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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인종차별 철폐의 날’ 집회:
인종차별에 맞서 거리로 나선 이주민들

3월 21일은 유엔이 정한 ‘세계 인종차별 철폐의 날’이다. 이날을 맞아 3월 18일 보신각 앞에서 ‘3.21 세계 인종차별 철폐의 날 공동행동 – 모든 차별과 혐오를 넘어 연대의 힘으로 인종차별 없는 세상을 만들자’ 집회가 열렸다. 집회는 이주공동행동,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외노협), 차별금지법제정연대, 난민지원네트워크가 공동주최했다.

‘2018 세계 인종차별철폐의 날 공동행동’을 마친 참가자들이 서울 고용노동청 앞을 지나 국가인권위원회 앞까지 행진을 하고 있다 ⓒ조승진

이날 집회에는 300여 명이 참가했고 이주노동자 등 이주민들이 다수를 차지했다. 지난해 ‘세계 인종차별철폐의 날’ 집회는 박근혜정권 퇴진 운동 속에서 수년 만에 큰 규모로 치러졌는데, 올해도 비슷한 규모를 유지한 것이다.

노동자연대 회원도 약 30명 가까이 참가했는데, 이주공동행동 소속 단체로는 이주노조 다음으로 큰 규모였다.

집회에서는 정부의 인종차별적 정책들 때문에 다양한 이주민들이 한국 사회에서 겪는 차별과 고통이 잘 드러났다. 국내의 이주민은 이미 210만 명을 넘어섰다.

이주노조의 우다야 라이 위원장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한국 정부는 한국인 노동자, 등록 이주노동자,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갈라서 더욱 탄압을 하고 있다. 살인적인 강제추방을 확대하고 있다. 사람과 사람을 갈라놓고 차별하는 이 야만적인 사회를 멈춰야 한다. 차별적인 모든 법 제도를 폐지시켜야 한다.”

유재길 민주노총 부위원장도 이날 참가해 “민주노총도 인종차별 철폐를 위한 모든 투쟁에 연대하겠다”고 밝혔다.

개회사에 이어서, 그리스에서 ‘세계 인종차별 철폐의 날’ 집회를 조직하는 ‘인종차별·파시즘 반대 운동’(KEERFA)이 보낸 연대 메시지가 낭독됐다. 그리스는 ‘세계 인종차별 철폐의 날’을 계기로 한 국제 공동 행동을 2014년에 처음 제안한 나라다. 올해에는 한국,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십여 개 나라에서 집회가 열렸다.

“우리 함께 유럽 전역과 전 세계에서 극우와 파시즘 정당에 맞서고 그들이 홀로코스트와 같은 끔찍한 범죄를 더는 자행하지 못하도록 저지합시다. 그들을 방치했던 역사를 되풀이하지 맙시다. 우리가 단결하면 그들을 막을 수 있습니다!”

베트남 출신 결혼이주민인 레티마이투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사무국장은 이주여성들이 불안정한 체류자격 때문에 성폭력 피해에 노출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시아버지에게 성폭행 당했는데 남편에게 혼인취소 당하고 귀국해야 했던 사건, 한국인 관리자가 미등록 태국 이주여성에게 단속이 떴으니 자신이 도와주겠다고 유인해서 성폭행하려다 안 되니 여성을 죽은 사건 등 너무 가슴 아프고 화가 나는 사건들이 계속되고 있다. 결혼이주여성과 폭력피해 이주여성의 체류권이 보장되길 바란다.”

이주민지원공익센터 감동의 김진 변호사는 현재 이주아동 약 2만 명이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데, 1년에 100명이 넘는 미등록 이주아동이나 청소년이 강제추방 명령을 받거나 외국인보호소에 구금된다고 폭로했다.

헌법재판소는 얼마 전 외국인보호소에 무기한 구금을 가능하게 한 출입국관리법의 조항이 합헌이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아시아의 친구들’ 김대권 대표는 외국인보호소가 인종차별적인 배경에서 만들어졌다고 비판했다.

[외국인보호소를 방문하며 만난 분들 중에] 미국이나 일본, 유럽에서 온 분들은 거의 없다. 아시아나 아프리카 등 가난한 나라에서 온 유색인종이 대부분이다.”

수줍게 웃는 난민 소년 이날 공동행동에는 난민들이 많이 참가했다. 난민들은 국내에서 겪은 각종 인종차별 경험을 털어 놓으며 인종차별적 정책 폐지를 촉구했다 ⓒ조승진

주로 난민신청자들로 이루어진 동두천 난민공동체와 비아프라 난민(나이지리아에서 분리·독립을 요구하는 민족) 20여 명도 연단에 올라 지지와 연대를 호소한 것도 두드러졌다. 연간 난민 신청자가 1만 명을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난민들 자신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집회 후 참가자들은 “인종차별 반대한다”, “고용허가제 폐지하라”, “단속추방 중단하라”, “난민인정 확대하라” 등 구호를 외치며 서울고용노동청을 거쳐 국가인권위원회까지 행진했다.

지난 박근혜정권 퇴진 촛불에 이주민들도 함께했다. 촛불집회 연단에 올랐던 우다야 라이 이주노조 위원장이나 결혼이주민 등은 많은 박수와 지지를 받은 바 있다. 그러나 촛불정부를 자처하는 문재인은 여전히 이주민 차별과 통제를 강화하는 인종차별적 정책들을 시행하고 있다.

인종차별의 확산은 노동자, 민중을 분열시키고 지배자들의 공격에 맞서 저항할 힘을 약화시킨다. 따라서 정부의 인종차별적 정책에 반대하고 연대와 단결을 강화해야 한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이주민 수백 명이 도심을 행진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조승진
ⓒ조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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