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우익의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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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곳곳에서 극우가 선거에 출마해 꽤나 큰 성공을 거두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찰리 킴버가 극우가 부상하는 것은 기득권층의 인종차별적 편견 유포와 관계 있음을 자세하게 설명한다. 찰리 킴버는 영국 사회주의노동자당(SWP)의 공동 사무국장이자 SWP의 주간신문 〈소셜리스트 워커〉 편집자다. [ ] 안의 말은 독자의 이해를 돕고자 편집부가 덧붙인 것이다.
2017년 독일·오스트리아·프랑스·체코에서 치러진 선거들에서 강경 우익이, 때로는 파시스트 세력이 크게 전진했다. 영국 노동당의 제러미 코빈이 부상하는 등 좌파의 전진도 있다. 그러나 오른쪽에서 제기되는 위험은 엄중한 경고를 보낸다.
11월 11일 폴란드에서는 파시스트가 수만 명 규모의 집회를 주도했다. 그 집회의 한쪽에서는 “유럽은 백인의 땅으로 남든가 아니면 황폐화될 것이다”, “형제 나라들의 백인 유럽”, “순수한 혈통, 냉철한 정신” 같은 말이 적힌 배너가 보였다. 미국에서는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하고 이민자를 비난하는 장광설을 늘어놓으며 이슬람혐오와 분별 없는 군사적 위협을 가한 덕분에 나치 세력이 힘을 얻었다.
인종차별은 지배계급이 단지 부가적으로 채택하는 정책이 아니다. 경제가 활력이 없거나 정체하고 수많은 사람들의 생활 수준이 떨어지면서 생겨난 사회 곳곳의 강력한 분노가 배출구를 찾는 시기에 지배계급이 행동하는 방식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인종차별과 파시즘을 물리치려면 실체를 알아야 한다. 파시즘은 단지 우파적 민족주의가 아니다. 파시즘은 온갖 형태의 노동계급 조직과 민주주의를 말살하려 하는 특수한 세력이다. 나치의 홀로코스트가 보여 주듯이, 파시즘이 불러올 공포에는 한계가 없다.
전통적 우파와 나치를 구분할 줄 알아야
파시즘과 전통적인 의회 내 우파 세력을 동일하게 보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레온 트로츠키는 이렇게 썼다. “민주주의와 파시즘 사이에는 모순이 정말로 존재한다.
1930년대 공산당과 사회민주당이 저지른 더 큰 오류는 나치에 대항하는 단결된 행동을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독일 공산당은 스탈린의 노선을 따랐다. 그것인 즉,
나치의 성장과 주류정당들의 상호작용
파시스트 조직은 주류 우파 정당의 조직과 같지 않다. 그럼에도 주류 정당들이 파시스트의 성장에서 공범 구실을 한다는 사실도 간과해선 안 된다.
파시스트 세력의 성장은 언제나 주류 우파 정당과 사회민주주의 정당의 언행과 관련이 있었다. 사회가 위기에 빠지는 시기에 전통적 정당들은 노동계급을 공격하고, 저항을 분열시킬 목적으로 특정 집단을 속죄양 삼는다. 그들의 부패와 특권 의식을 보면, 그들이 대다수 사람들에게서 얼마나 멀리 동떨어져 있는지, 대다수 사람들을 얼마나 적대하는지를 알 수 있다.
《파시즘에 맞서 싸운 마르크스주의자들》라는 책의 저자 데이비드 비담은 파시즘과 그에 대한
“파시스트 운동의 존재 탓에 의회 체제가 반동적 조처 ― 파시스트 운동이 없었다면 용인되지 않았을 조처 ― 를 지지하는 것이 또 다른 관계다
아돌프 히틀러는 독일인 다수의 표를 얻어 선출되지 않았다.
오늘날에도 이 상호작용 과정이 일어나고 있다.
정상정당
전임 대통령들인 우파 니콜라 사르코지와 사회당 프랑수아 올랑드가 무슬림, 이민자, 로마인
최근 국민전선은 심각한 내분을 겪고 있다. 하지만 국민전선에게 새 부흥 기회를 제공하려는 듯, 주류 정당들은 또다시 인종차별적 편견에 영합하고 있다. 이달
폴란드 사정도 비슷하다. 2015년 총선에 승리해 집권한
국방부 장관 안토니 마치에레비츠는 2001년 이렇게 말했다. “예드바브네 사건을 둘러싼 이 야단은 공산주의와 소비에트의 점령에 대한 유대인의 책임을 면제할 의도로 생긴 것 아닌가?” 한때 마치에레비츠가 발행한 신문은 유대인 차별적 기사와 만평을 실었다. 그중 일부에는 마치에레비츠의 서명도 있었다.
사정이 이러니, 유대인 차별적 거리 행진과 폭력 행위가 자라는 것이 놀랄 일일까? 폴란드 내무부 장관 마류스 브와슈착은 파시스트가 주도한 11월 행진을 칭찬했다. “아름다운 광경이었다. 많은 폴란드인들이 독립기념일 휴일과 관련된 축하 행사에 참가하기로 결정한 것이 자랑스럽다.” 외무부 등 폴란드 정부의 다른 부처들에서도 비슷한 논평이 나왔다.
