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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정 보도 요청에 대한 〈노동자의 힘〉의 답변

[편집자] 〈노동자의 힘〉 75호 “평화 캠페인은 평화를 가져올 수 있는가?” 라는 기사는 사실관계를 왜곡하고 있다. ‘다함께’는 〈노동자의 힘〉에 정정 보도를 요청했다. 다음 글은 〈노동자의 힘〉이 사실 왜곡에 대한 정정 보도를 거부하면서 보내 온 답변이다. 허성호 〈노동자의 힘〉 편집국장의 허락을 얻어 싣는다.

1. “폴리스라인은 없었다”란 표현은 사실관계를 떠난 문학적 은유에 해당하는 것입니다. 제 글을 가지고 문학적 은유라고 말하려니 좀 껄꺼럽긴 하지만, 나름대로 멋을 부려본다고 쓴 수사법을 가지고 사실관계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시니 그래도 제 입장에서 판단을 해 보겠습니다.

폴리스라인이 있고 없고의 사실관계에 대해서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습니다. 제 글에는 폴리스라인의 존재 의미에 대한 부분을 전제하고 있습니다. 지금 다시 보충하자면, 폴리스라인의 존재 의미는 최소한 두 가지 이상의 시각으로 바라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정권이나 경찰의 시각, 집회참가자들의 시각, 구경하는 사람들의 시각 정도겠지요.

경찰의 시각에서는 집회참가자들이 폭도로 변하지 않도록 병력을 배치했기 때문에 폴리스라인이 있었다는 것이 사실이겠지만, 저 같은 폭력주의자의 입장에서는 최소한 밀고 당기는 몸싸움 흉내라도 내야 폴리스라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경찰이나 정권을 끔찍이도 싫어하고, 그들의 시각이 아니라 노동자계급의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날 찍었던 사진을 찾아 봤는데, 노동자 계급의 미디어 활동가로서 몸싸움이 벌어지지 않는 폴리스라인을 찍을 생각을 아예 하지 않았기도 했지만, 제가 찍은 사진에도 폴리스라인은 없군요.

또한 소제목이 “폴리스라인은 없었다”로 나왔지만 본문에서는 경찰력이 충분히 배치됐다는 걸 분명히 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지금도 “폴리스라인은 없었다” 라고 주장하고 싶고, 그것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2. “집회의 연단에서 마이크를 잡은 명사들”이 “한결같이 노무현을 직접 비난하거나 공격하는데 매우 인색했다”는 점에 대해서도 노무현 정권에 대한 시각의 차이에서 생기는 문제라고 봅니다. 아무리 강한 욕설로 “노무현 씨발놈”하는 것과 노무현 퇴진을 주장하는 것은 정치적으로 엄청난 차이가 난다고 생각합니다.

작년 반전투쟁에서도, 탄핵정국 때에도 ‘노동자의 힘’은 투쟁의 슬로건에 물타기하지 않고 “노무현 퇴진”을 외쳐왔고, 기관지 〈노동자의 힘〉을 통해서 “노무현 퇴진!”을 반대하는 세력들의 기회주의와 투쟁하고 비판해 왔습니다. 이번 글에서도 그 지점을 분명히 짚고서 이야기를 풀어나갔습니다.

심상정 의원의 노무현 관련 연설에서 “국민적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란 말을 어떻게 노무현 퇴진의 내용으로 볼 수 있겠습니까? 또한 “국민적”이란 표현 자체가 가지는 비계급성을 오히려 비판해 들어가야 할 것입니다. 저는 국민적 저항은 필요하지도 않다고 보고, 국민들에게 아무 것도 기대하지 않습니다.

아무리 의회에 진출했다고 하더라도 자칭 노동자 의원이라면 계급적인 관점을 잃지 않으려 노력해야 할 판에, 의회적 표현방법을 그렇게 배워서 저항하는 노동자와 대중들 앞에서 부르주아식 표현을 흉내내는 것은 노동자 의원의 자격을 의심스럽게 하는 발언이었습니다.

그리고 김광일 씨의 연설에도 노무현이 나쁜 놈이라는 뜻 정도는 보이지만, 직접적인 비난이 한 마디라도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저는 도저히 찾을 수가 없습니다. 거기다가 “우리는 비정규직 개악안에 맞선 노동자들의 투쟁을 지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라고 하셨는데, 저 같으면 이렇게 말하겠습니다. “우리는 비정규직 개악안에 맞서 투쟁해야 합니다”라고. 여기서 우리와 노동자가 왜 구분이 되는지 이해하지 못하겠고, 우리는 누구며, 노동자와 다른 것인지, 아니면 제가 이해를 못하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3·20 행동 결의문의 내용도 노무현 퇴진의 내용은 없습니다.

그렇다면 제가 왜 그리 “퇴진”을 중요하게 판단하는지 생각하셔야 할 것입니다. 작년 국민행동 내부의 여러 세력들이 공동투쟁을 시작했지만, 국민행동 참가단체들 간에는 노무현을 지지하면서 국가주의의 논리에 빠져 한국 군인이 전쟁터에서 죽는 것 정도를 반대하는 세력들이 분명히 있었습니다. 잘 아시리라 봅니다. 물론 그 속에는 ‘노동자의 힘’도 있었고, ‘다함께’도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노동자의 힘’처럼 노무현 퇴진을 외치자니, 탄핵정국에서 노무현 구하기에 뛰어들었다가 곧바로 정치적 배신을 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 단체도 있었습니다.

때문에 공식적으로 “노무현 퇴진”이란 슬로건은 몇몇 기회주의 단체들이 보이콧했고, 비공식적으로 ‘노동자의 힘’, ‘이윤보다 인간을’, ‘사회진보연대’ 등의 좌파라 불리는 단체들에서 “노무현 퇴진”이란 구호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슬로건 하나가 당시 반전운동의 알맹이와 쭉정이를 구분하는 기준이 된 것입니다. 반전운동의 소강국면은 있었지만 전쟁은 진행중이고, 파병은 철회되지 않은 지금까지도 반전운동의 알맹이와 쭉정이는 그대로 있습니다. 저는 그것을 분명하게 확인하고 싶었고, 우리 운동이 기회주의 세력에게 점거된 아픈 현실을 폭로하기 위해 연단의 명사들에게 비판을 했던 것입니다.

저는 ‘다함께’도 반전운동의 기회주의 세력과 선을 분명히 긋고, 정치적으로 더욱 선명한 입장을 표현하길 기대하겠습니다.

3. 국제주의가 없었다는 것은 정확하게 말해서 이 대회와 운동이 가지는 원래의 형식적인 국제주의마저도 국가주의적이고 파시즘적인 독도 문제 때문에 훼손됐다는 뜻입니다. 심상정 의원의 국가주의적 발언과, 집회에 다양한 모습으로 드러난 민주노동당의 파시즘적 행태들, 그리고 정말 파시스트들까지 참가한 대회였다는 것을 솔직하게 드러낸 것인데, 그것을 인정하기 싫으신가 봅니다.

0. 〈노동자의 힘〉 75호 “평화 캠페인은 평화를 가져올 수 있는가?”(허성호 편집국장의 글)에 대한 정정 보도 요청은 그 글이 집회에 대한 입장의 차이로 인해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있지만, 사실관계가 잘못된 글이 아니기 때문에 〈노동자의 힘〉에서 정정할 의사는 없습니다. 다만, 보내주신 요청을 〈노동자의 힘〉에 게제하기를 원하거나 반론을 요청하신다면, 기꺼이 받고 성실하게 토론해보고 싶습니다.
건투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