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시장은 취임 이후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선언했다. 2012년 ‘비정규직 고용개선 대책’ 발표 뒤 지금까지 적지 않은 비정규직이 ‘정규직화’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서울시의 대표적 투자·출연기관인 서울의료원에서는 상시·지속적이면서 생명·안전업무를 담당하는 업무에 비정규직을 채용하고는 계약 만료라는 이유로 해고하고 그 자리에 다시 비정규직을 채용하는 일을 반복하고 있다. 그뿐 아니라 임금 등 각종 차별을 일삼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새서울의료원분회 이동환 조합원은 2011년 서울시 ‘노숙인 일자리 사업’ 참여자로 서울의료원 중앙 공급실에서 3년 8개월 동안 일용직으로 근무하다가 해고당했다. 이후 계약직으로 재입사해 2년간 환자 이송 업무를 담당했지만 지난 해 3월 계약만료로 또다시 해고됐다.

환자의 안전과 생명에 관한 업무를 상시·지속적으로 수행한 이동환 조합원은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돼야 마땅했다. 그런데 사측이 무기전환을 회피하기 위해 해고한 것이다. 이동환 조합원은 이에 맞서 투쟁한 끝에 올해 4월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될 예정이다. 새서울의료원 분회와 이동환 조합원이 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에 서울의료원의 비정규직 임금차별 시정을 요구해서 이에 대한 시정명령을 받아냈다. 그런데도 사측은 불복하고 행정심판을 받겠다며 소송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에도 중앙 공급실 업무를 담당하는 새서울의료원분회의 한 일용직 조합원이 지노위와 중노위에서울의료원의 비정규직 임금 차별을 시정할 것을 요구해서 승소했다. 그 결과 그 동안 서울의료원 사측이 2년간 지급하지 않은 각종 수당과 성과급 약 3000만 원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서울의료원 사측이 생명·안전과 직결된 상시·지속적 업무를 담당하는 노동자들을 이렇게 쉽게 해고하고 차별한 데에는 서울시의 ‘노숙인 일자리 사업’(2013년 ‘새희망사다리’)이 한몫했다. 서울시는 2007년부터 취약계층의 자활, 자립을 위해 노숙인·장애인 일자리 지원 사업을 시행했지만 이들의 처우와 근속에 대해서는 무관심했다. 사측은 이를 악용한 것이다.

서울의료원 사측은 원래 정규직이 담당하던 기능직 업무의 일부를 기간제 및 서울시 ‘노숙인 일자리 사업’으로 채용된 일용직 노동자로 대체했다. ‘노숙인 일자리 사업’ 참여자는 특례계약직으로 기간제 보호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됐기 때문에 2년 이상 상시·지속 업무를 수행해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지 못했다. 사측은 이런 처지를 악용해 노동자들에게 5~7년간 열악한 노동조건과 낮은 임금을 강요하며 인건비를 ‘절감’해 왔다.

서울의료원은 ‘노숙인 일자리 사업’을 통해 입사한 노동자들에게 정규직과 동일한 일을 시키면서도 임금을 일당 5만 원으로 낮게 책정해 지급해 왔고, 서울시도 그에 따라 인건비를 ‘지원’해 왔다. 계약직으로 전환된 노동자들에게도 최저임금이 조금 넘는 임금을 지급했을 뿐이다.

“서울시가 책임지고 서울의료원의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출처 공공운수노조

서울시는 2013년 노숙인 일자리 사업 명칭을 ‘새희망사다리’로 변경하고 1년 이상 근무한 경우 퇴직금, 수당 등을 지급하도록 했다. 또 “[사업] 참여자가 일반 근로자와 동일 내용의 근로를 제공하는 경우에는 임금 이외의 근로조건은 일반 근로자와 동일하여야 하며, 노숙인이라는 이유로 차별할 수 없다”고 명시했다.

그러자 서울의료원 사측은 2014년에 3개월 단위로 근로계약서를 작성하다가, 그 해 말 결국 일용직 노동자 24명을 해고했다. 사측은 일용직으로 운영하던 수술실, 공급실, 임상병리과 보조 업무 및 환자 이송 등 일자리 일부를 계약직으로 전환하고, 기존에 일하던 일용직 노동자들의 일부만 선별적으로 재고용시켰다. 그리고는 계약이 만료되면 소모품 버리듯 노동자를 해고해 버렸다.

서울시가 ‘새희망사다리’ 사업현황을 발표할 때 서울의료원의 노숙인 일자리가 시설물 청소로 돼 있었다. 그러나 실제로는 해당 노동자들은 정규직과 같은 일을 하고 있었다. 

“서울시가 정의당 윤소하 국회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서울의료원은 이들에게 환자 이송 업무, 수술실, 공급실, 임상병리과 보조 업무 등을 시켰고, 이는 서울시에 보고됐다. 그러나 서울시는 보고 받은 바 없다고 한다. 서울의료원 사측이 최고 약자들에게 가장 악랄하게 법을 이용하여 이들의 임금을 착취하고 서울시는 관리·감독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김경희 새서울의료원분회장)

서울시는 취약계층에게 일자리를 제공한다고 생색내면서 정작 이들의 고용과 처우 개선 등 일자리 질에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서울시는 말로만 ‘노동존중특별시’를 말할 것이 아니라 서울시 산하기관인 서울의료원에서 반복되는 비정규직 문제를 책임지고 해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