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엽 씨의 독자편지를 잘 읽었다. 날카로운 쟁점을 제기해 줬고 나도 고민을 발전시키는 계기가 됐다.

1. 비트코인 규제 필요성에 대해

지난 기사들에서 내가 암호화폐 투기 관련 규제를 반대하거나 그것이 원천적으로 불필요하다는 입장을 표명한 것은 아니다. 다른 기사에서도 암호화폐 투기 규제에 반대하는 보수주의자들의 주장을 비판한 바 있다.(관련 기사 ‘비트코인 열풍: 투기에 그칠 것인가, 자본주의의 구원투수인가’)

최근 기사에서도 “투기로 얼룩진 ‘나쁜 자본주의’와 정부에 의해 관리되는 ‘좋은 자본주의’의 차이는 부차적이다. 더 중요한 것은 붕괴로 인해 피해를 볼 서민들에 대한 보호책이다” 하고 지적하면서 서민 보호를 위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점을 주장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상엽 씨가 독자편지에서 인용한 앞 문장은 정부가 내놓은 비트코인 규제만으로는 노동계급의 이해관계를 충족시키기에는 불충분하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이상엽 씨는 내가 언급한 보안 강화나 ‘예금자 보호’에 대해 비판했는데, 이것들도 일종의 비트코인 규제 방안들이다. 따라서 나와 이상엽 씨 사이의 진정한 쟁점은 비트코인 규제를 찬성하느냐 하지 않느냐가 아니라, 어떤 방안이 서민 보호를 위한 효과적인 대책인지에 대한 것이다.

2. 암호화폐 금지는 유용한 대안이다

지난 기사에서 나는 암호화폐 거래를 제도권에 편입시키려는 정부의 시도를 비판하면서, 거래소 폐쇄 입장에서 물러선 정부를 비판했다. “한때 문재인 정부의 내각 일각에서는 암호화폐 거래소를 폐쇄시킬 수 있다는 으름장도 나왔다. 그에 견주면 꽤나 온건한 규제책이 나온 것이다.” 그러나 거래소를 폐쇄하라고 명확하게 주장하지는 않았다.

반면, 이상엽 씨는 “정부가 규제를 하지 않더라도 투기의 장인 암호화폐 거래시장에서 누군가는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 우리는 일단 피해를 낳는 구조를 차단하라고 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게 뜻하는 바는 비트코인 거래 금지, 즉 거래소 금지를 뜻하는 듯하다.

결국 이상엽 씨가 내 견해를 “암호화폐 규제 여부는 노동계급의 입장에 있어서 크게 상관없다는 태도”라고 규정한 것은, 내가 비트코인 거래 금지를 분명하게 요구하지 않은 점을 비판한 것인 듯하다.

이런 지적에 십분 공감한다. 지난 기사에서 이 점을 충분히 강조하지 않은 것은 문제였다.

사실 암호화폐 거래는 자본주의 하에서 그 어떤 필수적인 기능을 수행하지도 않으면서 엄청난 사회적 비용만 초래하고 있다. 그것이 자임하는 화폐로서의 기능은 거의 하지 못하는 것이 암호’화폐’이다. 이런 점에서 암호화폐 거래는 주식 거래와 차이가 난다. 많은 개미 투자자들이 주식 거래를 도박처럼 하지만, 주식시장은 기업의 자금 조달을 원활하게 한다는 점에서 자본 축적에 필수적이다. 즉 ‘주식 시장 폐쇄’는 자본주의 하에서는 불가능한 요구이다. 반면, 암호화폐 거래는 훨씬 적극적으로 규제할 수 있고 또 그럴 필요도 있다. 그래서 문재인 정부도 ‘비트코인 거래소 폐쇄’를 운운한 것이다.

