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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연대노조의 금속노조 가입을 적극 지지하자

‘전국자동차판매연대노조’(이하 판매연대노조)의 금속노조 가입 문제를 둘러싸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판매연대노조는 현대·기아차 등 자동차를 판매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결성한 노조다. 이들은 2016년 5월 금속노조에 집단 가입을 신청했지만, 1년 9개월이 지나도록 승인이 되지 않았다.

금속노조는 지난해 판매연대노조 동지들의 개별 조합원 가입을 허용하기는 했다. 그러나 이들이 하나의 조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방안은 제시되지 못해 왔다. 노동자들이 금속노조의 지역지부로 뿔뿔이 흩어져 함께 뭉쳐 투쟁하기 어려울 수 있었던 것이다.

다행히 최근 금속노조 중앙집행위원회는 판매연대노조의 “집단 가입을 승인하고, 지역지부로 편제하되 세부 방안은 중집에서 논의(한다)”고 결정했다. 그리고 오는 26일 중앙위원회 안건에 이를 상정하기로 했다.

판매연대노조 동지들은 이번 중집 결정을 지지하고 있다. 조직 편제 방식이 최종 정해지지는 않았지만, 일단 집단 가입을 인정하기로 했다는 점에서 진일보라고 본 것이다.

그런데 문제가 일단락된 것은 아니다. 유감스럽게도 현대·기아차지부 산하의 판매 부문 정규직 노조(현대차지부 판매위원회, 기아차지부 판매지회) 우파 집행부가 또다시 판매연대노조의 집단 가입 허용을 반대하고 나섰다.

이들은 초기부터 판매연대노조의 금속노조 가입을 극렬히 반대해 왔다. 그리고 최근에는 공동투쟁위원회를 구성해 26일 중앙위원회에서 안건을 철회시키겠다고 공표했다. 간부·조합원들을 동원해 “충돌”을 불사하겠다면서 말이다.

경쟁 압박

현대·기아차지부 판매지회(위원회) 집행부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금속노조 가입이 정규직 조합원들의 고용을 불안하게 한다고 주장한다. 자동차 판매 시장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서로 경쟁하는 상대라고, 어느 한 쪽의 조건(고용) 개선이 다른 한 쪽의 조건(고용)을 후퇴시키는 관계라고 보는 것이다.

그러나 과연 그런가?

현대·기아차가 비정규직(대리점)을 늘리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들어서부터다. 사측은 애초에 판매 부문에 성과급제 도입 등을 시도하려고 했으나, 노조의 저항에 부딪혀 실효를 거두기 어렵게 됐다. 그러자 정규직 판매 사원은 신규채용을 거의 하지 않고 대리점을 통해 비정규직을 확대해 온 것이다. 현재 현대·기아차의 판매 부문 정규직과 비정규직 규모는 각각 1만여 명으로 1:1 비중으로까지 늘어났다.

사측이 이렇게 대리점을 늘린 것은 인건비를 절감하고, 노동자들 사이에 경쟁을 격화시키려는 목적이었다. 대리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기본급 없이 성과에 따라 임금을 지급받기 때문에 더한층 출혈 경쟁에 내몰렸다. 자신의 호주머니를 털어서라도 더 많은 옵션을 제공해야만 생계를 꾸려 나갈 수 있는 조건인 것이다.

이런 출혈 경쟁은 자동차 판매뿐 아니라, 학습지 방문 교사나 위탁 판매 부문에서도 공공연하게 벌어진다.

이렇게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조건이 악화되는 것은 정규직 노동자들의 조건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각 지점의 정규직 노동자들은 자신들이 판매 경쟁에서 밀려나고 있다는 위기감을 갖기 십상이고, 사용자 측은 이를 이용해 정규직에게도 조건 후퇴를 압박했다.

특히 박근혜 정부 하에서 사용자 측이 노동개악을 밀어붙이는 동안, 현대·기아차의 판매 정규직 노동자들은 성과연봉제, 퇴출제 공격의 대상이 됐다. 노조의 조직력 덕분에 공격이 관철되지는 못했지만, 사측이 끈질기게 ‘신임금체계’ 도입을 추구하는 상황에서 노동자들의 불안감은 상당하다.

