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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따른 현대중공업 산재 사망:
“무분별한 휴업으로 인한 인력 부족이 비극을 낳았습니다”

현대중공업에서 연이어 노동자가 사망하는 끔찍한 일이 발생했다. 1월 24일 하청 노동자가 심장마비로 숨진 데 이어 다음 날에는 작업 중 입은 화상으로 사경을 헤매던 정규직 노동자가 숨졌다.

숨진 하청 노동자는 고령의 크레인 운전수였다. 숨지기 전 그는 하루 9~10시간에 이르는 장시간 노동에 시달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측은 일감이 없다면서 정규직 노동자들을 대거 휴업 내보내면서도, 남은 일감을 싼 값에 빨리 처리하려고 하청 노동자들을 장시간 노동에 내몰고 있다.

더욱이 피해자는 2016년 사측이 크레인 업무를 분사하기 전까지 정규직으로 일했다. 사측의 구조조정 속에서 하청으로 내몰리고 노동조건도 악화됐던 것이다. 분사와 하청화는 노동자들의 안전에 매우 해악적이다. 이번에도 서로 협력적으로 일해야 하는 크레인 운전수와 신호수가 각기 다른 업체 소속이었다. 그러다 보니 서로의 작업 상황을 긴밀하게 체크하지 못해, 피해자가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지 한 시간이 지나서야 발견됐다.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화재 사고로 숨진 정규직 노동자는 밀폐된 공간에서 산소절단기로 철판 절단 작업을 하던 중에 불이 옷에 옮겨 붙어 변을 당했다. 절단기에서 미세한 산소 누출이 있었고 이로 인해 불이 쉽게 번졌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근처에는 산업안전보건법상 반드시 갖춰져야 할 화기 감시자와 소화기조차 없었다. 환기 시설도 제대로 설치돼 있지 않았다고 한다.

특히 조선업에서는 위험한 작업이 많아 2인 1조로 일을 한다. 이번에 사고를 당한 노동자도 동료와 함께 작업에 투입됐지만, 인력 부족으로 실제 작업은 혼자서 해야만 했다. 이 때문에 노조는 이번 사고의 핵심 원인 중 하나가 “무분별한 휴업·휴직”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화재 사고가 난 부서의 조합원 3분의 1 이상이 휴업·휴직 중이었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남아 있는 노동자들은 안전에 신경 쓸 여유도 없이 고강도 노동에 시달리게 된 것이다.

“회사가 휴업을 내보내면서 남아서 일하는 사람들의 노동강도가 높아졌어요. 요즘 회사는 작업 예산이 삭감됐다면서 노동자들을 압박하고 있습니다. 부서별로 능률표를 만들어서 경쟁도 시키죠.”

“보통 옷에 불이 붙으면 바로 알거라 생각하지만, 겨울이라 옷을 두껍게 입고 있고 옷의 겉이 타면 열기가 바로 전달되지 않아 모르는 경우가 많아요. 거기다 절단 작업은 열이 많이 나고 연기도 많이 나서 마스크까지 쓰고 있으니 옷에 불이 붙은 것을 주변 작업자가 알려줘서 아는 경우가 흔하죠. 2인 1조 작업이 필요합니다.”

발뺌

요컨대, 이번 사고는 사용자 측이 최소한의 안전조치조차 취하지 않은 채 돈벌이에만 혈안이 돼 벌어진 비극이다. 노동자들은 열악한 작업 조건에서 인력 부족과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다 사고를 당했다. 일각의 주장과 달리, 하청 노동자들은 물론이고 정규직 노동자들도 산재 위험으로부터 결코 자유롭지 않았다.

그런데도 사측은 책임을 인정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기는커녕, 파렴치하게도 피해자들에게 책임을 돌리고 있다. 최근 사측이 개최한 설명회에 참가했던 노동자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일부 노동자들은 그 자리에서 항의를 하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고 한다.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노동자들은 말했다.

“설명회에 가서 사측에 항의를 했습니다. 황당하게도 화재로 숨진 피해자가 작업 지시서를 어기며 ‘과잉 작업’을 했다고 하더군요. 피가 거꾸로 솟았습니다.

“피해자는 철제 용접 보조물을 제거하는 작업을 하다가 변을 당했어요. 이건 작업지시서에 있는 일을 할 때 꼭 하게 되는 마무리 작업이죠. 늘 이렇게 일을 했죠. 그런데 ‘과잉 작업’이라니 말도 안 됩니다.”

“사측은 작업자가 안전 의식이 부족했다고도 말했습니다. 이건 완전히 적반하장입니다. 안전한 작업 환경을 만드는 것이 우선입니다. 우리에게 실수는 부상 아니면 죽음입니다. 늘 안전을 생각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다가도 실수를 할 수 있는데, 그러니까 더더욱 작업 환경을 제대로 갖춰야 합니다.”

고용노동부는 이틀간 연속 사망사고가 발생하자 1월 25일부터 현대중공업의 조선사업부문에 작업 중지를 지시했다. 정부와 노동부는 그동안 조선업에서 잇따른 산업재해에 이렇다 할 조처를 취하지 않아 문제를 방치한 책임이 있다. 제대로 된 사고 조사와 재발방지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노동자들은 이번 사고가 남의 일 같지 않다고 말한다. 그만큼 분노도 적지 않다.

1월 25일과 26일에는 정규직 활동가 2백여 명이 모여 공장 안에서 중집 집회를 열고 사측을 규탄했다. 1월 29일에는 현대중공업지부와 사내하청지회가 함께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충분한 안전 인력 투입과 휴업 중단, 장시간 노동 근절, 안전 장비·규정 준수 등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