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기간제 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은 “총체적 낙제점”으로 평가 받았다. 그런데 학교 파견·용역 노동자 2만 9000여 명(정부 집계, 다수가 청소·야간당직)의 정규직 전환 논의 역시, 시작부터 부실해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정규직’ 전환 대상에 파견·용역 노동자들을 포함하며 이전 정부의 대책보다 크게 진보한 것이라고 생색을 냈다.

그런데 정부는 파견·용역의 정규직 전환 여부를 각 기관에서 전환 대상과 방식을 자율로 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는다며 각 기관의 노사전문가협의체에 책임을 떠넘겼다.(2017년 7월,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 설명자료’)

시도교육청 대부분은 이제서야 노사전문가협의체를 구성했는데, 파견·용역 노동자들의 참여를 배제하거나 들러리 세우기 일쑤다. “외부 전문가”들은 교육청이 일방적으로 선임하고 있다. 노동자들은 정규직전환심의위원회와 마찬가지로 노사전문가협의체도 교육청의 입맛에 맞게 구성되고 있다고 정당한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전국교육공무직본부는 전국 시도교육청들을 상대로 노사전문가협의체에 노동조합의 동등한 참여를 보장하고 당사자 의견을 수용해 학교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제대로 정규직 전환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간접고용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졸속으로 추진하는 것에 항의하는 전국교육공무직본부. 3월 28일 서울시교육청 앞 ⓒ신정환

3월 28일 서울시교육청 앞 기자회견에서 안명자 본부장은 이렇게 비판했다. “정부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파견·용역 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은 올해 2월에 끝났어야 했다. 시기도 늦었지만 노사전문가협의체가 졸속으로 구성되고 있다.”

3월 중순 현재 부산·울산·경남·세종 교육청은 협의체를 구성조차 하지 않았고, 경기·충북·경북·제주 교육청은 노사전문가협의체에 노조 참여를 배제했다.

심지어 경남교육청은 2019년에야 직접고용 전환될 것이라고 공공연히 이야기하고 있다고 한다. 그 사이 파견·용역 노동자들은 용역업체의 재계약 여부와 그에 따른 고용 불안에 조마조마해 하고 있는데 말이다.

교육청들이 노사전문가협의체 구성과 진행에 늑장을 부리는 데는 정부가 관리·감독을 제대로 하지 않고 뒷짐 지고 있는 책임도 크다.

교육공무직본부 윤영금 서울지부장은 이렇게 표현했다. “서울시교육청 노사전문가협의체에 참가했는데, 첫 간담회 자리에서 비밀보장 각서를 요구했다.” 경기도교육청은 회의 당일 자료를 배포하고 또 회수해 협의체 위원조차 내용을 숙지하지 못하는 들러리로 만들었다. 노사전문가협의체에 참가할 ‘근로자 대표’ 선정에서도 적지 않은 교육청들이 용역업체들을 통해 ‘근로자 대표’를 추천 받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노동자들은 ‘결국 협의체는 협의하는 곳일 뿐 결정은 교육청 의도 대로 하려는 것 아니냐?’고 우려하고 있다.

엉망진창 노사전문가협의체

교육공무직본부 서울지부 오한성 야간당직 분과장은 정부 대책이 실질적이지 않다고 다음과 같이 비판했다. “20년 동안 부당한 노동 조건, 노예와 같은 조건에서 일해 왔다. 문재인 정부가 파견·용역 노동자들 정규직화한다고 해서 기대했는데, [정부가 정한 고령자 친화직종의 정년을] 65세로 하면 안 하느니 만 못하다. 내가 일하는 회사 노동자들이 300여 명이 되는데 65세 미만은 한 명도 없다.”

17개 시도교육청 중 현재 강원도교육청만이 노사전문가협의체 논의를 거쳐 협의를 완료했다. 그 결과, 전환 대상 1013명 중 1000명을 3월 1일부로 직접고용 무기계약직 또는 기간제로 전환했다. 그 내용을 들여다 보면, 파견·용역 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불거질 쟁점들을 예상할 수 있다.

직접고용 전환자 1000명 중 고령자 친화직종 정년에 따라 연령이 65세 이상이거나 주 근무시간이 15시간 미만인 단시간 노동자 564명을 기간제로 전환했고, 나머지는 무기계약직으로 고용했다. 기간제 노동자들은 2년 계약 후 매년 재계약을 하는 방식이라고 한다. 강원도교육청이 재계약에 필요한 기준(건강 진단서 등)을 마련할 것이라고 하는데, 고용 불안에 대한 염려가 여전히 남아 있다.

무엇보다도 처우 개선 수준이 미미하며 불투명하다. 전환된 노동자들의 처우를 개선하는 데 용역업체가 그동안 받던 관리비와 이윤 등을 모두 지출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기존 교육공무직 노동자들의 처우 수준으로 끌어올리려면 교육청들이 적극적으로 예산을 추가 투입해야 한다.

그런데 강원도교육청의 전환 내용을 보면 주 노동시간이 15시간 미만인 노동자는 시급 8000원이 전부이다. 15시간 이상 노동자들은 최저임금의 시급에 정액급식비와 명절휴가비, 연차수당, 사회보험, 퇴직금 등을 지급되는 것으로 돼 있다. 용역업체 시절에 비해 몇 가지 수당들이 신설돼 일정 정도 임금이 인상됐다고 한다. 그럼에도 기존 교육공무직에 비해 정액급식비와 명절휴가비가 적을뿐더러 장기근속 수당과 교통보조비 등 몇몇 수당들은 아예 적용을 받지 못한다.

교육공무직본부는 2학기 개학 전(8월)까지 파견·용역 노동자 등 간접고용 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하고, 직접고용 후 임금 등 각종 처우는 유사 직종의 교육공무직과 동일하게 적용하고, 노동조건 저하 금지를 원칙으로 정하라고 요구했다. 또, 세계 최고의 노인 빈곤과 자살율을 감안해 고령자 친화직종인 청소·야간당직의 경우 정년을 70세 이상으로 상향 조정하고, 정년 초과자의 고용도 보장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교육공무직본부는 “노동자를 기만하고 성공한 정부는 없다”며 정부와 전국 시도교육청을 상대로 제대로 된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투쟁을 이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기간제 노동자들에 이어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도 엉망으로 만들려는 정부와 교육청들에 맞서 투쟁하는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연대를 보내자.