물론 정부가 암호화폐 거래소를 금지·폐쇄한다고 해도 암호화폐 투기를 원천 봉쇄하기는 힘들다. 사실, 적잖은 부분 투기가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우선, 해외 거래소에 지갑을 만들어서 암호화폐 거래를 하는 일은 너무나도 쉽고 간단한 일이라고 한다. 국내에서 현금으로 바꿔 인출하는 것도 아주 불가능한 것도 아니고, 해외에서 인출해야만 하는 경우라고 해도 차익을 어느 정도 볼 수 있는 상황이라고 한다면 사람들은 기꺼이 해외 거래소를 이용할 것이다. 단지 국내에 거래소가 있을 때보다 불편함이 늘어나는 것이다. 심지어는 국내 거래조차도 상당 부분 유지될 공산이 크다. 국내 거래소가 사라진다고 한들 암호화폐를 보유한 사람들끼리 거래자 간 직접 거래(P2P)는 여전히 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암호화폐 거래소 폐쇄와 같은 강력한 규제안을 지지해야 하지만, (암호화폐 투기를 원천 봉쇄하기는 어려우므로) 서민 보호를 위한 추가적 대책도 필요하다.

3. 투자에서 손해를 본 서민을 위한 대책에 관해

이런 점에서 나는 이상엽 씨의 제기에 이견이 있다. 소수가 많은 비트코인을 가지고 있다지만, 해킹과 거품 붕괴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사람들은 여전히 서민이라고 보는 것이 옳다.

“뼈 빠지게 일해도 내 집 마련”이 힘든 서민들은 다른 자산을 구입할 여력이 없기 때문에, 암호화폐 투자가 몇 푼 안 되는 자산을 긁어 모아 뛰어들어 볼 만한 ‘고수익 고위험’ 투자인 것이다.

큰손들은 다르다. 그들은 대개 한 자산에 ‘올인’ 하지 않는다. 여러 자산에 분산 투자할 만큼 금전적 여력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 자산의 수익성이 떨어져도 자신이 굴리는 전체 자산 포트폴리오에서 벌어들이는 수준을 어느 정도 유지한다. 자산가들은 시세가 치솟을 때에는 가장 큰 이득을 보았다가도, 시세가 폭락할 때에는 손실을 최소화할 만한 자체적인 보호책이 있다.

큰손들이 본 수십억 원 손실은 그들에게 쓴맛을 준 정도일 수 있지만, 서민들이 잃는 수백만~수천만 원은 삶 자체를 파괴한다는 점도 봐야 한다. 1930년대 대불황 당시 미국 최대 은행가인 J P 모건은 자산이 3분의 1로 줄어들었고, 수많은 대자본가들이 파산했다. 그렇다고 J P 모건과 대자본가들이 대불황의 최대 피해자라고 보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따라서 정부 차원에서 ‘예금자 보호’와 유사한 보호책(즉 파산한 거래소 지갑에 들어 있던 금액의 일정 부분을 보전해 줘야 한다는 것)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 내 취지였다. 물론 ‘예금자 보호’는 당연히 금액에 한계를 둬서 노동자와 서민을 위한 보호책으로서 선용될 수 있게 해야 할 것이다.

사실 정부가 비트코인 거래 금지를 추진한다면 꼭 함께 나와야 하는 게 이런 원금 보호 대책이다. 거래소 폐쇄로 ‘코인런’이 벌어지면 수많은 사람들이 파산하는 사태가 일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취지에서 이상엽 씨도 부채 탕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을 것이다.

물론 이상엽 씨가 옳게 지적한 것처럼, 나 또한 서민들이 암호화폐 광풍과 같은 것에 빠지는 동기인 “미래가 보이지 않는 삶의 팍팍함”을 해결하는 것이 더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임금 인상, 질 좋은 일자리 확대, 공공주택 확대 등의 이슈에 관해서는 나 또한 여러 편의 글을 본지에 기고하기도 했다.

그러나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일자리와 소득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시대에도 투기나 도박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는다는 점도 봐야 한다. 자본주의 사회의 ‘정상적’ 돈벌이 자체가 투기와 도박을 조장하기 때문이다. 다양한 파생금융 상품과 환투기뿐 아니라 주식·부동산 투자는 우연, 정보, 허세를 부리는 능력이 가미된 것으로 도박과 유사하다.

따라서 일자리와 소득 안정 대책뿐 아니라, 비트코인 투기 자체를 규제하는 방안과 투기 피해를 보존해 주는 방안도 함께 제시될 필요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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