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례별 초등학교 최현희 교사를 겨냥한 우파의 마녀사냥이 다시 시작됐다. 최근 자유한국당 의원이자 대변인인 전희경은 해당 학교에 공문을 보내 최현희 교사의 ‘병가 휴직 사유서’, 재직(병가) 중에 한 외부 강의, 출판, 인터뷰와 신문 기고에 대한 학교의 결재 보고서 등을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최현희 교사는 학교에서 동료 교사들과 페미니즘 책 읽기 동아리를 운영하고 성평등 교육을 했다는 이유로 지난해 8월부터 보수적 학부모들의 집단 민원과 우익의 악의적 비난에 시달렸다. (관련 기사 ‘우익들의 위례별초등학교 ‘페미니즘 북클럽’ 공격: 성평등 교육을 위한 교사의 활동 보장돼야’)

우익은 특히 동성애 혐오를 부추기며 최 교사의 성평등 교육을 비난했다. ‘주입’, ‘아동학대’, ‘에이즈’, ‘오염’ 등 자극적 단어로 공포심을 부추기면서 “친구 간 우정을 동성애로 인식하게 한 동심 파괴자”, “동성애하다 에이즈 걸리면 최현희 교사 뭘로 책임질 건가?” “페미니즘, 동성애, 남성혐오, 최현희를 즉각 파면하라”는 등의 비난을 퍼부었다.

보수적 학부모단체들은 강동송파교육지원청과 해당 학교 앞에서 두 차례 집회를 열었다. 〈조선일보〉까지 가세해 최 교사를 비난했다. 우익은 심지어 최 교사와 학교장을 아동학대 등의 혐의로 형사고발까지 했다.

이런 마녀사냥 때문에 최 교사는 한때 병원에 입원해야 할 정도로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아 병가 신청을 냈던 것이다. 그리고 악의적 공격이 계속되면서 몸이 회복되지 않아 병가를 연장했다.

그러므로 학교가 최 교사의 병가사유서를 제출해야 할 이유는 없다. 게다가 병가 중에 한 강연, 언론 기고, 인터뷰, 출판 등은 전혀 문제 삼을 일이 아니다.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이종수 교수는 휴직이나 재직 여부에 관계없이 교사가 ‘개인적으로 언론 활동이나 표현 활동을 하는 건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국회 관계자 하나는 “해당 교사가 인사청문 대상자나 범죄 혐의가 있는 사람도 아닌데 개인에 대한 ‘신상털이’식 자료 요구는 이례적”이라며 “국회의원의 자료요구권을 남용한 것”이라고 했다(〈한겨레〉 1월 9일 자).

마녀사냥

전희경은 자신이 마치 학생과 학부모를 위해 자료 제출을 요구한 것인 양 주장한다. 그러나 그는 학생을 위한다며 정작 학생인권조례에 반대했다. 그는 또, 경기도가 학생 등교 시간을 조금 늦춘 것을 문제 삼은 인물이다. 보수적 성교육표준안과 한국사 국정교과서를 옹호한 것은 물론이다. 전희경은 전경련에게서 매년 수십억 원을 지원받던 우익 씽크탱크 자유경제원의 사무총장을 지냈다. 그런 인물답게 전희경은 개인 블로그에 로널드 레이건과 마거릿 대처를 칭송하는 글을 올렸다. 노동자 탄압과 독재의 상징 박정희와 이승만도 ‘자유주의’ 리더라고 칭송했다. 논문의 약 80퍼센트가 다른 논문을 베낀 것으로 드러나 박사학위를 반납한 일도 있다.

전희경은 왜 지금 최현희 교사 마녀사냥을 재개하는 걸까? 곧 있을 교육감 선거 및 지방선거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우파들은 자신들에게 불리한 정치 지형을 만회하려 할 때마다 ‘동성애’ 등 성과 가족 문제에 대한 편견과 보수적 성 관념을 부추기며 세력 결집을 시도해 왔다. ‘임신 또는 출산, 성적 지향, 성별 정체성 등’을 이유로 한 차별을 받지 않도록 한 서울시 학생인권조례에 반대하고, 군형법 동성애자 처벌 조항 폐지에 반대하고, 보수적 성교육표준안을 옹호하는 것 등이 그 예다.

물론 전교조 등 진보진영을 위축시키고 우파를 결집하려는 시도일 것이다.

여성·성소수자 차별에 반대해 기성 가치관과 다른 주장을 한다는 이유만으로 공격을 하는 것은 부당하다. 시중 서점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페미니즘 서적을 읽고 토론하는 인권 교육을 문제 삼는 것은 교육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다.