이런 점들을 볼 때, 성과 경쟁은 정규직과 비정규직 모두에게 고통을 가중시킨다. 노동자들이 서로 반목하고 대립할 게 아니라, 모두의 조건을 지키기 위해 단결해 싸우는 것이 유리하다.

판매 정규직 노동자들이 십 수년째 요구해 온 ‘대리점 규제’ 요구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요구는 서로 모순되지 않는다. 비정규직 확대를 중단하고 장차 정규직화하는 것은 정규직·비정규직 모두의 조건을 지키는 데 이로울 것이다. 비정규직의 처우를 개선하고 기본급을 도입한다면 노동자들이 제살 깎아먹기 식 출혈 경쟁에 노출되는 것도 줄일 수 있다.

이를 관철하기 위해서는 하나의 노조 안에서 함께 단결해 사용자 측에 맞서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다. 이는 정규직 노동자들의 요구와 투쟁에 대한 지지를 확산시키는 데도 효과적이다.

TV 홈쇼핑

현대·기아차지부 판매지회(위원회) 집행부가 최근 더 날카롭게 반응하는 데는 TV 홈쇼핑 판매가 시작되는 것도 한 몫을 하고 있다. 정부는 그동안 국산차에 대한 TV 홈쇼핑 등 온라인 판매를 금지해 왔는데, 올해 3월 28일부터 합법적으로 가능해진다.

현대·기아차지부 판매지회(위원회)는 이것이 노동자들의 설 자리를 잃게 만들고 고용불안을 가중시킬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까지 껴안을 수 없다는 논리가 발전한 듯하다.

그러나 일단 사태를 너무 과장해 보지 말아야 한다.

세계 자동차 기업들이 판매망을 다각화 하는 방법의 일환으로 온라인 판매를 시도하고 있지만, 그것이 당장 지점·대리점 판매를 대체할 만한 상황은 못 된다. 자동차가 워낙 고가인데다, 기술·서비스 측면에서도 온라인 판매의 약점이 많기 때문이다.

브랜드 가치 하락도 우려 지점이다. 벤츠 본사가 한국 수입사의 TV 홈쇼핑 판매 계획을 중단시켰던 사례도 있다. 기업주들이 재고 물량 해소 등을 위해 부분적 이용을 검토할 수 있지만, 그것도 브랜드 가치, 중고차 가격 하락 등의 문제를 낳을 수 있어 조심스러워 하기도 한다.

물론 온라인 판매가 부분적으로 노동자들의 고용을 위협할 수는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사용자 측은 온라인 판매가 허용되는 상황을 이용해 노동자들에게 조건 하락을 압박하려 할 가능성이 높다.

이럴 때 단호하게 조건을 방어하며 싸우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이런 투쟁에서도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단결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기업주들은 비용 절감을 위해 끊임 없이 노동자들을 분열시키고 쪼개 놓으려 한다. 한 공장에서 자동차를 생산해도 정규직과 비정규직, 여성과 남성, 사무직과 생산직의 임금체계가 다르다. 현대·기아차 판매 정규직 노동자들은 생산 부문 노동자들과 다른 호봉표를 적용 받고 있다.

이런 분열 지배전략에 맞서 연대를 확대하는 것이 모두에게 이롭다.

자동차 판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퇴직금과 기본급은 물론이고 4대 보험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 이도 모자라 대리점주들은 비인권적인 대우로 노동자들을 괴롭히고 옥죄여 왔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이런 현실을 개선하고자 스스로 조직을 결성하고, 금속노조에 문을 두드린 것은 매우 환영할 일이다. 금속노조는 더는 이 동지들이 내민 손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100여 명 해고, 지점 폐쇄 등 사측의 탄압 속에서도 투쟁하고 있는 판매연대노조 동지들의 손을 이제라도 맞잡고 함께 싸워야 한다. 금속노조의 현장 투사들이 연대 건설에 적극 나서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