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노동자들이 낮은 임금 인상에 반대해 임단협 잠정합의안을 부결시켰다. 11월 22일 실시한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과반 이상이 반대표를 찍었다. 가뜩이나 지난 몇 년간 임금 인상이 억제돼 온 상황에서 이번에 임금 인상 수준이 더 낮아져 불만을 드러낸 것이다. 잠정합의안은 부족했던 지난해 인상 수준보다도 20퍼센트 가량 더 적었다.

집행부는 이번 합의안이 “임금성은 부족하지만 대공장 노조의 사회적 책임과 연대를 고민했다”고 밝혔다. “대외 경영 여건 악화”를 감안해 임금 인상률을 낮추는 한편, “노동 귀족” 오명을 벗기 위해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추구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합의안은 사내하청 3500명을 2021년까지 정규직으로 신규채용(근속 일부 인정)하고, 촉탁직을 단계적으로 축소하겠다는 내용도 담았다. 내년에 6백여 명, 내후년에 1천여 명을 줄이는 방안이다.

12월 5일 울산 현대차 공장에서 열린조합원 결의대회 ⓒ출처 현대차지부

현대차지부처럼 강력한 조직력을 가진 노조가 비정규직 정규직화, 정규직 일자리 확대를 위해 힘쓰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자동차·제조업에서 현대차가 미치는 영향이라는 점에서 볼 때도 그렇다.

그런데 이번 합의안은 비정규직 문제에서도 노동자들의 요구를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사내하청 신규채용 규모는 전체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2~3차는 배제한 채 1차 하청만을 대상으로 했다. 비정규직지회 조합원의 적잖은 수가 2차 하청인 상황에서 조합원들 내에서도 희비가 엇갈리게 생겼다. 내부에서 불만이 제기되고 노동자들 사이에 반목이 일고 있는 이유다.

촉탁직의 단계적 축소 방안도 3200여 명에 이르는 노동자들의 고통을 생각해 보면 턱없이 부족하다. 그조차도 촉탁직 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이 아니라, 신규채용 시 촉탁직 경력을 우대하겠다는 약속에 그쳤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모두의 요구를 쟁취하기 위해 만만찮은 투쟁을 조직해 사측을 압박하는 것이 필요하다. 정규직의 임금 요구 수준을 낮추는 것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문제에서도 효과적인 대응 방안이 되지 못한다.

그런 점에서, 하부영 집행부가 내세운 “새로운 투쟁 전술”에 대해서도 돌아볼 필요가 있다. 그것은 순환·부분 파업과 비정규직(촉탁직)의 정규직화 요구로 요약된다.

집행부는 해외 생산이 확대되고 재고가 늘어난 오늘날 기존의 “질서 정연한 전면 파업”으로는 생산에 타격을 주기가 어렵다고 말한다. 그래서 파업으로 인한 “조합원들의 임금 손실을 최소화하면서 파업 효과는 키우”기 위해 순환 파업이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하부영 지부장이 조합원들에게 “새로운 투쟁 전술”을 설득하며 사례로 들었던 1980년대 말~1990년대 초에는 노동자들이 태업, 순환 파업, 전면 파업 등 할 수 있는 수단들을 다 써 가며 저항했다. 당시에는 현대차가 생산량을 대폭 늘리며 호황을 누렸기 때문에 순환 파업 등으로도 사측에 타격을 줄 수 있었다.

그러나 판매 부진으로 재고가 늘어난 현재의 조건에서는 순환·부분 파업으로는 힘을 발휘하는 데 한계가 있다. 사업부별로 시차를 두고 파업을 하는 것은 부분적으로 부품 공급에 영향을 미쳐 파업하지 않는 부문의 생산에 차질이 빚어지기는 했지만 거의 미미한 수준이었다. 더구나 파업 수위도 3~4시간짜리에 그쳐 효과가 상당히 제한적이었다. 보수 경제지들조차 “사업부 순환 파업 방식이 과거 전 부문이 파업하는 것보다 파급력이 적다”고 꼬집은 이유다.

재고량이 늘어나 파업 효과가 미약해졌다는 식으로 일면적으로 봐서도 곤란하다. 기업주들에게는 수익성도 중요하지만 전 세계 시장에서 차지하는 점유율과 매출액도 중요하기 때문에, 매년 연말마다 할인 혜택을 줘 가며 재고 소진에 나면서도 생산을 지속한다. 더구나 재고량은 차종별로 천차만별이고, 특히 인기 차종들은 오히려 생산을 더 늘려야 할 판이다.

노동자들이 부족한 임금 인상 수준, 비정규직 정규직화 수준에 불만을 드러낸 만큼, 현대차지부 지도부는 투쟁을 재개하고 파업의 힘을 키우려고 애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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