애국자
정부 노선을 반영하는 방송사 TVP는 그 시위를 “애국자들의 위대한 행진”이라고 불렀다. 일부 참가자들은 “우리는 신을 원한다!”는 구호 아래 행진했다. 이 말은 오래된 폴란드 찬송사 가사로, 올해 폴란드를 방문한 미국 대통령 트럼프가 인용한 바 있다.
오스트리아에서는 보수정당인 국민당의 제바스티안 쿠르츠가 10월 총선의 승자가 됐다. 선거운동 동안 쿠르츠는 극우정당인 자유당이 제기한 반이민 정책과 국경 통제 강화 요구를 메아리처럼 따라 했다. 어떤 면에서는 쿠르츠가 자유당보다 더 나아간 경우도 있었다.
전임 정부에서 외교통상부 장관을 맡는 동안 쿠르츠는 부르카 착용 금지, 비공식 버전의 쿠란 판매 금지 정책을 도입하는 데 일조하고, 공무원과 교사들이 머리를 완전히 덮는 스카프를 일절 착용하지 못하게 하는 정책을 추진했다.
포퓰리스트를 흉내 내는 주류정당과 진짜배기 극우 정당 중에서 유권자들이 후자를 택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사실을 보여 주는 또 하나의 냉혹한 사례다. 쿠르츠는 자유당과 연립정부 구성 논의를 하고 있고, 지도적 파시스트들이 경찰을 책임지는 내무장관을 비롯한 주요 자리를 차지할 예정이다.
흉내 내기
독일에서는 이제 나치 의원 수십 명을 보유하게 된 독일을위한대안당이 부상하고 있다. 여기서도 주류 정치인들이 크게 한몫했다. “자유주의적” 친기업 정당인 자민당과 그 정당의 리더 크리스티안 린트너는 난민 신청이 거부된 사람들을 빨리 추방해야 하고, “가장 현대적인 감시 방법”을 이용해 국경을 봉쇄해야 하고, 많은 사람들이 갑자기 난민 신청을 할 것이 예상되면 국경을 폐쇄하도록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독일의 사회주의 단체 마르크스21 회원들은 이렇게 말했다. “
언론도 극우 성장에 일조했다. 독일에서 판매 부수가 가장 많은 일간지
체코에서는 우파 자유주의 정당인 ‘분노한 시민들의 행동당’이 올해 10월 총선에서 30퍼센트를 득표해 최대 정당이 됐다.
바비스는 보수정당인 시민민주당과 연립정부를 구성할 가능성이 있다.
내년
중도정치는 나치와 인종차별의 성장을 막지 못한다
중도정치에 매달려서는 유럽 전역에서 급성장하는 인종차별과 파시즘을 저지할 수는 없을 것이다. 중도정치가 그 병증을 낳은 셈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중도정치는 자본주의와 시장이 세계를 운영할 유일한 방법이라는 관점이 확고하다. 이 관점에 따라 중도정치는 이윤 시스템의 회생을 위해 대중에 내핍과 희생을 요구한다. 이것이 극우가 성장하는 중요한 토대였다. 여기서 유럽연합은 특별한 구실을 했다.
리즈 페케테는 《인종과 계급》 1월호 기사에서 이렇게 지적했다. “신자유주의는 단지 경제적인 프로젝트가 아니다. 신자유주의는 매우 정치적인 프로젝트로, 국가를 내부로부터 변형시켜서 국민국가를 서로 연결된 시장 국가들로 병합시키려는 노력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유럽연합이라는 초국가 기구는 그 과정의 중심이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를 이끄는 사람들은 ‘사회적 유럽’
유럽연합
유럽연합은 거짓 국제주의를 장려했다. 그 거짓 국제주의는 이윤 창출을 최종적 판단 기준으로 삼는 한편, 아주 제한된 형태로 노동자들이 유럽 나라들 사이를 이동할 자유를 보장하는 동시에 난민 수만 명을
유럽연합에 옳게 맞서는 방식은 반자본주의적 국제주의다. 반자본주의적 국제주의는 전 세계 부자와 권력자 모두에 맞서는 노동자들의 공동 이익을 기초로 한다. 그러나 유럽연합에 맞서는 다른 방식이 있는데, ‘국민 정체성’을 내세워 무슬림과 난민들을 적대시하는 것이다.
영국에서 보수당은 계속해서 긴축재정, 인종차별, 이슬람혐오를 추진한다.
파시즘에 맞선다는 구체적 목표를 가진 광범한 공동전선이 필요하다. 난민·무슬림·이민자에 대한 인종차별에 대항하는, 그리고 국가가 부추기는 인종차별과 경찰의
영국 노동당과 노동조합 지도자들이 바로 지금, 보수당에 맞선 실질적 저항을 조직하도록 압박을 가해야 한다. 그 저항은 노동자와 가난한 사람들에게 이로울 뿐 아니라 인종차별적 독성 물질을 치워 버리는 데서도 이로울 것이다.
그러나 우파를 대신할 건설적 대안도 제시해야 한다. 그것은 온갖 자본주의 옹호론을 사정 봐 주지 않고 공격하는 혁명적 사회주의의 대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