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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 한파’와 기후변화:
현실이 된 기후변화의 위협

언제 끝날지 아무도 모르는 ‘북극 한파’로 수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겪고 있다. 수도관이 얼어 임시 거처를 마련해야 하는 불편부터 지하철 운행 장애, 심혈관 질환으로 인한 사망 증가까지. 역설적으로 들리지만 겨울 한파는 지구 ‘온난화’의 결과이고, 이 사실은 꽤 오래전에 알려졌다. 많은 과학자들이 ‘기후변화’라는 용어를 선호하는 이유다.

화석 연료에 중독된 자본주의가 이번 한파의 배후에 있다 ⓒ출처 서울시

기후변화는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최악의 환경 위기다.

석유, 석탄, 가스 등 화석 연료를 태울 때 배출되는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는 대기 중에 열을 가둬 지구 전체의 평균 기온을 높인다. 이 ‘온난화’가 기후변화를 일으킨다.

과학자들은 최근 벌어지는 수많은 기상이변들이 대부분 기후변화의 직접적 결과라고 지적한다. 산업화 이래로 지금까지 지구 표면 평균 온도는 섭씨 1도가량 상승했는데, 이 정도만으로도 수많은 폭우와 홍수, 가뭄을 일으키고 극지방의 얼음을 녹이기에 충분했다. 과학자들은 온실가스 배출을 당장 멈추지 않으면 금세기 말에 지구 평균 기온이 4~6도 이상 오를 것이라고 경고한다. 그 결과는 파국일 것이다.

내일 온실가스 배출이 완전히 중단되더라도 이미 대기 중에 배출된 이산화탄소 때문에 앞으로도 수십년 동안은 기온이 오를 것이다. 지금까지 진행된 온난화 때문에 시베리아에 있는 거대한 빙하 습지가 녹고 있다. 이는 어마어마한 양의 천연 온실가스가 대기 중으로 배출되는 효과를 낼 수 있다.

유엔은 2015년 파리 협약에 따라 온난화를 1.5도로 제한하기로 했다. 이를 실현하려면 최소한 금세기 중반까지는 온실가스 배출을 완전히 중단해야 한다.

그러나 파리 협약은 매우 미미한 양의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을 제안하고 있을 뿐이다. 무엇보다 이 협약에는 아무런 구속력이 없다. 세계 최대 온실가스 배출국의 하나인 미국은 아예 이 협약에서 탈퇴했다. 2000년대 들어 배출량에서 미국을 따라잡은 중국은 지금도 어마어마하게 많은 석탄 화력 발전소를 짓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도 우리는 더 격심한 기후변화 속에서 생존하기 위한 적응 수단을 발전시켜야 할 듯하다. 안전한 주거, 값싸고 효율적인 냉난방 시스템, 공공 보건서비스 확대 등. 우리는 지금 이런 것들을 요구하고 싸울 수 있다.

그러나 완전한 파국을 피하려면 온실가스 배출을 제한하고 온난화 속도를 늦춰야 한다. 그러려면 훨씬 근본적인 사회 변화가 필요하다. 자본주의 체제 전체가 화석 연료에 크게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화석 연료 이용은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의 구조에서 우리가 일상적으로 먹는 음식에 이르기까지 우리 사회의 모든 면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전기, 교통, 주거 등 모든 것이 바뀌어야 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변화는 개인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나 소소한 개혁을 넘어서는 것이다.

자본주의 체제에서는 아무리 무의미한 상품이라도 경쟁에 의해 생산된다. 이 경쟁은 사람들의 필요가 아니라 개별 자본가들의 이윤과 자본 축적을 위해 이뤄진다. 따라서 인류와 자연에 끼치는 장기적 결과는 거의 고려되지 않는다. 장기적이고 폭넓은 관점에서 보면 자본주의는 엄청난 과잉 생산과 낭비를 낳는다.

자동차와 스마트폰은 일찍 마모되거나 기능이 저하되도록 설계된다. 소매업체는 배송 비용을 줄이려고, 사람 대신 더 많은 포장재를 사용한다.

