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초에 치러진 영국 런던 시장 선거는 토니 블레어 정부에게 분수령이었다. 선거 결과는 1997년에 변화에 대한 갈망 때문에 노동당을 지지했던 사람들이 이제는 노동당에게서 등을 돌리고 있음을 보여 주었다. 노동당은 내년에 있을 총선거를 예비하는 최대의 시험에서 떨어졌다. 노동당은 내년 총선에서 틀림없이 매우 힘겨운 싸움을 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신노동당을 위기로 몰아넣은 것은 블레어 자신의 친시장적·우파적 정책이다. 그는 줄곧, 보수당에 환멸을 느껴 노동당에 투표한 자기 지지자들을 공격했다. 그는 NHS(국민보건서비스)를 삭감했고, 법인세를 감축했고, 공기업 민영화를 계속 추진했고, 나토의 발칸 폭격을 주도했다. 1997년 블레어가 집권한 뒤로 제조업에서만 25만 개의 일자리가 날아갔고, 현재는 자동차 산업, 섬유업, 조선업 등에서 수만 개의 일자리가 위협받고 있다. 경제학자들은 제조업 일자리의 절반이 위험할 수 있다고까지 말한다.

그래서 켄 리빙스턴이 런던 시장 선거에서 승리한 것은 블레어에 대한 광범하고 깊은 반감을 보여 준다. 노동자 계급 유권자들은 켄 리빙스턴이 자신들을 대표해서 우파적 신노동당과 단절했다고 생각했다. 그 때문에 당선되자마자 리빙스턴이 보수당을 비롯한 런던 광역시 의회의 모든 정당이 단결해야 한다고 호소했던 것은 유감이다.

단기적으로 본다면, 불행하게도 노동당에 대한 환멸로부터 최대의 반사 이익을 얻을 자들은 보수당이다. 블레어는 자신이 영국 정치의 틀을 깼노라고 자랑해 왔지만, 그는 과거 노동당 정부들의 집권 말기와 비슷한 처지에 몰려 있다. 1960년대 말의 해럴드 윌슨 노동당 정부와 1970년대 말의 제임스 캘러핸 노동당 정부는 블레어의 신노동당이 “중핵 유권자”라고 부르는 노동자 계급 사람들을 실망시켰고, 그리하여 지방 선거와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똑같은 참패를 당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보수당의 우파는 인종주의적이고 포퓰리즘적인 선동을 통해 주도권을 장악하려고 했다. 1968년 3월에 이녹 포월은 사악한 인종주의적 선동을 주도했다. 1978년에는 보수당의 최고 지도자인 마거릿 새처 자신이 인종주의적 선동을 주도했다. 새처는 “진심으로 사람들은 이 나라가 다른 문화를 가진 사람들로 뒤덮이면 어쩌나 하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오늘날 보수당의 윌리엄 헤이그는 난민 신청자들을 상대로 훨씬 더 노골적인 인종주의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내년 총선에서 집권할 가능성이 있는 보수당이 과거 보수당 정부들만큼이나 사악한 행위를 마음 놓고 자행할 만큼의 포퓰리즘적 지지를 누릴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증오스런 보수당에 대한 기억은 아직 생생하게 살아 있다. 이번 선거에서 보수당은 노동당보다 훨씬 더 성공적으로 자기 당의 핵심 유권자들을 동원했지만, 가장 안정된 의석에 속하는 롬지 선거구의 의석을 큰 표 차로 잃었다. 또한 이번 런던 시장 선거에 보수당 후보로 출마했던 노리스는 자기 당의 윌리엄 헤이그가 주도하고 있는 인종주의 캠페인과 거리를 두지 않으면 안 됐다. 그는 켄 리빙스턴이 난민 신청자 문제에 관해 ‘온건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고 공격하면서, 로버의 항의시위만큼이나 격렬한 항의시위를 벌이자는 주장까지 폈다. 그는 흑인과 동성애자를 존중한다고도 말했다. 물론 그는 부자들에 대한 감세를 지지했고, 경찰을 찬양했으며, 경찰에게 더 많은 권한을 부여하겠다는 공약을 동시에 내걸었다.(바로 이 때문에 노동당이 앞으로 런던 광역시 의회에서 보수당과 연합해 켄 리빙스턴을 견제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는 것이 역겨운 것이다.)

