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이주민 중 여성이 차지하는 비중은 거의 절반에 이른다. 한국에 거주하는 만 15세 이상 등록된 이주민은 127만 8000명인데, 이 중 여성은 57만 3000명으로 약 45퍼센트를 차지한다.

여성 이주민은 중국 동포가 가장 많고 결혼, 취업, 유학 등 다양한 이유로 한국에 이주해 살고 있다.

여성 이주민 중 30만 명가량이 노동 시장에 진출해 있는데, 이는 이주민 취업자의 35퍼센트에 해당한다. 이들은 도소매·음식·숙박업(39.1퍼센트), 제조업(26.퍼센트), 사업·개인·공공서비스업(25.6퍼센트) 등 다양한 분야에 종사하고 있다. 특히 최근 수 년 동안에 농림어업 분야에서 여성 이주노동자가 급격히 늘고 있다. 이처럼 여성 이주민도 노동력의 중요한 일부분을 담당하고 있다.

열악한 노동 조건

여성 이주노동자들은 여성 차별에 이주민이라는 제약까지 더해져 매우 열악한 조건에 놓여있다. 나는 동대문에 있는 네팔 이주 여성 쉼터를 방문해 여성 이주노동자들이 겪는 고통을 직접 들어봤다.

이 여성들은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있었다.

농장에서 일한 여성 3명은 하루 12시간씩 일했고 토요일에도 10시간을 일했다. 그러나 월급은 150만 원 정도였다고 입을 모았다. 게다가 여성이라는 이유로 남성 이주노동자보다 임금을 20~50만 원까지 적게 지급했다고 했다.

공장에서 일한 카말라 씨는 하루에 12~14시간에 달하는 장시간 노동을 했다. 시급이 최저임금 수준이었기 때문에 임금을 벌충하려고 오랜 시간 일을 한 것이다. 그런데 육체적으로 감당하기 힘든 일을 남성 노동자들과 똑같이 시켜 매우 고되게 일을 해야 했다.

이런 현실은 여러 통계와 실태조사 결과에서도 나타난다. ‘제조업 분야 여성이주노동자 인권상황 실태조사’(2016년, 국가인권위, 이하 ‘제조업 실태조사’)를 보면 월평균 임금이 150만 원보다 낮은 비중이 54.3퍼센트로 다수가 저임금에 시달리고 있다.

‘이주여성 농업노동자 성폭력 실태조사’(2016년,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이하 ‘농업 실태조사’)에서는 임금이 111~140만원인 경우가 78.8퍼센트로 나타났다.

열악한 주거시설도 문제다. 특히 농업 부문의 기숙사 문제가 심각하다. 농업 실태조사에서는 55.8퍼센트가 컨테이너나 비닐하우스를 숙소로 제공받았다고 응답했다. 침실에서 남녀가 분리되지 않고(10.1퍼센트), 침실이나 욕실에 잠금 장치가 없으며(각각 20.8퍼센트, 22퍼센트), 고용주가 숙소에 마음대로 드나들기도(27.7퍼센트) 한다.

제조업도 숙소의 상태가 좋지 않다. 제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숙소에 사용자 등 다른 사람이 마음대로 드나들 수 있거나(23.4퍼센트), 실내에 욕실이 없거나 냉난방시설이 잘 작동하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각 17퍼센트, 18퍼센트).

과로나 유해한 작업환경 때문에 유산한 경험이 있는 노동자도 적지 않다. 더 쉬운 일로 바꿔 달라는 요구나 산전 검사를 위한 조퇴 요구는 거절당하기 일쑤고, 임신을 이유로 해고를 당하기도 한다.

성폭력 피해

성희롱과 성추행 피해도 심각하다. 카밀라 씨는 끔찍한 일을 겪은 친구들의 경험을 들려 줬다.

“사업장을 옮기려던 한 친구는, 자신을 고용해 주겠다는 말을 듣고서 찾아간 사업주한테 성추행을 당했다. 어깨동무를 하고 껴안고 밤에 숙소에 찾아와 문을 두드렸다. 같은 공장에서 일하는 다른 친구도 그 사업주한테 성추행을 당하고 있는데, 체류기간 연장이 어려워질까 봐 참고 일하고 있다. 옮기는 곳마다 사업주가 성희롱을 해서 8개월 만에 두 번이나 사업장을 옮긴 친구도 있다.”

이주노동자들의 사업장 이동을 금지하고, 체류기간 연장 권한을 사업주에게 쥐어 준 고용허가제 하에서 여성 이주노동자들은 성희롱과 성폭력이라는 고통까지 겪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살해된 태국 여성 이주노동자 추티마 씨 ⓒ이미진

지난해 한국인 직장동료에게 살해당한 태국 여성 이주노동자 추티마 씨(위 사진)의 사례는 매우 비극적이다. 가해자는 추티마 씨가 미등록 체류자임을 알고 ‘출입국 단속이 있으니 안전한 곳으로 데려다 주겠다’며 추티마 씨를 유인해 성폭행을 시도했다. 추티마 씨는 이에 저항하다 살해당했다.

결혼 이주민

한편, 결혼 이주 여성들도 노동시장에 진출하는 경우가 많다. 결혼이주민의 80퍼센트 이상이 여성이고, 2017년 고용률은 47.9퍼센트였다(법무부, 통계청). 그런데 결혼 이주 여성의 월평균 수입은 다른 이주 여성들보다도 낮다. 이주노동자의 임금이 최저임금 수준인 현실에서 양육과 가사 부담 때문에 상대적으로 적은 시간밖에 일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결혼 이주 여성은 영주 자격을 얻거나 귀화를 하기 전에는 배우자(남편)의 신원 보증이 있어야 체류 자격을 갱신할 수 있다. 남편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 처지인 것이다. 배우자와의 갈등이나 이혼으로 체류연장을 하지 못해 미등록이 된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런데 최근 정부는 영주권을 10년마다 갱신하도록 하는 등 관련 법률을 개악해 결혼 이주 여성들의 처지를 더 어렵게 만들었다.

이처럼 정부의 이주민 통제 정책들은 여성 이주민들의 처지를 더욱 취약하게 만든다. 그들의 고통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모든 이주민들에게 안정적인 체류를 보장하고 자유로운 취업과 왕래를 보장해야 한다. 


2018.3.11 수정사항: 결혼 이주민의 경우는, 영주권을 먼저 얻어야만 귀화를 신청할 수 있도록 하는 개악은 이뤄지지 않아 이를 바로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