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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편지 의경들에게 야동을 강제로 시청하게 했다는 뉴스를 보고:
10년이 지나도 잊혀지지 않는 억압의 기억

2008년 자대배치를 받고 얼마 되지 않아 광화문으로 나가라는 지시가 내려왔다. 그렇게 시작된 광화문에서의 밤을 그토록 오랜 시간 보낼 줄은 몰랐었다. 당시 기억을 나는 아직도 잊을 수 없다.

그런데 2018년에 또다시 잊지 못할 뉴스를 보고 말았다. 시위 진압에 나간 의경의 사기 진작을 위해 지휘관이 강제로 야동을 보여 줬다는 뉴스였다.

뉴스를 접하고 사실 많이 놀라지는 않았다. 지휘관들이 의경들에게 얼마나 저열한 짓을 하는지 몸소 체험했기 때문이다.

야동으로 사기 진작?

그래도 대놓고 야동을 보여 주는 것은 내가 의경일때 조차 경험해보지 못한 더러운 처사였다.

좁디 좁은 버스 의자 한 칸에 편히 쉬지도 못하게 억눌러 놓은 의경에게 스트레스 해소라며 야동이나 보여 주다니. 지휘관이라는 자의 ‘사기 진작 방안’이 방법과 의도 모두 이보다 나쁠 순 없을 것 같다.

애당초 의경의 사기가 떨어진 것은 당연한 일이다. 사드 배치에 항의하는 성주 지역 주민들을 가로 막고 사드 배치를 돕는 구실을 강요당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야동으로 사기를 진작시키겠다니 화가 치밀어 오른다.

아직도 군대의 사기 진작 방법은 베트남 전쟁 당시 짧은 치마를 입힌 여성을 동원한 위문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 같다. 아니 오히려 그때보다 더 노골적으로 지저분해지고 모욕적으로 변하는 것 같다.

체계적으로 가해지는 스트레스

내가 의경이었던 2008년도 촛불 때도 그랬다. 시위가 벌어지기도 전인 오후 3~4시부터 광화문에서 대기시키면서 스트레스를 준 것은 물론, 진압 작전이 떨어지기 전에는 지휘관의 묵인 하에 구타, 폭력까지 시도하며 의경들을 자극했다. 진압에 나가는 순간에는 ‘너희가(의경) 이렇게 고생하는 이유는 다 시위대 때문’이라며 시위대에 대한 반감을 고무했다.

의경 기초교육을 위한 경찰학교 수업에서부터 마치 시위대는 모두 폭력집단이며 술을 마시고 행패를 부리는 사람이라 교육했고, 저들을 폭력으로 진압하는 것은 정당방위라며 시위대에 대한 편견과 나쁜 감정을 조장했다.

당시 나 역시 그저 부딪히는 사람을 향한 분노밖에 느낄수 없었다. 분노를 표출할 사람이 폴리스 라인 너머 시위하는 사람들 밖에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렇듯 군대와 경찰은 시위대와 같은 계급에 속할 가능성이 다분히 큰 청년에게 어긋난 인상과 편견을 심어 주려 노력한다.

더는 국가가 청년들의 자유를 억압하고 야동 보여 주기 같은 더러운 방법으로 억눌린 감성을 자극하거나 비웃지 못하게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이번 사건은 더욱 철저하게 조사하고 야동을 보여 준 지휘관을 당장 직위해제 해야 한다. 의경들에게 시행되는 편견에 가득찬 교육 역시 중단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