영국의 정치 체제는 의심할 바 없이 정치 불신 위기를 겪고 있다. 블레어를 당선시킨 1997년 5월 총선에서조차 대도시 저소득층 거주지의 투표율은 대단히 낮았다. 이번 선거의 투표율은 겨우 27퍼센트에 머물렀다. 영국 노동자들은 어떤 정당이나 정치인도 그들의 문제와 열망을 진정으로 이해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 때문에 기성 정치에 대한 기권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영국의 부르주아 신문 가운데 가장 분석적으로 이번 선거를 평가한 〈파이낸셜 타임스〉는 이렇게 논평했다. “리빙스턴의 선거 승리에 기여한 요인 가운데 하나는 구좌파의 부활이다. 사회주의자라기보다는 포퓰리즘적 아나키스트라고 할 수 있는 리빙스턴 씨는 1980년대 런던 광역시 의회의 지도자로서 좌파를 대표했을 때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그의 선거 운동은 사회주의노동자당(SWP)과 영국 공산당을 포함하고 있는 런던사회주의자동맹(LSA)의 지지를 얻어냈다.”

런던 시장 선거와 함께 실시된 대런던의회 선거에서 노동당보다 왼쪽에 있는 정당들은 총 8만 7859표(총 득표의 5.3퍼센트)를 얻었다. 그 중에서도 북동 선거구의 LSA 후보 세실리아 프로스퍼는 7퍼센트의 표를 얻었고, 램버스 앤 사우스위크 선거구의 테레사 베닛은 6.2퍼센트의 표를 얻었다. 만약 일부 좌파들이 따로 후보를 내지만 않았다면 의석을 획득했을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 또 하나의 주목할 만한 결과는 녹색당의 약진이다. 과거 영국의 녹색당은 대륙 유럽의 녹색당에 비해 별다른 성공을 거두지 못했는데, 이번에 런던 광역시 의회 선거에서는 3석을 확보했고, 런던 시장 선거에서도 상당한 표를 얻었다. 물론 대륙 유럽에서 집권하고 있는 녹색당의 전력은 녹색당을 경계해야 함을 말해 준다. 독일 녹색당 지도자 요슈카 피셔는 유럽의 환경에도 엄청난 재앙을 가져온 발칸 전쟁에 주도적으로 참여했고, 프랑스 녹색당 지도자 다니엘 콩방디도 마찬가지였다. 그럼에도 녹색당이 선전할 수 있었던 것은 런던 지하철과 항공 교통 관제를 민영화하지 말 것, 5년 동안 지하철 요금을 동결할 것, 버스 요금을 인하할 것 등 공공연한 좌파적 정책이 지지를 받았기 때문이다.

요컨대, 이번 선거에서 좌파와 녹색당이 얻은 표는 합쳐서 27만 1769표나 됐다. 이것은 런던의 어느 지역에나 노동당보다 훨씬 더 좌파적인 정책을 원하는 사람들이 수만 명씩 존재한다는 것을 뜻한다. 게다가 이것은 노동당이 패배한 일련의 지방선거가 보여 주듯이 런던에만 국한된 현상이 아니다.

이런 종류의 좌파적 결과에는 선례가 있다. 무엇보다 1960년대 말 윌슨 노동당 정부의 위기 ― 특히 베트남 전쟁의 결과로서 ― 는 한 세대 젊은이들의 급진화를 낳았다.

그러나 그 때와 지금은 중요한 차이가 있다. 당시에는 이런 급진화를 통해 부상한 극좌파 조직들이 당시의 거대한 노동자 계급 투쟁들에서 상대적으로 고립돼 있었다. 1974∼79년의 노동당 정부는 이 투쟁들을 주도한 작업장 투사들의 노동당에 대한 충성을 이용할 수 있었다. 이를 통해 노동당 정부는 1980년대 새처가 노동자 운동을 쉽게 공격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지금은 노동자들에 대한 신노동당의 영향력이 훨씬 약하다. 지난 4월 1일 버밍엄에서 열린 로버 사의 정리해고 반대 시위에는 주로 서부 미들런드에 거주하는 8만여 명의 노동자들과 그 가족들이 참여했다. 이런 정도의 대규모 시위는 과거에는 보수당 정부 아래서 일어났다. 지금 영국 노동자들은 노동당 정부 아래서 노동당 정부에 대항해 행진을 벌이고 있다.

이런 상황 덕분에 노동자들은 노동당보다 왼쪽에 있는 좌파들의 주장에 전보다 훨씬 개방적이다. 이것은 영국의 좌파들에게 전례 없는 기회를 만들어 주고 있다.

그러나 신노동당의 보수당식 정책에 대한 분노는 나찌가 성장하게 해 주는 절망으로 변할 수도 있다는 점도 알고 있을 필요가 있다. 영국의 나찌는 전반적으로는 별볼일 없었지만 특정 선거구에서 선전한 것에 힘입어 런던 전체에서 4만 5670표를 얻었다. 이 때문에 영국 좌파들은 난민 신청자들을 보호하고 반나찌 세력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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