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와 기독교 신앙: 교회들을 위한 양심의 질문들》 월터 윙크 엮음 | 한성수 옮김 | 무지개신학연구소 | 2018년 | 195쪽 | 9700원

섹슈얼리티를 둘러싼 이슈들은 전 세계의 그리스도교 교회들과 그 안의 교인들에게 첨예한 분열 위협을 제기하고 있다. 개신교 우익의 성소수자 혐오와 경멸, 무례하고 신랄한 비난, 편협함과 완고함은 가히 충격적이다. 1970년대와 80년대 한국에서 그들이 민중신학을 향해 드러낸 악감정과 악다구니보다 훨씬 험악한 듯하다.

크리스천들에게는 예수가 단순한 위인이나 위대한 교사 이상으로 사실상 구세주이다. 그런 그가 동성애에 대해 침묵한 것은 사실 그리 중요하지 않다. 다른 많은 문제들에 대해서도 그는 말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하찮은 존재 취급을 받던 사람들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지 않았고 측은지심을 드러냈다.

당시에 섹슈얼리티는 아예 그 개념도 존재하지 않았고, 동성 간 성행위도 유다교 제사와 관련되지 않는 한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로마제국 일각에서 동성 간 성행위가 비난받는 지역은 일부 있었는데, 예수는 그 특유의 측은지심으로 관련자들을 옹호했을 것이다.

물론 마르크스주의자는 “간음(간통)하지 말라,” “이혼하지 말라”는 등 예수의 몇몇 도덕주의적 훈계들도 좋게 볼 수는 없다.

하지만 그가 자기에게 의탁하는 사람들을 위해, 그들을 대신해 십자가 처형을 기꺼이 감수했다면, 그가 성소수자 크리스천을 내칠 리가 만무하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이 책은 한국처럼 보수 복음주의자들의 동성애자 비난이 거센 미국의 탁월한 신학자들과 사목자들이 내놓은 성소수자 변호 글들을 모은 것이다.

개신교회든 가톨릭 교회든, 주류든 복음주의권이든, 교파를 가로질러 기고된 이 글들은 지극히 고통스런 쟁점들에 관해 명료한 설명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이 책 편집자이자 최상의 진보적 성서학자 월터 윙크가 제시한 동성애 관련 성경 구절 해석 외에도 리처드 로어와 존 캅의 그리스도교 전통 재검토와 재평가가 눈에 띈다.

그런데 섬돌향린교회 임보라 목사 등이 번역하고 있는 퀴어 성서주석(QBC)이 언젠가 출판될 예정이라니 성소수자 크리스천들로서는 자못 기다려질 것이다.

크리스천이 아니고 성소수자가 아니어도 《동성애와 기독교 신앙》은 동성애 혐오 우익과 논쟁하는 데 유용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