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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GM 군산 공장 폐쇄 말고 국유화하라

“시한이 얼마 남지 않았다.” 한국GM은 임단협 교섭 시한이 이달 말까지라며 노조에 양보를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그때까지 본사에 노조의 임금·복지 양보를 담은 합의안을 가져가지 못하면 신차를 배정받지 못할 것이라는 얘기다.

최근 사측이 복리후생비 삭감 폭을 줄여주겠다고 선심이라도 쓰는 듯 말한 것은 위선이다. 자녀학자금 지급 제한(2자녀까지)은 하지 않겠다지만, 자녀 학자금 3년 유보는 그대로다. 식비 유료화는 철회하겠다지만, 임금 동결, 성과급 미지급 등도 그대로다. 날강도가 집안을 다 털어 가면서 몇 푼 던져 주고 생색내는 꼴이다.

사측은 추가로 직영서비스센터까지 통합하거나 외주화하려 한다. 정비 노동자 800여 명(비정규직 포함)의 고용이 위협받을 수 있다.

부평·창원 공장에서도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또 언제 어떻게 소리 소문 없이 잘릴지 모른다는 불안에 싸여 있다. 비정규직 3지회는 “지엠자본의 구조조정 광풍이 몰아치는 지금, 특히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엄청난 고용불안에 직면해 있다”고 말한다. 3지회는 정부에게 비정규직을 포함한 총고용 보장을 책임지라고 요구하며 함께 기자회견, 집회 등을 이어가고 있다.

항간에는 GM이 브라질에서처럼 한국에 대한 투자를 늘리려 하는 것 아니냐는 기대 섞인 관측도 나온다. 브라질 출신이 한국GM 임원(기타비상무이사)으로 영입된 것에 대한 해석이다. 그러나 한국GM이 ‘브라질 모델’로 갈 것이라는 기대는 섣부르다.

브라질 공장은 2009년 위기를 맞았다가 GM이 마음을 바꿔 투자를 늘린 곳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게 된 이유는 판매 시장의 조건이다. GM 자동차가 브라질에서 제일 잘 팔리는 만큼, 브라질 내수와 남미 시장을 겨냥해 GM이 생산을 유지·확대한 것이다.

반면 한국GM은 해외 수출용 차량을 많이 생산해 왔는데, 주요 수출국이었던 유럽에서 GM이 철수하면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조승진

무책임한 정부

이미 공장 폐쇄 절차를 밟고 있는 군산은 노동자들과 지역민의 삶이 크게 위협을 받고 있다.

GM은 군산 공장에서 정규직 노동자 1000여 명을 강제 ‘희망퇴직’시켰고, 비정규직 노동자 200여 명을 해고했다. 군산 공장은 2월 초부터 조업이 중단된 상태다.

그 여파로 군산시 추산 협력업체 50여 곳이 문을 닫았고, 나머지도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다. 지역 인구가 감소하고 부동산·요식업 경기가 악화하는 등 지역민의 삶이 위협을 받고 있다.

한국GM 군산 공장 폐쇄는 협력업체를 포함해 1만 3000여 명의 고용이 달린 문제다. 그 가족까지 합치면 대략 5만여 명, 군산시 전체 인구의 20퍼센트 가까이 된다. 일자리를 구하기 위한 긴급 조처가 필요한 이유다.

이런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는 고작 재취업을 위한 직업훈련을 강화하겠다고 한다. 박근혜 정부가 2016년 조선업을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하면서 내놨던 대책의 재탕이다. 당시 노동자들은 ‘조선업희망센터’를 “절망센터”라고 불렀다. 선박 제조에 잔뼈가 굵은 숙련 노동자들에게 IT, 요리, 미용 기술을 가르쳤으니 말이다.

문재인 정부는 “기본권”, “국민 주권”을 위해 개헌이 필요하다지만, 헌법에 명시된 ‘국민의 안녕과 고용을 지킬 의무’조차 저버리고 있다.

한국GM 노동자들은 지난 20여년간 부도, 매각, 다시 부도 위기, 자본 잠식, 지금의 공장 폐쇄에 이르기까지 반복되는 위기를 겪어 왔다. 그 속에서 해고되고, 강제 전출되고, 임금이 깎였다.

정부는 이런 노동자들의 고통에 책임이 있다. 김대중 정부는 1999년 대우그룹 부도 때 3000명을 권고 사직시키고 1750명을 해고한 당사자다. 2001년 대우차를 GM에 팔아 넘긴 것도 정부다. 2008년 세계경제 위기 이후 부도 위기를 맞아 비정규직 1000여 명을 해고했고, 그 뒤로도 공격이 이어졌다. 산업은행은 한국GM의 2대 주주이지만 어떤 제동도 걸지 않았다.

정부는 이런 정책이 노동자와 가족들을 고통에 빠뜨렸음을 인정하고 마땅히 책임져야 한다. 노동자들의 일자리 보호를 위해 군산 공장을 국유화하는 것이 그 방법이다.

이를 성취하기 위해 투쟁을 건설해야 한다. 한국지엠지부 지도부가 제시한 임금 동결, 성과급 포기 등의 양보는 이런 투쟁을 건설하는 데 방해가 될 뿐이다. 거듭된 양보는 노동자들을 더 열악한 조건으로 내몰고 사용자 측의 통제력을 강화하고, 결국 공장 폐쇄나 철수를 막을 노동자들의 힘을 약화시킨다.

노동자들은 싸울 힘이 없는 게 아니다. 점거 파업 등으로 생산을 마비시켜 해외 생산에까지 차질을 줄 잠재력이 있다. 자동차 산업 전반에 조직을 갖고 있는 금속노조가 굳건하게 연대한다면 정부를 강제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