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집배원의 연 평균 노동시간은 2900여 시간으로, 장시간 노동으로 악명 높은 한국 노동자들보다도 연간 800시간을 더 일한다. 이러한 장시간 노동은 집배노동자들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한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집배노조에 따르면, 지난 5년간 70명이 넘는 집배원들이 장시간 노동 때문에 사망했다. 그런데 집배노동자들은 주말에도 제대로 쉬지 못한다. 우정사업본부와 전국우정노조(한국노총 소속 다수 노조)의 합의로 토요 근무(택배 배달)가 부활했기 때문이다. 전국집배노조는 1월 20일 토요 택배 폐지를 요구하는 집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전국집배노조 최승묵 위원장을 만나 집배원 장시간 노동 문제 해결과 토요 근무 폐지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전국집배노조 최승묵 위원장 ⓒ조승진

Q. 집배노동자들의 장시간 노동과 이로 인한 과로사 문제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됐다. 우정사업본부는 2022년까지 1000명을 충원한다는 계획 등을 내놨는데, 이것이 해결책이 될 수 있나?

A. 장시간 노동의 원인은 인력 부족 때문이다. 물류는 노동집약산업이다. 기계화‧정보화가 발달하더라도 적정 인력이 유지돼야 노동시간을 줄일 수 있다. 전국집배노조는 한국 노동자 평균 노동시간으로 단축하려면 4500명 충원이 필요하다고 요구하고 있다. 1000명 충원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어떤 계산에서 1000명이 나온 것인지에 대한 근거도 없다.

Q. 집배노조는 올해 장시간 노동을 줄이기 위한 핵심 사업 중 하나로 ‘토요 택배 폐지’를 결정했다고 들었다.

A. 토요 택배 폐지는 현장의 가장 절박한 요구사항이다. [지난해 말, 전국집배노조가 전국의 집배원 305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토요 택배 만족도 설문 조사 결과, 93.1퍼센트가 폐지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2014년 7월부터 2015년 9월까지 1년 2개월간 토요 택배를 폐지하고 주말 휴무를 한 적이 있는데, 이때 노동시간이나 안전사고율이 줄었다. 토요일에 일을 안 하는 것이 평일에도 전체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토요 택배 재개 이후 전체 택배 물량이 많이 늘어났다. 토요 택배 부활로 대형 홈쇼핑 업체들과의 계약도 늘었다. 이로 인해 평일 택배 배달 물량도 더 많아져 노동조건이 악화됐다. 화요일이 택배가 제일 많을 때인데 현장을 가 보면 아주 지옥이다. 아침부터 구분 작업을 하고, 눈이 내리든 영하의 혹한이든 밖에서 택배 물량을 다 배달하기 위해서 끼니도 걸러 가며 화장실에 갈 시간조차 없이 일을 한다.

우정사업본부는 토요일 근무는 희망자를 우선해서 하겠다고 했는데, 희망자가 없어진 지가 꽤 됐다. 한 달에 한 번 정도 순번제로 돌아간다고 하지만, 격주 또는 격주도 모자라서 매주 나오는 곳들도 있다. 그래서 토요일에 개인적 용무로 빠지는 사람에 대해 주위 동료들의 시선이 안 좋아졌다. 현장의 공동체를 무너트리는 것은 시간 문제다. 과도한 노동이 인간적인 부분까지도 말살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100퍼센트 가까운 집배원들이 토요 택배는 폐지돼 토요일에는 쉬어야 하고, 노동시간은 줄어야 한다는 한목소리를 낸 것이라고 본다.

그런데 우정사업본부는 토요 택배 폐지에 대해 의지가 없다. 상당히 문제다. 토요 택배 재개 당시 합의한 인력 충원과 휴일근무수당 지급 등의 약속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대형 업체들과의 계약 유지와 물량 확보를 위해 현장의 노동자들을 쥐어짜고 있는 것이다. 

Q. 집배노조는 우정사업본부 내 노조들에게 ‘토요택배 폐지와 주5일제 쟁취를 위한 투쟁본부’(가칭)를 건설했는데,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는가.  

A. 노조와 직종을 뛰어 넘어서 토요 택배 폐지와 주5일제 쟁취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취지다. 공공운수노조 내 노조들 간에는 이 문제에 대해 인식을 공유했다. 그래서 투쟁본부를 만들려 하고 있다. 그리고 토요 택배 폐지와 주5일제 쟁취를 요구하며 1월 2일부터 12일까지 집배노조 조합원이 있는 우체국 앞에서 출근 전 1인 시위와 우정노동자 1000인 선언을 진행하고 있다. 현장에서 호응이 좋다. 그리고 1월 20일(토) 오후 3시, 서울 도심에서 집회를 준비 중이다. 집회 후에도 투쟁본부 중심으로 주5일제 쟁취, 토요 택배 폐지를 위한 투쟁은 계속 진행될 것이다. 

Q. 문재인 정부의 집배원 대책은 어떻게 보는가? 우편업을 포함한 무제한 근로 특례업종(근로기준법 59조) 폐지도 해를 넘겼다.

A. 여전히 자본과 기득권 세력의 눈치를 보는 것 같다. 일하는 사람들을 위한 법적‧제도적 개선이 더딘 이유라고 본다. 촛불의 성과로 등장한 만큼, 문재인 정권이 일하는 사람들을 위한 정책들을 확실히 속도 있게 밀고 갔으면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노동자들의 커다란 저항에 또다시 부딪힐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우정사업본부도 마찬가지다. 현재 노‧사‧전문가들이 모여 ‘집배원 노동조건 개선 기획추진단’이 활동 중이다. 설문조사와 현장 조사 등을 통해 개선안을 마련하는 등의 구실인데, 우정사업본부의 소극적 태도로 진척이 더디다. 

Q. 우정 노동자들의 노동조건 개선과 우정사업의 공공성 강화를 위해 무엇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A. 장시간 노동과 부족한 인력에서 파생돼 나오는 각종 불합리한 대책들을 개선해야 한다. 인력 충원을 위한 예산 지원이 필요하다. 금융부문에선 흑자인데, 이 흑자 분을 적자를 볼 수밖에 없는 우편부문에 지원할 수 있도록 법령을 개정해야 한다. 무엇보다 자본 수익성을 우선시 하는 우정사업본부의 구조가 근본적으로 문제다. 이것을 바꿔 내야 한다.

ⓒ조승진

집배원 토요택배 폐지! 주5일제 쟁취!

우정노동자 결의대회

  • 일시: 2018년 1월 20일 (토) 오후 3시
  • 장소: 청와대 사랑채 입구
  • 주최: 토요택배 폐지와 주5일제 쟁취를 위한 투쟁본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