인권과 성평등 교육은 요즘 흔한 얘기다. 내가 사용하는 중학교 1학년 영어 교재에도 백설공주 이야기를 페미니즘적으로 각색한 단원이 실려 있다. 기존 동화와 달리, 왕비를 외모에 집착하는 질투의 화신으로 그리지 않고 딸을 걱정하며 연대하는 캐릭터로 그린 점이 신선했다. 여성에 대한 왜곡과 편견으로 점철된 텍스트나 매체를 비틀어 보는 것은 학생들에게 피해를 주기는커녕 오히려 사고력과 창의력 신장에 도움이 된다. 페미니즘 책 읽기 교사 동아리가 성평등 관점으로 동화 다시 읽기, 여성의 생리나 경력 단절과 유리 천장에 대해 가르치기 등으로 교육하는 학생들이 민주적 의식을 기를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다양한 성적 지향과 성 정체성을 존중하고 차별하지 말아야 한다는 입장도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다. 2013년 유네스코(UNESCO)는 '동성애 혐오성 괴롭힘 없는 학교를 만들기 위한 교육 정책'을 제기한 바 있다.

전교조 교사들이 앞장서서 최현희 교사에게 지지와 연대를 보내자

전희경의 공격의 칼끝은 단지 최현희 교사만을 향하고 있지 않다. 최현희 교사가 실천한 사례를 보며 나는 일체감과 아찔함을 동시에 느꼈다. 나도 교내 인권동아리를 운영하며 성소수자 인권단체 방문 프로그램을 시행했고, 퀴어퍼레이드에서 가져온 자료들을 인권동아리 활동 자료로 사용했다. 최 교사처럼 나도 교무실 파티션과 가방에 성소수자 지지 버튼을 달았다. 또, 교내 인권골든벨 대회에 성소수자 인권 문제를 내고 청소년 성소수자를 다룬 영화를 상영했다.

그리고 이런 일들에 대한 학부모 민원이 제기돼 그에 대처하던 순간도 스쳐갔다.

우익의 악의적 왜곡과 달리, 학교에서 성소수자 인권 존중 교육을 할 때 많은 학생들이 긍정적으로 반응한다. 더 많은 학생들이 동성애를 이유로 차별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에 동의한다.

성소수자 인권 감수성 프로그램에 참가한 학생들은 “(성소수자 차별 사례) 역할극을 해 보니 상처받는다는 느낌을 알게 됐다,” “성소수자를 괴물처럼 생각했는데 우리와 똑같은 사람인 것 같다,” “동성애자들을 놀리지 말아야 한다,”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을 가진 선생님이 있으면 항의할 생각이다” 같은 소감을 남겼다. 어떤 학생은 무지개색 저금통에 푼푼이 동전을 모아서 성소수자 인권운동단체에 후원금을 전달하기도 했다. 

이런 교육이 없는 학교에서는 오히려 성소수자 학생들에게 폭력적인 상황이 벌어진다. 2011년 발행된 ‘성적 소수자 학교 내 차별 사례 모음집’에는 인천의 한 고등학교에서 실시된 설문조사가 실렸는데, 설문지의 질문 자체가 성소수자 차별을 부추기는 것이었다. “동성애 학생에 대하여 학교에서 취할 조치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하고 묻고는, “상담, 학교 내 봉사, 무기정학, 퇴학”을 선택지로 제시했다. 심지어 동성애자 학생의 학년과 반, 실명을 기재하라며 성소수자 학생들을 아웃팅하라고 부추기는 말까지 있었다.

교사가 성소수자 차별 반대 교육을 하는 것은 또래 사이에서 배제되고 놀림받지 않을까 매 순간 두려움을 겪는 청소년 성소수자들에게 큰 위로가 된다. 이런 교육은 청소년 성소수자들이 차별을 받을 때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이 아니라 저항할 용기를 줄 수도 있다.

동성애자 청소년들의 76퍼센트가 자살을 생각해 봤다는 통계가 있다. 이렇게 동성애 차별이 만연한 사회에서, 오히려 다양한 성적 지향을 존중하도록 가르치는 제대로 된 학교 교육이 절실하다. 그런 실천을 해 온 ‘초등성평등연구회’가 최근 그 기여를 인정받아 제7회 천주교인권위원회 이돈명인권상을 수상했다. 아주 기쁜 일이다. 최현희 교사는 동료들과 함께 그런 활동을 해 왔다.

우익이 “전교조 홍위병” 운운하며 공격한 데서도 알 수 있듯이, 최현희 교사 공격은 그동안 전교조 조합원들이 학교 안에서 평등을 가르치며 실천해 온 것에 대한 공격이기도 하다. 이를 통해 전교조 교사, 진보교육감과 혁신학교 등 진보적 교육운동을 흠집 내고 전교조 법외노조 문제 해결에도 찬물을 끼얹고 싶을 것이다.

따라서 우파의 최현희 교사 마녀사냥에 맞서 전교조가 적극 싸워야 한다. 단지 여성위원회뿐 아니라 무엇보다 집행부와 대의원대회가 나서야 한다. 최현희 교사가 고립되지 않도록 그에게 지지하고 연대를 보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