘 알 것이다.

그러나 기간제 교사의 정규직화를 지지하고 차별 시정에 공감하지만, 바쁜 학교 현장에서 기간제 교사들에게 어떻게 다가갈지, 개인적으로 어떻게 연대할지에 대해 막막함을 느낄 수 있다.

이에 한 가지 활동을 소개하고자 한다.

최근 기간제교사 공대위는 12월 9일 세계인권의 날을 맞이해 기간제교사의 처우를 사회적으로 알리는 활동을 벌였다. 기간제 교사들이 가장 심각하다고 여기는 차별 문제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하고(900명 이상이 설문에 답했다), 이를 발판으로 기간제 교사의 정규직화와 각종 차별 시정을 요구하는 전국적 인증샷 이벤트, 이 문제를 알리는 릴레이 신문 기고 등을 조직했다.

나는 같은 학교에서 함께 근무하는 한 기간제 교사에게 공대위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참가해 볼 것을 제안하며 대화를 나누었다. 그 교사가 1순위로 꼽은 문제는 쪼개기 계약이었다. 나는 기간제교사 공대위가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를 동료 기간제 교사와 공유하며, 우리 학교에서 쪼개기 계약을 없애기 위해 무엇을 할지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나와 대화한 그 기간제 교사는 12월, 아니 다음 해 1월이 돼도 확실히 알 수 없는 재계약 여부가 더 걱정이라고 말했다. 동료 기간제 교사의 고용 불안은 학교에서 내년 교육과정 계획을 수립하거나 학생과의 유대 관계 확립하는 것을 어렵게 하기 때문에 남의 일이 아니라고 느꼈다.

또, 나는 기간제교사 공대위 활동을 하면서 같은 지역의 특수 기간제 교사들이나 중등학교 기간제 교사들이 한 학교에 4년 이상 근무한 뒤 재계약을 하지 못하게 된 사례가 드물지 않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법률적 다툼을 우려한 경기도교육청 교감단이 한 학교에서 4년 이상 근무한 기간제 교사들과 재계약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했는데, 이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기간제교사 공대위는 한 학교에서 4년 이상 근무한 기간제 교사의 신규채용에 대한 교육부의 시정 조처를 촉구하는 성명을 내고 경기도 교육감 면담을 요청하는 등 고용 불안을 확대시키는 행태에 제동을 걸기로 했다.

이렇듯 기간제교사 공대위에 참가하면서 나의 학교 현장, 내가 발 딛고 있는 지역에서 기간제 교사들이 겪는 고용 불안과 차별 문제를 찾아내고, 이를 전국적 운동과 연결시키는 일에 동참할 수 있음을 배웠다. 그 과정에서 기간제 교사의 투쟁을 확대시키는 계기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이 과정 자체가 비정규직 없는 학교를 위한 투쟁의 일환일 것이다.

정부의 혹독한 탄압 속에서도 28년간 수만 명 규모의 노동조합을 유지해 온 전교조의 교사들은 이제 막 조직을 확대해 나가려는 기간제 교사들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불합리한 처우와 고용 불안에 억울해 하는 기간제 교사들의 가장 가까이에 있는 전교조 교사들의 따뜻한 지지와 조언, 그리고 전기련이란 투쟁하는 기간제 교사들의 존재를 알려 주며 끈을 이어 주는 살가운 연대는 기간제 교사들이 스스로 투쟁에 나서는 것을 돕는 든든한 응원군이 될 것이다. 이런 활동을 기간제교사 공대위에서 함께 펼쳐 가자!

기간제 교사들과의 연대 활동을 벌여 나가며 기간제 교사의 투쟁을 확대하는 데 일조하고, 비정규직 없는 학교를 만들기 위한 투쟁에 함께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