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7일 〈조선일보〉는 “민노총 타워크레인 고공 갑질” 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기사에서는 민주노총 소속 타워크레인 노동자들이 갑질을 한다고 비난하고,  황당한 논리로 최근 발생했던 타워크레인 사고에도 우리가 책임이 있는 것처럼 서술하고 있다.   

이 기사는 평택 사고 때 민주노총 조합원이 위험한 코핑-타워크레인 키를 높이는 인상 작업-작업을 거부해서 대체기사가 목숨을 잃었다며 민주노총 기사가 사고의 원인인 것처럼 비난한다. 이 대목에서 기자가 제정신인지 의심스럽다. 그러면 민주노총 기사가 목숨을 잃는 것은 문제가 없다는 말인가.

코핑작업은 1년에 2~3차례 밖에 없기 때문에, 타워 기사들에게 익숙한 작업이 아니다. 따라서 안전을 위해서 설,해체 전담 타워기사를 운영해야 하지만 타워임대사들은 비용 때문에 이렇게 하지 않는다. 전담기사는커녕 코핑작업을 진행하는 설해체팀 노동자들도 공사를 빨리 진행해야 된다는 원청사의 강요에 2일이 소요되는 코핑작업을 하루에 끝내는 고강도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

이처럼 안전이 도외시되고 있는 현실에서 몇 년 전 수원 광교에서 동료 조합원이 코핑 작업 중에 목숨을 잃은 안타까운 일이 발생하자 우리는 위험천만한 코핑작업 참여를 거부해왔다. 장비의 노후화나 장비의 결함으로 인한 사고를 건설사, 임대사가 기사의 과실로 몰아가며 안전대책이 뒷전이었기 때문이다.

올 초 〈경향신문〉은 ‘건설업계의 민낯'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광교 사고를 다뤘다. 당시 타워가 불안정해서 설,해체팀이 작업을 거부했는데, 일정을 재촉하는 원청사의 강요로 짜깁기 된 설,해체 노동자가 투입되었다.

사측은 사고의 원인을 사고로 숨진 타워기사의 책임으로 몰았지만, 결국 노후장비와 장비결함으로 드러났다. 이런 진실을 감추고자 금품을 주고받았던 산업재해예방근로감독관과 임대사인 남산공영 임원이 처벌 받았다. 이 사실은 동료를 잃은 우리들에게 더 큰 충격을 안겨줬다. 

원청과 임대사는 안전문제를 개선하기 보다는 민주노총 조합원들보다 낮은 임금으로 코핑작업에 투입할 수 있는 대체기사를 고용하며 이들 또한 위험 속으로 밀어 넣고 있다.

이런 현실을 왜곡하며 최근에 일어난 타워크레인 사고의 책임을 노동자의 탓으로 떠넘기는 것은 정말 뻔뻔한 행위다. 올 해 일어난 타워크레인 사고의 경우도 대부분 신호수와의 소통부재, 장비결함이 원인으로 밝혀졌다. 또, 평택 사고 동영상을 보면 코핑작업을 하는 상황에서 사고가 발생했는데, 이것이 장비결함으로 인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은 타워크레인에 관한 전문지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인정하는 바다.  

또, 이번 〈조선일보〉의 기사는 민주노총 소속 타워조합원들의 고용보장 요구가 ‘갑질’이라고 비난했는데, 이것도 사실이 아니다. 전에는 대부분의 타워 노동자들이 건설사 정규직이었지만, 1997년 IMF 위기가 오자 비정규직으로 내몰렸다. 그래서 우리 타워기사들은 현장이 없으면 3~4개월은 기본이고 길게는 1년씩 실업자로 전전해야 하는 처지로 전락했다.

이런 현실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임대사는 노동자간 갈등을 부추기면서 노동조건 개선을 위해 투쟁하는 노조를 약화시키려 거듭 시도해왔다. 위험한 일임에도 더 많은 이윤을 남기기 위해 임금이 싸고 경력도 없는 비노조 기사를 투입하며 조합원 채용을 기피하는 일이 잦아지고, 매년 체결해온 노동조합과의 교섭도 기피하려는 태도를 최근 들어 거듭 보여왔다.

반면 노동조합은 안전, 노동조건 문제에서 앞장서 싸우면서 전체 타워기사들의 조건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해왔다.

이런 진실을 가린 채 노동조합을 비난하며 노동자들의 분열을 조장하는 건설사, 임대사, 보수언론의 노림수는 분명하다. 투쟁하는 부위를 약화시켜 노동조건에 대한 공격을 수월케 하기 위한 것이다.

이런 분열시도에 노동자들은 단결로 맞서야 한다.

연이은 사고로 정부가 중대재해 예방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여기에는 근본적인 문제인 고용, 노동조건 개선에 대한 문제가 포함돼있지 않다. 이런 문제를 개선해야 노동자들이 원청, 임대사의 눈치를 보지 않고 안전하게 일할 수 있고, 질 좋은 일자리도 늘어날 수 있다.

민주노총 조합원들 뿐만 아니라 한국노총, 비조합원들이 함께 노동조건 개선과 고용안정을 요구하며 단결해서 투쟁해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