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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와 중동:
2018년 1월, ‘이란 핵합의’가 파기될 수 있다

12월 15일 미군 전투기가 시리아 상공에서 러시아 전투기를 겨냥해 채프‍·‍플레어(미사일을 속이기 위한 용도의 금속조각‍·‍불꽃)를 위협용으로 발사했다. 이 “공격적인 작전”을 합리화하고자 미국은 러시아 전투기가 지정된 비행구역을 벗어났다고 주장한다. 반면 러시아는 미군이야말로 초대받지 않은 군대로 시리아를 떠나야 한다는 입장이다.

트럼프는 중동의 혼란을 미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려 한다

트럼프는 6년 남짓 자국민 50만 명 이상을 학살한 시리아 독재자(아사드)의 퇴진에 별로 관심이 없다. 대신에 이란이 이 일대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을 크게 경계한다. 이란이 ‘핵합의 정신을 어긴 것’이라며 말이다.

다음달인 2018년 1월이면 트럼프가 핵합의를 결정적으로 약화시킬 기회를 갖게 된다. 대(對)이란 제재 중단에 관한 미국의 각종 법률은 정기적으로 대통령의 재가를 받도록 돼 있는데, 2018년 1월이 그 시점이다. 그때, 2016년 1월 이후 중단했던 제재를 재개한다면 미국은 핵합의를 심각하게 위반하는 것이고 커다란 파장을 낳을 것이다.

이미 지난 10월 트럼프는 이란 핵합의를 불인증했다. 그러면서 의회에 관련 입법을 요구했다. ‘일단 의회와 동맹의 지지를 구하겠지만 여의치 않으면 대통령 단독 권한으로 핵합의를 파기하겠다’는 단서를 달면서 말이다. 의회가 이를 사실상 거부한 데서 보듯 미국 지배자들의 의견은 통일돼 있지 않다.

그동안 사우디아라비아, 이스라엘은 이란 핵합의를 파기해야 한다고 미국에 요구해 왔다. 트럼프가 이란 핵합의 파기를 강행하면 중동에 다시 한 번 큰 충격이 밀려올 것이다.

트럼프의 중동 구상, 세계적 맥락 속에서 보기

트럼프는 왜 이렇게 막 나갈까?

트럼프의 이란 핵합의 불인증, ‘예루살렘 선언’, 사우디아라비아의 모험적 외교‍·‍전쟁 도발 지원 등은 제국주의, 즉 자본주의 강대국들의 패권 경쟁이라는 맥락 속에서 봐야 한다.

미국은 세계 열강 중 그 영향력이 명실상부하게 전지구적인 국가이지만, 지난 몇십 년에 걸쳐 경제력이 상대적으로 쇠퇴해 온 바람에 중국, 러시아, 유럽, 일본 등 다른 자본주의 강대국과의 경제적‍·‍지정학적 경쟁을 늘 의식해야 한다. 미국이 세계 각지에서 벌이는 군사 행동은 그 일환이다. “거대한 체스판”은 미국 지배자들의 그런 사고 방식을 잘 보여 주는 말이다.

중동은 석유와 천연가스의 최대 매장지이자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유라시아) 요충지다.

최근 트럼프가 발표한 ‘미국 국가안보전략’(이하 ‘전략’)은 ‘군대가 뒷받침돼야 외교가 힘을 발휘한다’고 선언했다.

중동이 이를 확인하는 적지가 될 수도 있다. 미국의 전략에서 중동이 지니는 중요성은 최근 트럼프가 “인도-태평양”을 새로운 전략 공간으로 강조하는 것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인도양은 바로 남중국해와 중동을 잇는 바다다. 중국이 ‘일대일로’ 정책을 추진하며 중동 해상로를 확보하려고 하는 것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중동은 미국이 유럽의 동맹들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데도 중요하다.

이번 ‘전략’에는, 전통적 우방인 독일과 프랑스도 심각한 경쟁국으로 인식하고 특히 그들이 유럽연합을 이용해 미국의 이익을 침해한다고 보는 트럼프의 생각이 반영돼 있다. 미국 주도 군사 동맹을 위한 비용을 제대로 부담하라는 내용은 가득한 반면, 유럽 통합이나 유럽연합을 지지한다는 말은 전무하다.

그런데 최근의 난민 위기에서 보듯 유럽은 중동 상황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지만, 중동에서 독자적 군사 개입을 할 수단은 제한적이다. 트럼프의 이란 핵합의 불인증, ‘예루살렘 선언’, 사우디아라비아 등의 카타르 단교 선언 지지 등은 그간 프랑스, 독일, 영국이 중동에서 해 온 노력을 상쇄하는 면이 크다.

트럼프가 야심차고 호전적인 현지 지도자들을 이끌며 연거푸 중동을 뒤흔드는 것을 보며 유럽 지배자들은 군사력 열세가 외교력 열세로 이어진다는 것을 새삼 실감하고 있다.

트럼프는 중동이 거의 이례적인 상황에서 집권했다. 지난 몇 년간 중동에서는 미국의 이라크 점령 실패, 아랍 혁명과 반혁명을 배경으로 시리아에서 이라크 서부에 이르는 방대한 지역에 국가 권력이 사실상 부재한 상황이 펼쳐졌다. 이를 이용해 러시아의 위상이 높아지고 이란의 영향력이 커졌다. 그러자 미국의 포퓰리스트 우익은 개입이 충분치 않은 탓이라고 성토했다.

이에 트럼프는 전임 정부의 ‘유약함’(이라크‍·‍시리아를 수없이 폭격했는데도)을 비난하고 사우디아라비아‍·‍이스라엘과 이란 사이의 갈등을 키우는 방식으로 중동의 혼란을 미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려 한다.

미국의 이런 세계적 구상과 중동 현지 지배자들의 지역 패권에 대한 야심이 맞물려 있기 때문에 중동은 향후 더 큰 격랑에 휩싸일 공산이 크다.

레바논, UAE 한국군즉각 철군하라!

한국군은 레바논과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 파병해 있다. 두 부대 모두 사우디아라비아‍·‍이스라엘과 이란 사이 갈등의 한복판에 있다.

중동 긴장이 고조되고 있음에도 12월 초 다수 여야 국회의원들은 파병 연장에 찬성했고 결국 통과됐다. 세계 자본주의 내에서 한국 국가의 국익을 강화하기를 택한 것이다.

정의당 의원들과 민중당 의원들은 UAE 파병에는 모두 반대했으나 레바논 파병에서는 같은 당 안에서도 표결이 엇갈려 윤소하(정의당)와 김종훈(민중당) 의원만이 반대했다. 나머지는 기권 혹은 찬성했다.

UAE는 사우디아라비아와 함께 이란에 호전적인 대표적 걸프 왕정이다. 문재인 정부가 이런 UAE와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증진”시킬 기회가 왔다고 열을 올리는 사이 우리 나라 청년 수백 명은 갈수록 전쟁 위험으로 내몰리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레바논과 UAE에 파병된 한국군을 즉각 철군시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