주택 난방 에너지는 대부분 바깥으로 흘러나가 버린다. 건물주들이 단열 시설을 보강하도록 하면 이를 줄일 수 있다. 그러나 도시 전체로 보면 엄청난 모순이 있다.

노동자들은 도심의 사무실이나 산업 단지나 공공기관에서 함께 일한다. 그러나 그들은 많은 경우 도심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산다. 노동자들이 통근을 위해 매년 수백 시간의 무급 노동을 하고 쇼핑과 요리, 청소에 자신의 시간을 쏟아부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 모든 일에 화석 연료가 사용된다.

석유와 가스 공급에 대한 통제력은 각국 정부가 자국 경제를 뒷받침하는 데 결정적일뿐 아니라, 국제적 협상 능력에 결정적 영향을 끼친다. 이는 세계에서 가장 크고 가장 강력한 기업들과 그들의 국가들이 서로 얽혀 있다는 것을 뜻한다. 제국주의 열강은 이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무력 사용도 서슴지 않는다. 오늘날 중동이 상시적 혼돈에 빠져 있는 이유다.

근본 생태주의자들의 주장과 달리, 산업화 이전 사회로 돌아가는 것은 대안이 아니다. 기술과 산업화는 인간과 자연의 조화로운 공존을 위해 활용될 수 있다. 예컨대 거대한 잠재력을 지닌 태양광, 풍력 등 재생가능 에너지 활용 기술은 나날이 발전해 이제 기존 에너지원을 대체하는 것도 크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인간의 편리를 증진시키면서도 온실가스 배출을 중단할 기술적 대안은 이미 넘쳐 난다.

대중교통을 개선하면 도로 교통량을 줄일 수 있다. 사람들이 직장 근처에서 괜찮은 주택과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한다면 더욱 줄일 수 있다.

공공 식당을 만들면 빈곤을 완화할 수 있고 불합리하게 비효율적인 분배와 유통을 개선할 수 있다. 쓰레기도 대폭 줄일 수 있다.

화석 연료를 기반으로 하는 살충제, 비료 및 기계류를 사용하지 않고 식량 생산을 지속하기 위해 광범위한 변화도 필요하다.

항공 산업의 무분별한 팽창은 중단돼야 한다. 노동시간을 단축하고 노동자들에게 더 많은 휴가를 보장하면 휴일을 벼락치기로 날아다녀야 하는 모순도 해결할 수 있다.

이처럼 기후변화를 멈추기 위해 필요한 변화는 이미 진행 중인 투쟁과 교차한다.

그러나 이런 변화들은 궁극적으로 다른 종류의 사회, 즉 인간의 필요에 기반한 사회주의가 필요함을 보여 준다. 심지어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재생가능 에너지의 잠재력을 완전히 실현하기 위해서라도 계획 경제가 필요하다.

사회주의자들은 오랫동안 사회를 다르게 구성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주장해 왔다. 생산을 조정하고 계획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

자본주의 하에서 기업과 각국 정부는 각각 자신만의 이익을 위해 생산을 조직한다. 그러나 보다 합리적인 사회는 천연자원의 불평등한 분포를 고려해 세계의 모든 사람들이 필요한 자원에 접근할 수 있도록 조정할 것이다.

이런 계획은 합리적이고 민주적으로 조직될 수 있다. 하지만 착취에 기반을 둔 체제에서는 진정한 민주주의가 실현될 수 없다. 따라서 직접 생산자인 노동자들이 권력을 장악해 사회 전체를 민주적으로 운영할 새로운 국가를 건설해야 한다.

노동자 국가는 하룻밤 사이에 지속가능한 사회를 창출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러나 이윤이 아니라 인류와 지구를 지키기 위해 사회를 재조직함으로써 지속가능한 사회로 만들어 나갈 것이다.

기후변화에 대응하려면 개인이 아니라 사회가 변해야 한다 ⓒ출처 서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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