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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료원 서울형 노동시간 단축 시범모델 논란:
서울시가 재정 지원해 노동 시간을 제대로 단축하라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서울지역지부 새서울의료원분회(이하 새서울의료원분회)가 연차휴가 의무사용제도 도입에 반대하며 12월 26일 서울의료원 로비에서 농성을 시작했다.

새서울의료원분회에 따르면, 서울의료원은 현재 진행중인 서울의료원노동조합(교섭대표노조)과의 임단협 교섭에서 연차휴가 의무사용제도 도입을 논의하고 있다. 그러나 이에 필요한 인원 충원은 턱없이 부족하다. 연차 사용으로 빈 일손은 노동자들이 메워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연차 수당마저 사라져 결국 임금은 삭감되고 노동강도는 높아지는 셈이다. 따라서 새서울의료원분회가 연차 의무 사용 논의에 항의하는 것은 정당하다.

서울형 모델

연차휴가 의무사용제 도입은 서울시가 추진 중인 ‘서울형 노동시간 단축’과 관련이 있다. 서울의료원은 서울시가 ‘서울형 노동시간 단축’ 시범모델(이하 시범모델)로 지정한 3곳 중 한 곳이다.

2017년 초에 서울시는 장시간 노동을 줄이겠다며 ‘서울형 노동시간 단축’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노동시간을 주 40시간까지 연차별로 단축해 2022년까지 연 1800시간대로 단축한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노동시간 단축에 필요한 신규 인원 채용 비용은 노동자들의 초과근무수당과 연가보상비 등을 줄이고 서울시가 일부 재정을 지원해 충당하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이 재원으로는 노동시간 단축에 필요한 인력을 늘리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서울의료원 간호사들은 그간 악명 높은 장시간 노동과 저임금(유사 동종 병원인 서울시립보라매병원의 85퍼센트 수준)에 시달려 왔다.

서울시가 용역을 의뢰한 워크인조직혁신연구소의 ‘서울형 노동시간 단축모델 개발 및 시범적용 용역보고서’(이하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의료원 병동·특수파트 간호사의 연 노동시간(2015년 기준)은 무려 2490시간이다. 같은 기간 OECD 나라들 중 두번째로 높은 한국 노동자의 연간 노동시간보다도 377시간이나 많다.

간호사들은 1근무일당 약 2시간 35분 초과 근로를 하지만, 수당조차 온전히 받지 못한다. 연간 평균 미사용 연차가 11.6일이나 되고, 열악한 노동조건 때문에 이직률이 높아 결원 발생에 따른 대체근무(휴일근로)가 연간 약 8일이나 된다.

그런데 서울시와 의료원이 병동·특수파트 간호사들의 휴일근로와 연차 미사용을 없애겠다며 충원한 인원은 고작 15명이다. 김경희 새서울의료원분회장은 이 인원으로는 휴일근로만 겨우 해결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서울시가 발주한 보고서에서 제시한 연차 미사용과 휴일근로 감축을 위한 필요 인원은 47명이에요. 32명이나 적은 거죠. 인원 충원 없는 연차 의무 사용은 노동강도 강화와 연장 근로 등 노동조건 악화로 이어져요. 환자의 건강과 안전에도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그리고 이런 조건에서는 실제로 연차를 다 쓰지 못할 수 있는데, 이에 대한 수당은 지급하지 않을 거에요. 사측과 대표교섭노조가 연차 소진을 의무화하는 조항을 현장에 제대로 된 설명도 없이 교섭 안건으로 다루고 있는 것을 이해할 수 없어요. 그리고 박원순 시장이 보고서가 제시한 안에도 못 미치는 인원을 지원하고는 언론 인터뷰에서 노사의 협조와 양보로 노동시간이 대폭 단축된 양 생색 내는 것에 화가 나요. 그래서 농성을 시작하는 겁니다.”

이 보고서에는 향후 서울시가 목표로 한 연 노동시간 1800시간대를 위해 2022년까지 필요한 병동·특수파트 간호사 충원 인원을 92명으로 제시했지만, 서울시는 현재 60명 충원 계획을 내놓고 있을 뿐이다.

신규 채용 비용 방안을 살펴 보면, 서울시가 추가 부담하는 지원금(8억 1300만 원)보다 노동자들의 초과근무수당 및 연가보상비 절감분(12억 8700만 원)이 더 크다. 서울시는 이조차 “미지급되는 노동시간이 많아 절감된 수당으로는 증가되는 인건비 충당이 곤란”하다고 인정하고 있다.

이래서는 제대로 된 노동시단 단축이 될 수가 없다.

임금 보전

노동자들의 서울시의 시범모델에 연장근로 및 연차수당 감소에 따른 임금 보전 방안이 없는 것에도 불만을 표하고 있다. 보고서의 설문조사 결과에서 임금 보전 방안이 없는 노동시간 단축 안에 동의한 노동자들은 대체로 50퍼센트가 안 됐다.

서울의료원 노동자들의 상대적 저임금까지 고려했을 때, 수당 삭감에 대한 임금 보전은 반드시 필요하다.

서울시의 노동시간 단축 시범모델은 노동시간 단축 효과도 못 내고, 노동자들의 임금은 임금대로 깎아 불만을 사고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서울시가 충분한 예산을 지원해야 한다.

한편, 새서울의료원분회는 무기계약직을 차별 없이 정규직화하고 상시지속업무의 계약직 노동자도 전원 정규직화 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박원순 시장이 약속한 서울시 산하 기관의 온전한 정규직화도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

제대로 된 노동시간 단축과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는 새서울의료원분회의 농성에 지지와 연대를 보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