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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 캘리니코스 논평:
영국 대학노조 파업에 참가하며 느낀 것

나는 노동자들이 투쟁 경험을 통해 변한다고 수없이 말해 왔다.

그저 마르크스에게서 배운 사실을 반복한 게 아니다. 1984~1985년의 위대한 광원 파업을 취재해 〈소셜리스트 워커〉에 보도하면서, 나는 광산촌의 남성과 여성들이 오랫동안 격렬하게 투쟁하면서 어떻게 바뀌는지를 지켜봤다.

그런데 얼마 전 일단락된 대학 강사들의 파업에서, 나는 사람들이 투쟁을 통해 어떻게 바뀌는지를 또 목격했다. 나 자신이 파업 참가자로서 말이다.

이 파업은 1992년 전부터 존재한 “오래된” 대학들의 연금 제도가 공격받는 데 항의해 벌어졌다. 따라서 옥스포드나 케임브리지, 그리고 내가 재직하는 런던대학교 킹스칼리지를 포함해서 가장 오래되고 보수적인 대학들에서 투쟁이 벌어졌다.

내가 속한 대학노조(UCU)는 역사가 10여 년 되는 조직인데, 최근 몇 년간 임금과 일자리를 지키는 데서 상당히 무능했다. 대학노조는 대학 당국들이 기존의 퇴직연금제도를 폐지할 수 있게 해 줬다.

그러나 이번 파업은 반쯤 죽어 가던 대학노조 지부들에 새 생명을 불어넣었다. 과거에 피켓 라인[대체인력 투입을 저지하려고 작업장 입구를 봉쇄하는 행동]은 규모도 작고 형식적인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피켓 라인 규모가 컸다. 참가자들은 젊은 강사들이 주됐고 여성 강사가 다수인 경우도 많았다. 또한 활기찬 분위기 속에서 시 낭송회, 노래 따라 부르기, 오만 가지 주제에 대한 야외 강연 등이 진행됐다.

파업은 최근 수십 년간 대학들에서 시행된 신자유주의적 재편에 대한 전반적인 저항으로 나아갔다. 대학 경영자들은 그동안 말도 안 되게 엄청난 돈을 가져가면서 직원이나 학생들은 안중에도 없이 기업체처럼 대학을 운영해 왔다. 대학 경영자들은 이번 파업으로 수세적 상황에 내몰렸다.

현장조합원의 활기

자신감에 찬 노동자들은 지도부의 턱없이 불충분한 타협안을 당당하게 거부했다 ⓒ출처 Lewis Nielsen

그래서 12일 노조 협상단은 기대에 턱없이 못 미치는 합의안을 어리석게도 받아 왔다가 조합원들 반응에 큰 충격을 받았다. 예전 같았으면 수동적이고 사기 저하된 조합원들이 마지못해 묵인하는 가운데 지도부의 형편없는 안이 슬그머니 받아들여졌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노동자들이 이미 3주간 파업을 벌였고 다시 일주일짜리 파업을 시작하던 시점에 합의안이 나왔다. 조합원은 늘었고 또 적극적이고 자신감에 차 있을 때였다. 우리는 합의안을 두고 피켓 라인이나 SNS상에서 토론했다. 분노가 해일처럼 일어 지도부의 안을 날려 버렸다. 합의안을 지지한 지부는 한 군데도 없었다.

이는 진정 현장조합원들의 반란이었다. 이번과 유사한 사례를 찾으려면 1960~197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할 게다. 당시 자동차, 광산, 제조업 부문의 직장위원회 조직들은 강력하고 자신감이 있었으며 노조 상근 간부들에 도전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 산업들의 상당 부분은 1980~1990년대에 파괴됐다. 그러나 대학은 꾸준히 성장한 산업이었다. 학비가 엄청 인상되고 외국인 유학생들이 유입된 덕분이었다. 이번에 조합원들이 보인 투쟁성의 배경에는 대학들이 사업을 확장하면서 그 비용은 최소화하려 한 것이 있다. 그 결과 저임금에 혹사당하고 일자리마저도 흔히 불안정한 교직원이 늘었다.

대학노조의 지도 기구는 공공서비스노조(Unison)나 유나이트(Unite)같은 거대 관료 기구들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약하고 경험이 없는 조직이다. 또한 파업 덕분에 빠르게 늘어난 조합원들이 훨씬 더 적극적이고 열성적으로 바뀌고 있어, 이를 다루느라 진땀을 빼고 있다.

도전 과제

그러나 다른 노조들에도 적용되는 교훈이 있다. 하나는 전면 파업이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이번 대학노조 파업은 전면 파업에 가까웠다. 전면 파업을 하면 조합원들이 조직하고, 자신감을 키우고, 조합원들끼리 그리고 다른 노동자들과 유대를 쌓을 시간을 가질 수 있다.

큰 도전 과제가 우리 앞에 놓여 있다. 지도부의 협상안이 거부됨에 따라 적어도 일시적으로나마 공백이 형성됐다. 그러나 사용자 측과 노조 상층 간부들 모두 곧 술수를 부리기 시작할 것이다. 이번 파업은 마무리됐고 아마도 부활절 연휴가 끝난 다음 달에 다시 14일간의 파업이 시작될 것이다.

그 파업은 대학의 각종 시험과 평가가 몰려 있는 기간을 겨냥한 것이어서 투쟁이 더 격렬할 것이다.

대학 당국이 훨씬 더 비열한 전술을 쓰기 시작할지 모른다. 또는 다음 몇 주간의 간극 동안 졸속으로 또 나쁜 합의안을 만들려는 시도가 있을 수도 있다.

이런 농간을 물리치고 승리를 향해 파업을 밀고 나아가려면 새롭게 활력을 띤 조합원들이 경계를 늦추지 말고 잘 조직돼 있어야 하며 단호한 태세를 유지해야 한다. 그리고 오래된 활동가들은, 여러 면에서 새롭게 거듭난 이 노동조합에 얼마나 잘 개입할 수 있는지 시험대에 오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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