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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연대 학생그룹 성명:
한동대 당국은 페미니즘 강연 이유로 한 교수·학생 징계 중단하고
동성애·이슬람 포용적이라고 진행한 교수 해임 철회하라

이 글은 노동자연대 학생그룹이 1월 9일 발표한 성명이다.

한동대학교 당국이 학내 진보 동아리 ‘들꽃’이 12월 8일 주최 한 페미니즘 강연을 문제 삼아 학생 5명 징계를 시도하고, 강연 참가를 독려한 교수 징계도 추진하고 있다.

12월 31일 한동대 당국은 ‘들꽃’ 지도교수로 지목된 김대옥 교수에게 “한동의 정체성에 반하는 가르침” 등을 이유로 계약을 연장하지 않아 사실상 해임했다. 이 소식을 전해 들은 많은 사람들이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한동대 당국이 문제 삼는 강연은 임옥희 경희대 교수와 페미니스트 작가 홍승은·승희 씨를 초청해 ‘성노동’과 페미니즘에 대해 토론하는 자리였다. ‘들꽃’은 지난 수년간 학내에서 노동, 여성 등에 관해 진보적 내용의 강연을 열어 왔다.

학교 당국은 강연 전부터 학생들에게 강연을 취소하라고 압박을 넣었다. 당일에는 학생처장과 교목실장이 학생 20명을 대동해 항의 팻말 시위를 벌였다. 강연 직후 학내 반反동성애 기독교 동아리 소속의 한 학생이 이 강연회가 “동성애의 음모”라며 주최 학생들을 제명하고, 진보적 교수들을 징계하라는 서명을 발의했다. 이후 한동대 당국은 이들의 징계를 추진하고 있다.

게다가 학교 당국은 강연에 참석한 학생의 SNS를 사찰하고, 한 학생의 연인관계 등 사생활을 문제 삼는 파렴치한 짓도 서슴지 않았다. 징계 대상에 오른 나윤숙 교수는 이 강연을 듣고 감상문을 제출하는 학생에게 추가 점수를 주겠다고 한 것이 문제가 됐다.

그러나 ‘들꽃’이 밝혔듯이 이 강연은 “우리 모두가 또 하나의 이웃인 성매매 여성들에 대한 편견과 두려움으로부터 벗어나 그들에게 한 걸음 다가갈 수 있”길 바라는 취지에서 열렸다. 대학에서 자유로운 사상 토론을 권장하지는 못할망정, 특정한 사상(입장)을 문제 삼아 무더기 징계를 내리고 학교에서 쫓아내려는 것은 수치스러운 일이다. 징계위에 회부된 학생들이 “이곳이 대학입니까”, “우리는 한동대의 맹목적인 ‘신도’가 아닌 비판적인 ‘학생’”이라고 외치는 이유다.

한동대 당국은 보수 복음주의 세력이 주도하는 곳으로, 지난해 5월 동성애를 비난하는 입장을 학교가 공식적으로 내놔 논란이 된 바 있다(관련 노동자연대 학생그룹 성명 ‘한동대 당국은 동성애자 억압 중단하고, 맥락에서 떼어낸 성경 인용도 중단하라’). 이번 탄압은 보수 복음주의 관점에 입각해 한동대 내에서 진보적 논의(특히 섹슈얼리티에 대한) 자체가 새어 나오지 못하게 단속하는 맥락이었을 것이다.

이미 이번에 징계·해임된 교수들은 이전부터 한동대 당국의 보수적 행보에 문제 제기를 해 왔다. 나윤숙 교수는 지난 5월 학교가 동성애 반대 입장을 공식적으로 내놨을 때에도 이를 반박하는 교수 성명에 용기 있게 연명한 바 있다. 해임된 김대옥 교수도 동성애와 이슬람에 대한 포용적 입장 때문에 학교 권력자들에게 이미 미운 털이 박힌 상태였다고 한다. 이번 해임에서 학교 당국은 규정에 있는 해임 절차조차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

반면, 이들은 탄압하는 한동대 장순흥 총장은 “또 하나의 이웃”인 동성애자들에 대해선 혐오를 부추기면서, 온갖 부패한 권력자들을 “이웃” 삼아 왔다. 그는 아버지가 박정희, 이명박 등과 친밀했다는 점을 각별히 내세워 왔고, 그 자신도 그 연줄로 이명박의 “원전 수출”에 앞장서고, 박근혜 정부 인수위에서 활동하며 미래창조과학부 신설을 주도했다.

이처럼 “하나님의 대학”이라고 자처하는 한동대 당국은 자신이 정말로 그리스도의 이웃 사랑 가르침을 실천하고 있는가? 지금 벌이는 일들은 예수가 비난했던 권세 부리는 자들의 편에 서서 억압받는 사람들을 더욱 억압하고 있는 것이다.

학생들과 교수에 대한 징계 시도·해고는 당장 철회돼야 한다.

2018년 1월 9일
노동자연대 학생그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