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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적인 미등록 이주노동자 단속을 강화하겠다는 문재인 정부

1월 16일 법무부는 올해 ‘불법체류자’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 계획에 따르면, 특별단속지역은 24개소(2017년)에서 34개소로 확대되며, 특히 건설현장 지정이 확대된다.

또, 미등록 이주노동자에 대한 정부 합동 단속도 기간이 연 20주에서 22주로 확대되고, 단속인원도 현행 339명에서 400명으로 늘어난다. 이 밖에도 법무부 자체 단속 인력을 90명 증원해 상반기 중에 4개 권역 광역단속팀을 6개 권역으로 확대해서 ‘단속의 효율성’을 높이겠다고 한다.

이주노동자들은 사업장 이동을 금지한 고용허가제로 인해 ‘불법체류자’로 내몰리면서, 사업주로부터 저임금, 고강도 노동을 강요받는다. 일하다 다쳐도 산재 보상조차 제대로 받지 못한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단속을 강화하면 이주노동자들은 지금보다 더 끔찍한 고통에 시달려야 한다.

ⓒ조승진

단속 과정이 야만적이고 반인권적이라는 점은 새삼스러운 사실이 아니다.

지난해 6월에도 수원 건설 현장에서 이주노동자가 단속반에 집단 폭행을 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7월에는 경주에서 토끼몰이 식 단속에 쫓기던 스리랑카 이주노동자가 6미터 펜스에서 떨어져 심각한 부상을 입었다.

안산의 건설 노동자 음광석 씨는 2년 전 현장에서 목격한 야만적인 단속을 떠올리면 지금도 치가 떨린다고 말한다.

“점심시간에 식당에서 밥을 먹고 있는데 단속반이 들이닥쳐서 같이 일하던 중국인 노동자를 끌고 갔어요. 밥 먹을 땐 개도 안 건드린다는데, 방금 전까지 한 현장에서 일하던 동료가 입에 음식을 문 채 팔이 꺾여 질질 끌려가는 걸 보니까, 마치 내가 당하는 것처럼 모욕적이고 치가 떨리더라구요.”

일자리

한편, 정부는 이번에 단속 강화 계획을 발표하면서 ‘저소득층의 취업 선호도가 높은 건설업종’을 특별히 언급했다. 정부 합동 단속 인원 확대도 기존(법무부, 고용부, 경찰청, 해경청) 인원에 국토교통부 인원을 추가해 400명으로 늘리겠다는 것인데, 이것 역시 건설현장 단속 강화를 위한 조치다.

이런 내용들은 이미 지난해 12월 12일 정부가 내놓은 ‘건설산업 일자리 개선대책’에 포함됐다. 건설 노동자들이 파업과 마포대교 점거 시위로 법제도 개선을 압박하자, 정부가 일정 부분 양보안을 내놓으면서 여기에 이주노동자 단속 강화를 슬쩍 끼워 넣었다.

그동안 건설노조 지도부가 내국인 고용을 위해 미등록 이주노동자 규제를 요구한 것과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정부는 이 틈을 비집고 일자리 개선을 명분으로 내세우며 노동자 간 분열을 조장하는 정책과 이주노동자 탄압을 정당화 하고 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정작 일자리의 질과 양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노동시간 단축, 최저임금 인상 등의 쟁점에서는 미온적이다. 여당은 노동시간 단축 관련 근로기준법 개악을 2월 중에 마무리 해야 한다는 입장을 거듭 밝히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도 최근 김동연 경제부총리, 이용섭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 등 정부 측 인사들로부터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는 말이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어수봉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은 “최저임금 산입범위 조정이 안 되면 인상 속도를 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동자들에게 최저임금 인상 무력화나 인상 속도 완화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말하는 것이다.

정부의 주장과 달리, 이주노동자 단속 강화도 건설 일자리 개선이나 (내국인) 일자리 확대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도리어 해악적이다. 단속 때문에 더 위축되는 노동자들에게 사업주들이 노동강도 강화와 저임금 등 더 열악한 조건을 강요하기 한층 수월해지기 때문이다. 그리 되면 내국인 노동자들도 조건 후퇴의 압박을 받기가 쉽다.

결국 고용허가제와 마찬가지로 정부의 이주노동자 탄압은 사업주들에게만 이로운 결과를 가져다 줄 것이다. 무엇보다 노동자들 사이에 인종, 성별 등을 이유로 차별을 기정사실화 하는 것은 단결을 가로막으며 전체 노동자 운동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이 때문에 지난해 12월 당시 민주노총 최종진 위원장 직무대행은 “단속 강화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고 심각한 안전 문제를 유발할 수 있으며, 고용허가제가 사업장 이동 제한 등으로 미등록 체류를 양산한다”며 단속 강화 방침에 반대 입장을 밝히고 폐기를 요구했다.

문재인 정부의 미등록 이주노동자 단속 강화 계획은 즉각 폐기돼야 한다. 노동자 운동은 이런 시도에 맞서 항의에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