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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봉실버센터 돌봄 노동자들 파업 돌입:
해고자를 전원 복직시키고 노조를 인정하라

3월 17일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 돌봄지부 소속의 도봉실버센터 노동자들이 해고자 전원 복직과 노조 인정을 요구하며 파업에 돌입했다.

도봉실버센터는 도봉구청이 민간에 위탁해 운영하는 구립 노인요양보호시설이다. 지난해 휴먼재단(휴먼시크리티인터내셔널)이 위탁 운영을 시작한 뒤로 고용 불안을 느낀 노동자들은 노조를 만들어 싸워 왔다.

그동안 노동자들은 쥐꼬리만한 최저임금 수준의 돈을 받으면서도 노인들을 지극 정성으로 보살펴 왔다. 하지만 휴먼재단은 이런 노동자들의 요구를 무시해 왔다.

노조를 인정하겠다는 약속을 뒤집고 눈엣가시로 여기던 조합원을 괴롭혔다. 조합원이라는 이유로 부당 전직시키고 최저임금법을 위반하는 등 부당노동행위를 일삼았다. 비조합원들에게만 장기근속수당을 주고, 휴무도 하루 더 보장해 주면서 조합원들에게 노조 탈퇴를 종용했다. 3개월, 6개월 단기계약으로 신규 노동자를 뽑기도 해 노동자들은 고용 불안에 시달렸다.

지난해 말엔 6년~8년 근무한 조합원 4명을 해고했다. 정년을 넘긴 비조합원은 고용하고, 정년을 채우지도 않은 조합원들을 해고하면서 노동자들을 이간질했다. 노동자들은 이번에 해고자를 복직시키지 못하면 또 다시 해고 위협에 시달릴 것이라고 우려한다.

휴먼재단 이사장 황선영은 도봉실버센터뿐 아니라 용산의 구립 장애인 시설, 강서구의 어린이집 등도 운영하고 있다. 이런 시설에서도 노동자들을 못살게 굴고 단기 계약으로 내쫓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휴먼재단은 노동자들이 도봉실버센터의 어르신들을 볼모로 파업을 벌인다고 비난한다. 새빨간 거짓말이다. 정숙희 도봉실버센터 노조 분회장의 말처럼, “진정 어르신들을 볼모로 잡고 있는 자는 우리가 아니라 오로지 돈벌이를 목적으로 운영하는 휴먼재단이다.”

휴먼재단은 비용을 아끼려고 질 낮은 기저귀를 사용하고 물티슈도 제대로 수급하지 않아 개인 비용으로 부담하기도 했다. 3개월간 물리치료사가 없었던 적도 있다.

도봉실버센터 파업 출정식 문재인 정부는 돌봄 노동자 처우 개선 약속이 지켜지도록 해야 한다 ⓒ연은정

노동자들의 노동 조건 개선은 요양보호시설 이용자들의 서비스 향상과 연결된다. 도봉실버센터 요양보호사인 한 노동자는 자신들의 정당한 목소리가 반영돼야 서비스의 질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얼마 전 한 어르신을 목욕시키다가 오른쪽 검지 손가락이 붓고 피멍이 든 것을 발견했다. 골절이 의심돼 얼음주머니라도 줘야 하지 않냐며 간호팀장에게 얘기했더니 그냥 환자 배에 손을 올려놓으면 된다고만 얘기해 그렇게 처리했다. 그런데 이튿날 이 환자가 골절로 병원에 가야 한다며 나몰라라하던 간호팀장이 나에게 사고경위서를 쓰라고 했다. 내가 발견한 사람이고 이 사실을 보고까지 했는데, 이럴 거면 왜 아침, 저녁으로 보고받냐? 방치한 책임은 내가 아니라 팀장과 국장, 원장이다.”

조합원들은 이런 식으로 사고경위서를 들이미는 일이 한두 번이 아니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래서 노동자들은 우리가 입을 닫아야 하냐며 우스갯소리로 “눈 감고 기저귀를 갈아주자”고 얘기한다.

도봉구청에 대한 노동자들의 분노도 높다. 휴먼재단을 관리감독해야 할 도봉구청이 책임을 방기하고 있다. 노동자들의 요구는 무시하면서 오히려 휴먼재단 편만 들고 있다. 도봉구청장은 민주당 소속인데, 해고자 복직도 지노위 판정을 기다리자며 뒷짐만 지고 있다.

현재 돌봄 노동자들은 대부분 최저임금 수준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다. 문재인의 공약 중 하나는 돌봄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이다. 그러나 실제 돌봄 노동자들은 해고 위협에 시달리고 열악한 처지에 놓여있다.

노조 탄압과 노동조건 악화에 맞서 도봉실버센터 조합원들은 지난 1년간 끈질기게 싸워 왔다. 그 결과로 미지급된 최저임금을 받아내고 부당 전직시킨 노동자를 원직 복직시켰다. 몇 개월짜리 단기계약을 철회시키고 부당 징계를 철회시키기는 성과를 얻기도 했다. 이런 성과 덕분에 노동자들의 기세가 높다.

현재 파업에 들어간 도봉실버센터 노동자들은 로비 농성을 벌이고 있다. 휴먼재단은 노조가 파업에 들어가자 근무하던 간호사를 요양보호사 대체인력으로 투입했다.

노동자들은 핵심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무기한 파업을 벌일 계획이다. 외부인력인 대체근무자도 막을 계획이다. 파업을 지지하는 지역공대위도 꾸려져 연대를 확대할 계획이다.

도봉실버센터 돌봄 노동자들의 파업은 지극히 정당하다. 이 파업에 지지와 연대를 보내자.

도봉실버센터 노동자들 ⓒ이재환
도봉실버센터 파업 도봉실버센터 노동자들의 파업을 지지하는 메세지 ⓒ이재환
파업 후 농성을 하고 있는 노동자들 ⓒ이재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